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원내대표 "삼성중 책임 피하기 힘든 상황, 박대영 사장 위험방지의무 게을리 해"

(사진=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사고는 사회 문제로 떠오른 노동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자의 날, 정규직 직원들은 휴무였고 비정규직인 하청업체 직원들만 근무를 하다 사고를 당했다. 크레인 사고가 난지 16일 만에 또 다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의 작업재개 조치 이틀만의 일로, 제대로 된 점검 없이 졸속적으로 작업 중지를 해지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를 한국 경제의 최대 난제가 된 산재사고의 그늘. 근로자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뉴스포스트>는 해당 법안을 발의한 노회찬 원내대표가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관점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도화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산재사고 문제가 정치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도 노동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겹치며 제정을 촉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란 지난 4월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법인, 기관 등의 경영책임자의 과실을 물어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해가 일어나도 경영책임자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기업의 조직구조 때문에 경영자의 과실을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백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존리 전 옥시 대표도 이러한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벌금 액수가 작아 ‘솜방망이’라는 비판도 팽배하다. 세월호 참사로 청해진해운이 선고받은 벌금은 고작 1천만원이며, 허위 광고표시로 옥시가 낸 벌금은 1억5천만원이다. 이는 이들 기업이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얻은 영업이익에 비해 너무 적은 액수다.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얻는 이익보다 재해를 일으켰을 때 받는 불이익이 적다면, 기업의 철저한 안전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노 의원의 주장이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일찍이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기업살인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기업의 사업주 및 경영자에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 등을 운영하는 경우 모든 사람에 대한 위험방지의무 △ 사업장에서 생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로 인해 모든 사람이 위해를 입지 않도록 위험방지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또한 사업주 및 경영자가 이러한 의무를 어겨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며, 기업에도 벌금형을 부과한다. 만약 경영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한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해당 기업의 전년도 수입액의 1/10의 범위 내에서 벌금을 가중토록 한다.

노동계는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외주화 금지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이 죽음의 행진을 멈출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이번 참사에 대해 개별적인 사고원인 조사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삼성중공업의 반복적인 산재사망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고 최고책임자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끔직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삼성중공업 현장에 대해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상주시켜 안전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해 안전불감증이 만연된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겠다는 안전결의대회를 열고 작업을 재개한 지 이틀만에 화재 사고가 발생해 더욱 면목이 없다”며  “조선소 내 안전관리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한번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박대영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달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노회찬 의원실 제공)

노회찬 “박대영 사장 책임 무거워”

만약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존재했더라면 삼성중공업은 처벌 대상이 될까? <뉴스포스트>는 법안을 발의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직접 질의해 봤다.

노 원내대표는 “사실관계가 뚜렷하게 밝혀지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일단 사고 당시 골리앗 운전기사와 신호수 모두 삼성중공업 소속 직원들이었으며, 크레인이 움직이는 범위 안에 휴게실을 설치한 것이 사고의 화근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삼성중공업이 책임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나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존재했더라면 이번 사고 같은 참사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원내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인명사고를 일으킨 기업에게 매우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재산적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중공업 기업 전체 차원에서 현재보다 훨씬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루어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존재했다면, 삼성중공업과 박대영 사장은 위험방지의무를 게을리 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되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삼성중공업 사고에 대해서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의 대표적 피해사례라고 일갈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번 사고에서 사망한 작업자 6명 모두와 중·경상을 입은 25명 역시 대부분 협력업체 소속이다”며 “삼성중공업이 위험이 따르는 작업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안전관리는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힘들게 박봉으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만큼 삼성중공업은 완전한 피해보상을 포함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의당은 국회 차원에서 진상과 책임 규명, 보상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집중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된 점검 없이 졸속적으로 작업 중지를 해지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앞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사망사고가 난지 16일 만에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작업재개 조치 2틀만의 일이다.

노 원내대표는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명령 해제 당시 현장에서 재해가 재발할 위험이 충분히 제거되었는지 꼼꼼히 확인했어야 한다“며 “그런데 작업재개 조치 이틀 만에 화재가 발생한 점은 과연 고용노동부가 책임을 다한 것인지 국민들로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책임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6월 임시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지난 4월 12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발의됐지만 3월 30일 임시국회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이후, 아직 임시회가 열리지 않아 법안이 국회에서 심사될 기회가 없었다.

노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의 협력을 당부했다.

노 원내대표는 “법안 발의의 직접적 계기였던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최근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기업형 재해사고가 많이 일어났으며 또한 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도 높다”며 “이러한 국민적 염원을 반영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도록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저는 제가 한 말은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씀했다”며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후보 시절 약속을 지켜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산업현장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제·개정‘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등 원청사업주 영향권에 있는 노동자 모두를 ‘산업안전보건법‘ 상 노동자로 개념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상시로 유해·위험한 작업은 사내하도급을 전면 금지하고, 위험 발생 이후 작업을 재개할 땐 동의권을 원·하청 노동자 모두에게 부여하겠다는 점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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