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향, ‘스퍼미딘과 스퍼민 성분’... 노화억제 효과 있어

서울 개웅산의 꽃이 만개한 밤나무들(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계속되는 가뭄 속에서도 밤꽃이 하얗게 피었다. 굳이 서울을 벗어나지 않은 도심의 야산에도 토종밤꽃이 하얗게 산을 덮었다. 그런데 그 독특한 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밤이 되니 밤꽃의 비릿한 향은 더욱 짙어져 도대체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다. 식물업계에서는 독특한 향이 스퍼미딘과 스퍼민 성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퍼미딘은 폴리아민의 하나로써 대사회로상에서는 퓨트레신(putrescine), 스퍼민(spermine)의 중간단계의 물질이라는 말과 함께.

그러니까 밤꽃에서 남성의 체취가 나는 것은 스퍼미딘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스퍼미딘은 염기성을 띠는 것으로 산성을 중화시켜 노화를 억제를 한다고, 또 그 향에 예전 밤꽃이 필 때면 홀로 사는 젊은 여인들이 그것에 취해 바람이 났다는 말이 생겼다나, 어쨌다나.

(사진=신현지 기자)

이처럼 묘한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아니, 엉뚱하게도 과부의 바람의 원인에 누명을 쓰고 있는 밤꽃이고 보니 이 기회를 통해 밤나무에 관해 좀 더 지식을 넓혀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즉, 밤나무는 한반도와 일본이 원산지라고 하는데 나무의 키는 20m 안팎으로 잎은 어긋나 길쭉하고 타원형에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게 특징적이다. 또 나무껍질은 자줏빛이 도는 적갈색으로 꽃은 6~7월 무렵에 옅은 노란색을 띠며 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길다란 미상꽃차례에 무리지어 피며 유독 수꽃에서 비릿한 향이 진하다.

또 암꽃은 꽃차례 아래꽃에 달리며, 수꽃은 꽃차례 위쪽에 달리는데 열매인 밤은 9-10월 무렵 날카로운 가시로 둘러싸인 밤송이로 열매 채취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밤송이 안에는 씨 한두 알 또는 세 알 정도가 들어 있어 이것을 날것으로 먹거나 삶거나 구워서 또는 가공해서 먹는데, 밤 속에는 탄수화물, 칼슘·인·칼륨 같은 무기질,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 한약재로도 쓰인다.

특히 만성 구토증과 당뇨병을 치료하고 위장과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또 한국에서 밤은 폐백음식에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과실인데 이는 예쁜 딸을 낳으라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밤나무 재배에서의 산대밤, 광주올밤, 장위밤, 옥광밤, 산성밤 등은 한국에서 개발한 품종이며 삼조생, 이취, 이평밤, 은기, 유마 등은 일본을 비롯해서 외국에서 들여온 품종들이다.  

(사진=신현지 기자)

한편, 이렇게 밤꽃이 피는 시기에 양봉농가에서는 일손이 바빠진다. 벌을 통해 밤꽃의 꿀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밤 꿀 맛은 씁쓸하지만 항산화·항균 효과가 일반 꿀에 비해 10배 정도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특히 위암의 원인균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항균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올해 양봉농가들은 울상이다. 30년 째 양봉을 해오고 있는 김제의 신 모씨는 “전 지구촌의 이상기온으로 벌들의 산란율 저조는 물론 13년만의 최악의 가뭄까지 곁들어 빈 벌통이 늘어만 가고 있다” 고 했다. 또 “ 밤꽃이 피어도 그것을 채취할 벌들이 없어 올 해는 예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수확량이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게다가 병해충 방제로 인한 농약 살포와 지난 달 아카시아 잎혹파리 피해로 벌들이 떼죽음 당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양봉농가의 시름이 늘어만 가는데도 얄궂게도 밤꽃은 눈이라도 내린 듯 온 야산을 하얗게 덮고 있다. 스퍼미딘 진한 향을 내뿜으면서. 아마도 꿀을 많이 따지 못하는 대신 올 가을 튼실한 알밤의 수확을 기대해도 된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저리 스퍼미딘 향이 강한 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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