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상인들의 눈물어린 호소,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

화재 3개월이 지난 소래포구의 모습(사진= 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 신현지 기자] 지난 3월 18일 소래포구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73 점포 중 220개가 완전 전소됐다. 노후 된 전기합선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소방서 측 추정이었다.

화재 3개월이 지난 6월 12일 <뉴스포스트>가 소래포구를 방문했다. 화마가 할퀴고 간 220개의 점포의 자리에 콘크리트바닥이 민낯을 드러낸 채 휑했다. 그리고 그 주위를 4 대의 2,5톤 트럭이  바리게이트를 형성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서 있었다. 출입을 막은 4 대의 차벽에는 화마피해 상인들의 외침인 듯 강한 구호들이 다닥다닥 도배되어 있기까지 했다.

“탁상행정 그만하고 시장부터 살려내라” “ 장석현 구청장은 생존관 보장해라” “생계가 막막하다 정상영업 희망한다.” “화마에 불탄 시장 영업하여 살려내자.” 등등. 콘크리트 화재현장의 주위의 상가 벽도 마찬가지로 상인들의 울분이 그대로 전해지는 강한 구호들이 현수막으로 내걸려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소래포구 어시장(사진= 신현지 기자)

그곳을 지나 좀 안쪽으로 들어가자 화마를 피한 153 점포에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분주하게 손님들을 맞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그 표정들도 현수막의 문구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냉랭해 말을 걸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생각 없이 말을 걸었다가는 무안당하기 십상이겠다는 생각이었다. 기운차게 손님을 불러들이는 소리도 없었고, 이곳저곳에서 흥정하느라 정겹게 불러대는 이모, 언니, 오빠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소래를 찾는 사람들의 표정도 어판을 둘러보는 몸놀림이 영 활발하지 않았다.

그곳을 돌아나와 다시 아까의 그 콘크리트 바닥인 화재의 자리로 돌아오자 좀 전에 보이지 않던 몇몇의 사람들이 화재의 자리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통제하고 있었다. <뉴스포스트>는 그 중 한 사람과 취재를 요청했다. 마침, 소래포구 비상대책 위원회의 고성해 위원장이었다.

상인들..."다른거 안 바래...원상복구만 해달라"

고 위원장은 취재요청의 첫 마디가 “이건 너무 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소래포구 화재 자리의 차벽(사진= 신현지 기자)

“우리는 다른 것 바라지 않아요. 원상복구죠. 예전처럼 그냥 여기에서 어판을 벌여 벌어먹고 살면 되요. 그런데 남동구청장이 여기에 공원을 짓겠다고 하니. 이곳이 가건물이라 허가를 못 내주겠다 이 말입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장사를 해먹고 산지가 4~5십년인데 우리도 기득권이라는 게 있는데 더구나 지금까지 우리가 공짜도 아니고 점포세로 1년이면 2백 가까이 세금을 바치고 살았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어떻게 남동구청장이라는 사람이 남동구 주민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 주민을 다 죽이겠다고 나서니 이게 제대로 정신이 박혀 있는 인간이기나 하냐 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탁상행정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곳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의 나이가 60세가 넘어 70세 노인들이 태반인데 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찾아 먹고 살라는 소리니.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고 주민을 위해 일한다면 절대 이러지는 않을 겁니다. 이렇게 바닥에 콘크리트 쳐놓고 공원을 만들 것이니 그만 나가라니 아니, 우리더러 죽어라니요. 천만에요. 우리는 절대 이곳에서 못 나갑니다. 아니 나가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울분을 토하는 그들의 말을 종합 한 결과, 소래포구 재래시장 상인들이 이곳에 터를 잡은 건 1996년, 공유수면을 매립하여 대지의 지번을 개인이 취득하지 않고 국가에 귀속시킨 후 국유지로써 일반국유지와는 달리 어민들과 상인들의 땀과 혼이 담긴 생활터전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가설 건축물이기는 하지만 남동구청으로부터 토지대부를 받은 90년 초부터 27년 동안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사업자로써 각 점포마다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매년 종합소득신고 등 납세의무도 성실히 임했으니 하루 빨리 원상복귀를 해줘야 맞다는 것이었다.   

소래 화재피해 비상대책위원회 고성해 위원장 (사진= 신현지 기자)

그런데 장석현 남동구청장은 화마로 전소된 생활터전을 안전상의 이유로 배수로도 없이 레미콘을 부어놓고는 원상 복귀했다는 것이며 이를 보다 못한 상인들이 나서 지난 4월 21일 ‘자정결의 대회’를 거쳐 임시 파라솔 밑에서 영업재개를 준비했는데 남동구청장이 수산시장의 필수 조건인 해수와 전기를 중단시키는 영업방해는 물론 화재의 자리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하니 이들은 현재 비상대책 위원회를 마련해 이 난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었다. 

엇갈리는 시민들의 반응...

"인천의 풍물 보존해야", "공원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소래포구 상인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 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분분했다. 그래도 인천하면 떠오르는 명물거리로 소래포구만한 곳이 없다는 의견에서 공원을 만든다는 것이 꼭 잘못된 발상은 아니라는 것까지.

새우젓을 사기 위해 용인에서 찾아왔다는 주부 김 모씨(여, 64세)는 "소래포구는 새우젓 집산지로 잘 알려져 있어서 해마다 이곳에서 구입하여 김치등을 담구곤 한다"면서 "인천하면 생각나는 것이 월미도, 소래포구, 연안부두 같은 곳 밖에 없는데 인천의 관광상품으로 재개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상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김 씨는 특히 "소래포구는 과거 세대에게는 수인선 경전철의 낭만과 추억도 간직한 곳이고 지금도 수많은 인파가 찾는 장소"라면서 "이렇게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듯 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천 서구 경서동에서 왔다는 최 모씨(남,54세)는 "사실 그동안 무허가로 소래포구 상인들의 생계수단을 충분히 챙겨준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그동안 소래포구 상인들의 바가지는 알려진 만큼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기회에 공원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최 씨는 이어 "상인들 입장에서는 분명 억울한 일일 수 있겠지만 시민입장에서는 지역교통문제도 있고 차라리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설립을 반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시민과 상인과 관광객 모두가 반기는 소래포구로

시장상인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남동구 공영개발사업단 오은상 씨는 "지난 5월 8일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함께 현대화사업계획 추진으로 2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현대식 시장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든다고 알려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남동구는 앞으로도 2층 규모의 현대식 시장 건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래포구를 둘러싼 논란은 간단하지 않아보였다. 시장상인들은 남동구의 결정에 많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시민과 포구 상인, 그리고 소래포구를 찾는 관광객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그런 정책이 필요해 보였다. 서로간의 입장차이로 인해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지 않나 양측 다 생각해 볼일이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소래포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고 있지만 예전같은 영화는 간곳 없고 낮게 깔린 구름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화재 이후 세상이 원망스럽고 분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그들의 말을 뒤로 한 채 바닷가로 걸음을 돌리자  저만치 좌판 옆 기둥에 바람에 나부끼는 현수막이 이들의 한숨인 듯 답답하게 시선을 막아섰다.

“소래포구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 소래포구의 가장 큰 주춧돌인 재래어시장을 되살려 주변상권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명소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현수막을 빼곡하게 채운 글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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