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2달만에 또 멈춰, 고장 차량은 26년 된 ‘노후 전동차’
서울교통공사, 안전 강화 한다더니...노후열차 관리부실 빈축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역삼역으로 가던 전동차가 또 멈춰 섰다. 지난 4월 28일 지하철 2호선이 신호 고장으로 1시간 넘게 지연 운행된 지 두달만의 일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에 고장 난 전동차는 1991년 도입해 운행된 지 26년 된 차량으로 기대수명을 2년 넘긴 상태였다. 앞서 지난 1월 22일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전동차도 27년 된 노후 차량이었던 만큼 노후차량에 관리 부실이 겹쳤을 개연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불어 시민 안전이 최고의 서비스란 기치로 지난달 통합 출범한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고장으로 인해 외선순환 전 구간의 전동차 운행이 20~30분 가량 지연됐다. 사진은 잠실새내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박은미 기자)

시민들 “재난 영화 수준”

오늘(27일) 아침 7시 5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역삼역으로 가던 전동차가 고장으로 멈춰 섰다. 시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30분 동안 정전 된 전동차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뒤따르던 전동차가 고장 난 전동차를 밀어 역삼역까지 옮긴 뒤에야 고장 난 전동차 안의 승객들은 역삼역에 내릴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정전사고가 발생해 불이 꺼지고 폭발음이 들리고 연기도 났다”, “10분 째 열차가 못 움직이고 있다”, “열차 안은 재난 영화 수준”, “역삼역은 승강장 출입계단까지 만원이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전동차 고장으로 인해 2호선 외선순환 전 구간의 전동차 운행이 20~30분 가량 지연됐다.

잠실새내역에서 30분 째 전동차를 기다리던 최모(36)씨는 “출근길 역사 안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 본다”라며 “요즘 지하철 2호선 고장이 잦아 한달에 한번꼴로 회사에 지각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오전 8시께는 고장 난 전동차로 추정되는 정전 된 전동차가 2호선 잠실새내역을 무정차 통과해갔다. 전동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탑승을 기대하던 시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열차가 고장 난 뒤 바로 전정이 발생했다”며  “고장 난 전동차는 자력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 후속 전동차와 연결해 끌어내는 구원 연결을 하느라 시간이 30분 가량 소요 됐다”고 설명했다.

 

오전 8시께 고장 난 전동차로 추정되는 정전 된 전동차가 2호선 잠실새내역을 무정차 통과해갔다. (사진=박은미 기자)

이번에도 노후 전동차, 기대수명 유명무실

서울시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가 통합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하철 양대 공사를 통합한 ‘서울교통공사’가 지난달 31일 출범했다.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 1~8호선 운영 주체는 23년 만에 하나가 됐다.

양대 공사의 주된 통합 명분은 지하철 안전 강화다. 서울교통공사는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운영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본사 안전관리본부로 관리를 일원화했고, 통합에 따른 중복인력 393명을 역사 안전 업무에 투입했다. 각 호선마다 사고 예방과 신속 대처를 위한 전담 안전관리관을 배치해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외형적으로는 큰 성장을 보여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으로서 자리 잡았으나 그 이면에는 무분별한 외주화, 막대한 부채, 시설 노후화 등의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또한 전동차의 잦은 고장과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와 함께 안전성에 대한 시민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통합 한달만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역에서 전동차가 멈춰선 것은 적잖은 여파를 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장 전동차가 노후 전동차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후 차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고장 난 전동차는 1991년 도입해 운행된 지 26년 된 차량이었다. 앞서 지난 1월 22일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전동차는 27년 된 차량이었던 점과 맞물려 노후차량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철도안전법에는 전동차 기대수명을 2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2년 철도안전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이같은 내구연한 규정이 슬그머니 삭제됐다. 

도시철도법에도 차량 내구연한 조항이 있었지만 이 역시 삭제됐다. 결국 25년 이상 된 전동차도 점검을 받고 승인만 받으면 무제한으로 운행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전동차는 최대 30여년 기간의 운행을 채우고 폐차된다.

기대수명 자체가 없어지다 보니 정기점검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됐다며 운행을 늘려도 해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세월호도 침몰하기 전에 받은 안전 점검에서 모두 양호했다.

더욱이 문제는 현재 서울교통공사가 보유한 전동차 1954량(1∼4호선) 중 60.6%(1184량)가 21년 이상 운행된 노후차량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차량에 대한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전시민연대 최창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확한 고장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차량 노후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차 노후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완화된 기대수명에만 의거해 운행을 할게 아니라 전 차량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해 고장과 사고가 잦은 열차들에 대한 즉각적인 폐차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 예산 확보를 위해 무임승차로 인한 지자체들의 운영 손실을 정부에서 보존해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 대표는 “고령화와 도시철도 노선의 광역화, 보훈정책 강화 등으로 법정 무임승차자의 이용률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자체들의 운영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며 “무임승차제도가 정부 정책과 법령에 따른 것인 만큼 손실도 정부가 책임져 안전 투자여력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고장 열차에 대한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낼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고장 난 전동차를 군자 차량기지로 옮겨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차량에 대한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앞서 밝혀온 대로 2022년까지 8370억원을 투입해 노후 전동차 620량을 교체할 것이다”라며 “2022년까지 2호선 470량, 3호선 150량 총 620량을 교체하고, 이후 1·4호선의 노후 전동차 교체를 점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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