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15일 미국 기준금리 상단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같아졌다. 미국이 예상대로 기준금리 상단을 1.25%까지로 올리면서 외화 유출 등 국내 금융시장의 압박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올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 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시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00~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1.00~1.25%)와 한국 기준금리(1.25%)는 같아지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올 하반기 추가 인상 계획도 시사했다. 만약 미국이 9월 또는 12월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양국 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된다.

이날 연준은 추가인상 가능성에 대해 지난번 회의 때 밝혔던 것처럼 추가 1회(올해 총 3회)를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함께 주목을 끌었던 자산축소에 대한 일정에 대해서는 올해 중에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을 축소한다는 것은 시중에 풀린 돈을 다시 회수하는 긴축정책을 뜻한다. 이는 채권 가격 하락과 채권 금리 상승을 동반해 사실상 기준 금리를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조정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다만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가계 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이는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원리금(이자와 원금) 상환부담을 감안하면 향후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대책반 회의를 갖고 미국 금리인상 경로와 자산 축소 영향 등을 논의했다.

대책반 회의는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와 투자규모 축소, 자산 축소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 동향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연준의 결정이 매파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6월 금리인상과 옐런 의장의 발언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고 생각한다"며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과거 금리 역전 시 한국도 곧 올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당장 한미 간 기준금리가 같아지고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도 생겼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됐을 때 한국도 금세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과거 한미 기준금리 동일 시점의 국내 영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같았던 시점은 이번을 제외하고는 총 3번 있었다.

이 중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은 2차례 있었는데, 모두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우리나라도 시차를 두고 뒤따라가는 모습이었다.

첫 역전은 1999년 5월로 양국의 기준금리는 4.75%로 같아졌다. 같은 해 8월 후 미국이 금리를 5.0%로 올리면서 역전되자, 2000년 2월 한국도 기준금리를 5.0%로 올리며 쫓아가기 시작했다.

당시 기준금리 역전은 유가증권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을 가져오는데 그쳤다. 1999년 5월 한미 기준금리가 같아지자 코스피지수는 810p에서 696p로 하락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지만 금리 역전보다는 대우그룹 워크아웃 등 국내 금융시장 불안정성의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두번째 역전은 2005년 6월이었다.

당시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3.25%로 같아졌으며, 한달 뒤인 7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며 역전됐다. 이후 10월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같아졌던 두 번의 시기 당시 한국 금융 시장에는 단기적인 충격이 발생했지만 발빠르게 따라잡으며 자금 유출 피해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 역전 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충격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미국이 하반기에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만큼 외화 유출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 역전현상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은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하나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 기초 여건과 국내 이벤트에 따른 영향이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성장 경로 이탈 등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제 관련 부처들 간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경기 대책과 중장기 성장 정책 추진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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