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 전 관훈클럽 총무/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구월환] 잘 나가던 문재인정권에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총리를 비롯한 인사문제 때문이다. 여러 사람에게서 하자가 발견된 것이다. 위장전입, 탈세, 병역문제, 거짓말....그들을 탓하기에 앞서 한숨이 먼저 나온다.
한국사회는 그렇게 해야 살아갈 수 있었던 곳인가? 그렇게 해야 출세할 수 있었던 곳인가? 새삼 우리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요즘이다. 깨끗한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대통령으로서는 공들여 골랐을 법도 한데 포장을 풀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따져보면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의 이런 흠결 자체가 치명적인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런 전력을 가진 사람의 도덕적 수준이 문제인 것이고 나아가 이런 고위공직자들이 과연 새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가에 문제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문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인사논란은 새 정권이 추진 중인 다른 과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특히 국민적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검찰개혁 등 사회 각 부문의 개혁드라이브가 약해진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손실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일이 꼬일 때는 ‘정직이 최선의 정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는 금언을 상기해야 한다. 문대통령이 난처해진 것은 사실이다. 본인이 그렇게 강조했던 깨끗한 인물 발탁의 기준 가운데 하나인 위장전입에 걸린 각료급 후보만 해도 총리 후보자 등 3명이다.
여기에는 공정성이 생명인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끼어 있다. 앞으로 수많은 고위직을 새로 등용해야 할텐데 이 가운데 또 얼마나 많은 위반자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인사권자로서는 고민이 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시대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의 출발점이다. 만약 문대통령이 본인 자신의 공약에서 명시한 기준을 스스로 무시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것은 총리나 장관 몇 사람의 진퇴가 야기할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 개의 예외가 생기면 두 개의 예외도 쉽게 생길 것이고 정부의 기강과 신뢰는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여당 간부들의 해명과 협조요청으로 넘어가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여당대표라는 사람은 야당의 반대가 정략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역공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오만한 자세다. 또 이제와서 인사기준 보완이나 여야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자는 제안 등은 모두 궁색하고 핵심을 벗어난 발상이다.

이 고비를 넘어 가려면 문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주변 인사들이 나서서 이런 저런 변명이나 꾀를 내는 것 보다 차라리 “이번 한번만 대국적으로 선처해주십시오.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실성이나 현실성의 면에서 더 나은 방법이다.
아닌 말로 다 사람이 하는 것인데 인사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한다면 이로 인해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잘못했으면 솔직히 시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지점으로부터 용서도 출발하는 것이다. 참모나 문자폭탄 부대들의 지원사격에 기대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해서도 안되면 빨리 국회표결에 부치는 것이다. 부결되면 부결되는 대로 빨리 대책을 세우면 된다. 총리나 장관이 꼭 그 사람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꼭 호남출신 운운하는 것도 재고할 문제다.
국민의 정부가 인사발탁에 있어서 특정지역을 대놓고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다. 국민적 기대가 넘치는 집권초기에 인사문제로 너무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문대통령이 직접 나서지도 않고 여야협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시간도 잃고 신뢰도 잃기 쉬운 하책(下策)이라 할 것이다.

구월환(丘月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전 연합통신 정치부장, 영국특파원, 논설위원, 상무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주필
전 관훈클럽 총무
전 한국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이사
전 MBC재단(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전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