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조류를 철새라고 부른다. 북녘의 번식하고 혹한 추위를 피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우리나라로 날아와 겨울을 보내거나 더운 남녘에서 날아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오때 쯤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간다. 잠깐 우리나라를 들렸다가 이동하는 나그네새나 번식기인 여름에만 산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평지에 내려와 생활하는 떠돌이새도 철새라 부른다.

철새들은 생태계 위기에 개체수가 크게 줄면서 보호대상이 되곤 한다. 대표적 철새인 제비의 경우 옛부터 행운의 상징으로 언제나 반가운 대상이었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제(AI)의 원인으로 철새의 분비물이 지목되면서 부정적 시선도 커진게 사실이지만 비난의 대상은 철새보다는 방역을 제대로 못한 보건당국의 몫이다.

정치권 철새의 사정은 다르다. 떠나보내는 이도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동해 머물 곳에서는 반길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반가움을 쉽게 드러낼 수도 없다. 함께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코 앞에두고 12명의 의원이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일로 시끄러웠다.

그들의 이동은 비난의 대상이 됐고 번식이든 월동이든 정치 철새들이 원하는 결과도 딱히 얻은 것은 없어 보인다. 떠난 자리는 흥하는 모양세고 자리잡은 곳 또한 위태롭기 마찬가지다. 자리도 딱히 잡지 못해 불안하기까지 하다.

한동안 숨죽였던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지난 1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철새는 겨울을 피해 양지바르고 먹을 게 많은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라며 “나는 썩고 문드러지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둥지로 간 것”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어 “(나는) 망해서 볼품없는 정당(한국당)으로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위해 욕 얻어먹고 힘든 길을 가려는 것”이라고 복당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비난이 쏟아졌다. 사실상 철새 정치에 대한 변명이었지만 공감을 얻지 못했고 ‘황당한 괴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차 싶었는지 방송에 다시 돌아와 “내 자신을 솔직하게 진실하게 죄송하고 잘못된 판단했다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내 자신의 당위성만 강변하고 항변하는데 그쳤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뒤늦은 반성문은 큰 효과가 없었다.

같은 복당파인 장제원 의원도 말문을 열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패한 100일에 대한 반성문’을 올렸다. 테마는 철저한 자기 반성이었다.

죄인의 심정으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장 의원은 “바른정당을 탈당한 이 후, 제게 돌아온 것은 엄청난 고통 그리고 비판과 조롱 뿐이였다”며 “어떤 대의명분을 열거하더라도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소신을 내버린 납득하지 못할 정치인이 되어 버린, 그렇게 낙인 찍혀버린 제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지역구 정치적 동지들의 정치생명을 책임질 강인함도 부족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나름 솔직한 반성문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여전히 반응은 싸늘하다. 유명세 탓이었을까 김성태, 장제원 의원에 몰린 비난은 사실 나머지 10명의 복당파 의원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정치 철새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정치권이 부정적 시선에서 비교되곤 하는 조폭처럼 의리의 문제로 해석될 일은 아니다. 사람의 생각은 변할 수 있고 처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도 중요하겠지만 왜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당을 옮기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한 선택은 일반 시민은 당위성을 갖지만 다수 공익을 위한 정치인에게는 어떤 이유에서든 정의로울 수 없다. 그래서 일까 김 의원의 반성문에 ‘생존’ 쏙 빠진 해명문은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긴급히 첨부 했지만 늦었다. 장 의원인 ‘생존’을 인정해고 나름 솔직하고자 했으나 어쨌든 반응은 싸늘하다.

고개 숙이고 자숙을하건 다양하게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탈하게 복귀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새 정치인 딱지는 쉽게 때지 못할 것이다. 고개를 숙이든 외면하든 참 멋없는 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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