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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배의 포스트데팩토] 악어의 눈물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악어는 먹이를 잡아먹을 때나 일광욕을 할 때 눈물을 흘린다. 악어는 눈물샘이 입의 침샘의 신경과 연결되어 있어 입을 장시간 벌리면 눈물이 흘러나오는데 이때 나오는 침샘이 먹이를 삼키기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한다.
또한 바닷물이나 음식물을 통해 함께 흡수된 여분의 염류를 배출하기 위해 눈꼬리 쪽에 있는 염류선의 배출관으로 짠물을 흘려 내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을 가지고 있는 생물은 당연히 눈물을 흘리지만 악어에게 있어 눈물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악어가 눈물 흘리는 장면, 특히 먹이를 잡아먹으면서 흘리는 눈물에 대해 다른 해석을 부여했다. 악어가 정이 많은 ‘휴머니스트’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과거 이집트 나일강 지역에는 눈물을 흘리는 악어의 전설이 현재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악어가 있었는데 그 악어는 사람을 공격하여 죽이고 먹어 치운 다음에 사자(죽은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악어가 먹이를 잡아먹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나쁘지 않은 평을 내린듯하다.

이집트의 이러한 영향을 이어받은 로마의 역사학자 겸 작가인 플리니우스(24년(?) ~ 79년)는 그의 백과사전적 저서인 〈박물지 Natural History〉에서 '악어의 눈물'을 참회와 사죄의 눈물로 해석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도 <햄릿><오셀로><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등 여러 작품에서 이 전설을 인용,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을 썼다. 하지만 그가 사용한 ‘악어의 눈물’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참회의 눈물이 아닌 ‘위선적인 눈물’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의 눈물과 인간의 눈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정이라는 차이다. 인간이 흘리는 눈물에는 몇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흘리는 수분유지용 눈물과 외부의 물리적 화학적 자극에 반응하는 눈물, 그리고 희노애락에 반응하는 정서적 눈물이 그것이다.
이중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희노애락에 대한 감정적 눈물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눈물이다. 인간과 비슷한 유인원들은 눈물이 없다. 단지, 감정에 따른 행동변화만 있을 뿐이다. 즉, 감정에 따라 눈물을 흘리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악어의 눈물’은 최근에 교활한 위정자(爲政者)의 거짓 눈물 등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겉으로 슬픈척, 아픈척, 착한척 하면서 동정심을 유발하여 상대를 속일 때 주로 사용된다. 자신의 죄를 시인하면서 국민의 용서를 빌 때, 선거에서 이긴 자가 패자앞에서 위선적인 눈물을 흘릴때도 비슷한 경우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정치인의 눈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영상에 활용된 '노무현의 눈물', 2009년 5월 29일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물.
2014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중 흘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물. 그리고 경우를 달리하지만 국정농단으로 박 대통령 파면에 일조한 최순실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흐느끼는 장면.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 문 대통령은 단순히 눈물에 그치지 않았다. 5.18때 계엄군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가 추모 편지를 낭독하며 흐느끼자 단상에 올라 김 씨를 끌어안으며 위로했다.
광주시민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행사 하루가 지난 19일에도 모두의 가슴속에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국가 최고 권력자의 격식 없고 소탈한 모습은 그만큼 감동적이었다.

정치인의 눈물은 애잔함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 눈물이 위선적인 눈물인지 아니면 참된 눈물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상대방 속마음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눈물 이후의 행동에서 그 눈물이 참된 것인지 거짓된 것인지 유추해볼 뿐이다. 위선적이지 않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위정자의 모습.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김경배 기자  k2b051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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