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시절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할 뜻을 밝혔고 당선 이후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내정하며 재벌개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더구나 청와대 정책실장에 삼성저격수라 불리며 재벌개혁에 강한 목소리를 내온 장하성 서울대 교수를 임명했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라인이 윤곽을 갖추면서 재계에서는 재벌죽이기가 아니냐는 우려속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상위권 재벌들에 대한 경제력 집중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년간 30대그룹 자산은 줄어든 반면 4대그룹 자산은 커졌으며 급기야 4대그룹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30대그룹의 절반을 넘어섰다.
재벌닷컴이 밝힌 지난해 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의 자산총액은 864조9000억 원으로 2011년 말 647조6000억원보다 33.5% 급증했다. 반면 30대그룹의 자산총액은 1642조5000억 원에서 1317조8000억원으로 24.6% 감소했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의 자산규모는 5년 새 42.0% 급증해 363조2000억 원을 넘어섰다. 현대차도 41.4% 늘어난 218조6000억 원에 달했다. SK와 LG 역시 각각 자산규모가 170조7000억 원, 112조3000억원으로 각각 25.1%, 11.5%가 늘었다.
30대그룹에서 4대그룹의 매출(690조4000억 원) 비중은 2011년 52.6%에서 지난해 54.6%로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당기순이익(37조8000억원) 비중도 7.0%포인트 높아져 지난해 69.4%를 기록했으며 4대그룹의 시가총액은 663조2000억 원 규모로 증시 전체의 46.8%를 차지한다.

대한민국 경제는 이들 4대 그룹의 지배를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재벌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력이 이들 재벌에 집중되었다고 해서 여론재판식의 재벌죽이기에 나서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합목적적이고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불법·편법 경영권 승계와 함께 황제경영, 사익편취 등을 근절시켜 부당한 지배력을 차단하고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소한 재벌개혁은 이러한 측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재벌개혁은 단순히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양극화의 해소와 서민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여 이를 통해 서민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경제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갑질논란 해소, 재벌과 하청업체와의 공생공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해소 등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는데 중점해야 한다. 재벌의 폐해는 이미 겪어왔다. 지난 정권하에서 ‘대기업 프랜드리’ 정책을 취해왔지만 서민경제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취업난은 가중되었다.

물론 기업에 대한 제재가 고용과 투자 위축으로 나타난다는 기업 논리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개혁에 나서는 것은 지금까지 기업들이 내세우는 ‘낙수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그룹 상장사 179곳의 고용규모는 지난해 말 85만7991명이다. 더구나 전년 대비 1만3199명(1.52%) 줄어든 것이다. 결국 대기업의 기업논리는 허구인 셈이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6년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모두 급격히 나빠졌다. 양극화 수준을 나타내는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5.45배로 전년 5.11배에 비해 0.34배p 증가했다.
2012년 5.54 이후 최대치다. 취약계층의 빈곤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지난해 상대적 빈곤율도 14.7%로 전년 13.8%에 비해 0.9%p 증가했는데, 이 역시 2011년 15.2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빈부격차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걱정하는 사회적 불안요소이다. 빈부격차가 해소되고 팍팍한 서민경제가 살아나는 데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필요하다.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며 국가가 추구해야하는 이상이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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