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집배원 수십명, 근무환경 개선요구

우정사업본부 “법 위반 사항 없어”

매주 13시간 넘는 연장근무, 육체적 고통

노동시간 뿐 아니라 노동강도 역시 문제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 지난 8일 새벽 경기 가평우체국 휴게실, 집배원 용모(57)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전날 빗속에서 늦게까지 우편물 배달을 하고도 용씨는 아침 6시에 출근했다. 잠시 휴식을 청했던 용씨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 집배원 김모(49)씨는 토요일에도 택배를 배달하다가 한 빌라 계단에서 심근경색으로 생을 달리했다. 이날은 새해를 기다리던 12월 31일이었다.

# 지난 3월 집배원 한 명이 집배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충남 보령웅천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한 집배원이 과중한 업무에 대한 괴로움 등을 적은 일기장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많은 집배노동자들이 주말도 없이 근무를 하면서 과로로 인해 사망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공공노조는 새 정부에 집배원 노동환경 개선부터 가사노동자 노동권 보장까지 다양한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지난 15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기자회견과 집배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민주노총공공노조는 지난 15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배원의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과로로 사망하는 집배노동자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매해 수많은 집배노동자들이 과로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집배원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장시간·중노동 일자리다. 집배원들은 연간 2900여 시간 노동을 할뿐만 아니라 뛰거나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등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과로사만 8명이며 우정사업본부의 산업재해율은 전체보다 2배 높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고, 송달업에 해당하는 집배노동자는 노동시간에 적용되지 않는 노동시간특례업종이라는 형행 법·제도를 근거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집배노동자들은 집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자 “법제도에 의한 살인 방조”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17명의 집배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돌연사가 10명이었고, 배달 중 사고 3명, 자살 4명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배원들을 하루 평균 1000통의 우편물을 배달하고 매주 13시간이 넘는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집배원들은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8시까지 13시간을 일하고, 토요일에도 격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 연차휴가 사용 일수도 연평균 2.7일 뿐이다. 택배 업무가 늘면서 육체적인 업무 강도도 세졌다.

(사진=우승민 기자)

이처럼 장시간 노동에 견디지 못한 집배원들은 목숨을 스스로 끊거나 과로사로 추정되는 돌연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지난 15일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와 정의당 추혜선·이정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오후 1시 30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엉터리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사후 대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집배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이 모두 11명의 집배노동자가 자살과 과로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집배노조의 오랜 요구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집배원들은 연간 2900여 시간(2015년 한국 근로자 평균 2113시간)씩 노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과로사만 8명이었다”며 “우정사업본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전국 우체국으로 확대하고 정규 집배인력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정사업본부의 산업재해율을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율보다 2배 높다”며 “제대로 된 전국 실태조사를 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집배원 과로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도 집배원의 고달픈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이미 집배원 100명 증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우정사업본부와 고용노동부는 의지가 박약하다고 고용노동부는 말했다.

 

 

집배원 업무강도는 어느정도?

 

집배원의 통상 출근시간은 오전 7시, 조기출근시 오전 5시다. 퇴근은 오후 8시로 하루 평균 13시간에서 최대 15시간가량 근무한다. 이처럼 집배원들은 1일 평균 1032통의 우편물 배달하면서 월 평균 57시간(주평균 13.2시간)의 연장 근무를 하는 등 장시간 근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5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자료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산 경남 집배노동자들이 작업 시 심박이 106~114bpm으로 나타났다. 상대강도지수(HRR)은 36~47 수치를 보였고, 모두 적정 기준치를 초과했다. 대사량 또한 분당 6.2~6.9Kcal 소모량을 보였다. 평균 걸음 수는 21,937걸음이었다. 평균 남성의 하루 걸음수는 7,516 걸음이다.

이어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 고위험군 34.6%, 잠재적 스트레스군 55.7%에 달했다. 반면 건강군은 9.6%에 불과했다. 집배 노동자 다차원 피로 척도는 ‘매우 심함’ 42.3%, ‘심함’ 21%, ‘약간 심함’ 11%, ‘정상’은 26%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도 집배노동자 88%가 한 달에 1회 이상 나타났다.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제시하는 적정 휴식 기간을 산출한 결과, 집배노동자는 시간 당 20~38분의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노조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집배노동자의 하루 적정 노동시간이 4시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재추방운동연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배 노동자는 하루 약 12시간, 월 77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

집배 노조는 “이런 노동 강도로 2016년부터 집배노동자 8명이 과로사했다”라며 “집배원 과로사 책임인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을 늘리기는커녕 수치상 노동 시간만 줄이려고 한다. 새로운 미래부 장관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에 따라 하루빨리 집배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배원들은 등기수령 등으로 민원인과 다툼이 있고 심한 경우 고소를 당하기도 하는 등 대민 업무에 애로사항을 표명했고 인원 충원을 요망했다.

또한 집배노동자들은 적정 노동시간을 넘어선 초과근무 수당에 대해서 적절한 지급을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승묵 위원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하루에 1시간, 한달에 20시간은 무료 노동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루에 평균 20~30km정도를 가며, 지방은 100km 이상을 가기도 한다. 우편물 1300건, 등기우편물 150통, 택배 40개 넘게 맡아서 일을 하다보면 시간을 초과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이어 “초과근무수당은 물량에 맞춰 시간을 근무명령을 내려주면 좋은데, 과도한 물량보다 근무명령 시간을 적게 내려 편법을 쓰는 경우가 많아 일을 하고도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관련 결과는 ‘장시간노동을 개선해야 하지만 법위반 사항은 없다.’로 요약된다. 비정규직 집배원의 경우 우편사업은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업종에 해당되기 때문에 법률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 53조는 당사자 간에 합의가 있더라도 연장 근무 시간을 주 12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평균 주 13시간이 넘는 집배원들의 현재 근로 형태는 법 위반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집배원은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정규직 집배원은 국가공무원보수 및 복무규정에 의하면 현업공무원으로 분류돼 초과근무에 제한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하지만, 규정에 없는 노동시간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함에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배노동자들은 월 57시간 초과노동을 했다. 이처럼 조사 범위를 한정했음에도 우정사업본부가 2016년 발표한 월 50시간보다도 7시간이나 더 일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실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한 자료까지 분석한 자료와 비교하면 매월 77.2시간 초과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 9월의 경우 유성우체국의 경우, 월 노동시간은 272.9시간으로 무려 103.9시간의 초과 근무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실제로 인정되는 노동시간과 실제 출퇴근 시간은 평균 20시간이 차이가 났는데, 그만큼 임금을 매달 받지 못하며 무료로 노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비판했다.

실태조사 보고서는 이런 통계를 통해 무임금 초과노동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사측의 강요는 없었다고 보고 있다. 집배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해낼 수 없는 업무량을 떠안아 어쩔 수없이 초과노동을 해온 노동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기계적 실태조사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배노동자들이 장시간노동으로 한해에도 수십명씩 죽어가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고, 송달업에 해당하는 집배노동자는 노동시간에 적용되지 않는 노동시간특례업종이라 법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대책도 없다.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라 노동시간특례업종은 업종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유권해석으로 늘려놓은 주당 노동 68시간을 초과할 수 있다.

이 부장은 “노동자가 과로사를 했는데 노동시간특례업종이라는 이유로 그 노동자의 사망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느냐”라며 “이것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자 법제도에 의한 살인방조”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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