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교수, "일반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없어”

제조사 측, 유해물질 90% 감소 홍보

연구결과 일반담배와 비슷한 유해물질 검출 

암암리에 온라인에서 아이코스 불법거래

궐련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것은 불법

이성규 교수, "일반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없어”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일반 담배보다 해롭지 않으면서 맛은 기존 전자담배보다 뛰어나다고 입소문을 타고 있는 신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분이 90%정도 적다고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 일반담배와 비슷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또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에서만 판매하고 있어 온라인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신형 전자담배의 높은 관심만큼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뉴스포스트>는 아이코스 관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사진=우승민 기자)

 

아이코스, 유해성분 일반 담배 3배 검출

말보로를 제조·판매하는 글로벌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IQOS)를 국내에 출시했다.

신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는 달리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만 하기 때문에 연기나 재, 냄새가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일반 궐련형(종이에 담뱃잎을 싼 형태) 담배와 비슷하다는 점에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이코스는 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연초 고형물(제품명 ‘히츠’)을 전기로 가열하는 방식의 전자담배다.

스틱형 전자기기 중앙의 가열 블레이드(날)에 일반담배와 모양은 똑같지만 길이가 절반 정도인 히츠를 끼우고 작동 버튼을 누르면 블레이드 온도가 최대 350도까지 올라가며 니코틴을 찌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 개 히츠의 니코틴 함량은 0.5mg이다.

이에 관련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일반담배와 달리 담뱃잎을 직접 태우지 않기 때문에,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담배 연기와 비교해 유해물질이 90% 정도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반 담배와 가장 맛이 비슷하면서도 연기·재는 없고, 연기 속 위해물질도 적다는 소문에 많은 흡연자들이 아이코스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분이 적다는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대한 제조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존 궐련 담배와 같은 종류의 유해성분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에 휩싸였다.

 

스위스 베른대 레토 아우어 교수팀, 의학협회지에 조사결과 게재

아이코스 제조사인 필립모리스 측은 그동안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 물질이 90%정도 적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일부 유해 물질은 되레 일반 담배의 3배 수준까지 검출됐다.

스위스 베른대 레토 아우어(Auer) 교수팀은 1분에 두 모금 정도 빠는 식으로 일반 담배(럭키 스트라이크 블루 라이트)와 아이코스 담배를 한 개비씩 피웠을 때 유해 물질이 얼마나 나오는지 비교 검사한 결과를 미국 의학협회지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했다. 그 결과, 두 담배의 연기에 든 유해 물질 종류는 비슷했지만 일부 유해 물질은 아이코스 증기에 더 짙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중 하나인 아세나프텐은 아이코스 증기에 개비당 145ng(나노그램·10억분의 1g)이 포함돼 일반 담배(49ng)의 3배(295%) 가까이 됐다. 니코틴은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의 84% 수준이었고, 발암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종류인 아크롤레인이나 포름알데히드도 아이코스에 든 양이 일반 담배의 각각 82%, 74%로 조사됐다.

벤즈안트라센, 벤조피렌 등 유해 물질은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의 4~6% 수준으로 낮게 측정됐다.

이에 대해 필립 모리스측은 해당 연구가 나오자마자 홈페이지에 공지를 내고 “성분 측정 방법이 달라 나타난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 교수는 “유해 물질량이 100분의 1 수준으로 검출됐더라도 건강 위해성이 100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유해 물질은 아이코스가 더 많거나 비슷하게 검출됐기 때문에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아이코스 스토어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있는 손님들 (사진=우승민 기자)

 

지방에선 구매 어려워 불법거래 기승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코스는 유해물질이 기존의 담배 연기와 비교해 90%가량이 감소했다고 홍보되면서 흡연자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개인 간 거래가 불법인 일반담배와 달리 아이코스는 거래가 가능한 전자담배로 분류돼 있다 보니 청소년은 물론 누구나 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카페 10여 곳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아직까지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

아이코스의 문제점은 한정적 수량과 판매처다. CU는 예약물량과 한정 물량 여유분을 서울 지역 2000여개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다. 또 이마트가 운영하는 가전제품 전문 매장 일렉트로마트 역시 서울 영등포, 왕십리점과 스타필드 하남점에서만 팔고 있다. 물론 아이코스 전용 스토어에서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지방에선 구매가 용이하지 않은 단점이 존재한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아이코스 스토어에 방문한 고객들이 매장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아이코스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아직까지 지방에는 아이코스 매장이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아마도 줄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흡연자들도 불법으로 거래를 하면서까지 담배를 끊기 위해 불법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형 전자담배에 대한 정보를 듣고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지방에 살고 있었더라면 불법거래를 한 번 쯤은 생각해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코스 관계자는 “현재 지방에서는 구매가 용이하지 않고, 물량도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된다”며 “하반기 중에 서울 이외 지역에 출시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터넷 중고장터 등에서는 신형 전자담배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글이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12만원의 디바이스부터 4300원 가량의 전용담배까지 지방이라 구하기 힘들다며 택배비를 부담하고 구한다는 사람들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이런 거래가 개인간의 거래이다 보니 청소년 등 사용자 확인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히츠 교환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미 많은 히츠를 확보한 상태에서 취향에 맞는 원료를 서로 바꿔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히츠가 잎담배로 만들어지다보니 궐련이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것은 불법”이라며 “저렴하게 판매되지 않으면 국내 공식 출시 이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아이코스 디바이스는 현재 12만원에 판매 중이며 전용담배인 히츠는 43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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