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최창섭] 유태인들의 전통 지키기와 교육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세기를 초월하며 변함없는 가치관을 대대로 이어가는 가정교육과 유대민족 고유의 전통을 존중하는 풍토 속에 사회적인 통합의 길을 꾸준히 지켜가는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부러워한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 잣대로 보면 '꼰대' 와 '꼴통보수'로 몰아부쳐지는 지탄의 대상이며 퇴출대상 1호로 쫓겨날 정도의 그런 오랜 전통을 그들은 고고하게 지켜가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마따 호세프' 문화이다. 어느 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마따 호세프’를 우리말로 옮기면 대충 '네 의견은?'에 해당한다. 일상 대화 중에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그들 특유의 대화문화라 한다. 함께 대화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그래, 네 의견은?' 하는 식이다.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고 거추장스러울 정도의 불필요한, 아니 일면 시간 낭비성으로 치부되기 쉬운 대화양식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일상화된 그러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항상 존중하면서 생각의 다양성을 펼치며 차이점과 다른 점을 피차 존중하는 일석다조의 대화기법으로 다가온다.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듯 하면서도 실행에 옮기기에는 너무나도 우리 대화풍토와는 거리가 먼, 그러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항시 '바쁘다'를 입에 달다시피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상대방의 의견은 거의 무시한 채로 일방적인 던지기 대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이색적인 대화문화로 느껴진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의견의 다변화를 통해 나만의 고집에서 벗어나 상대를 껴안으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언어 생활문화를 거듭거듭 곰사겨 보고픈 충동을 느낀다. 함께 살아가며 매사에 상대방의 의견을 꼼꼼히 챙겨가며 일일이 그때마다 '마따 호세프'를 열 번이고 백번이고 되뇌이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오래된 그들만의 아름다운 전통을 우리사회에 접목시켜볼 수 있을까…….

언론이 앞장서주고 교육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사회풍토가 견인차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 한국사회도 상대방을 존중하며 어루만져주고 함께 멀리가려는 내일의 행보를 내디뎌 볼만 하다본다. 일상의 작은 언어생활의 실천에서부터 시작해봤으면 하는 꿈이랄까……. 망상일망정 화두로 던져보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그들의 풍습에서 방법론을 찾자면 유태인들의 밥상문화인 ‘하부루타’에서부터 일 것이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아이들과 함께 여유 있게 밥상을 같이하며 오가는 대화 과정에서 일궈가는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3대손(3代孫)이 아침 저녁으로 밥상을 중심으로 오순도순 나누는 대화 속에 자연스레 아이들 삶의 표상이 되는 가르침이 이뤄지든 오랜 전통문화가 더 이상 발 부칠 곳이 없어진 것이다. 우리의 삭막한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이기에 더더욱 유대인들의 ‘하부루타’ 밥상머리 교육문화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하루부타’에서 시작하는 일상의 ‘마따 호세프’ 대화양식이 일궈내는 창조적인 유대인의 상대방 존중과 다양한 아이디어의 접목이 5차산업 혁명과 5G시대를 내다보는 우리의 미래밑거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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