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현·박 정·민병두 의원 개정안 대표발의, 구직자 불합리한 처우·차별 금지

사진=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블라인드 채용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채용과정에서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나 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을 기재하지 않도록하거나 또 면접과정에서 개인 신상과 관련한 부적절한 질문을 못하게 하는 등 구직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이달에만 5건, 특히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한 개정안만 3건이 국회에 접수됐다. 공교롭게도 3건 모두 지난 23일 3인의 여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 이를 민간 기업에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장 이번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채용할 때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블라인드 채용 법제화를 공약한 바 있다. 우선 법제화 전 업무지시로 가능한 공공부문에서 시작해 민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민간으로 확대

이와 맞물려 여당에서도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영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 바로 다음날인 23일 여당의원 3인이 ‘블라인드 채용’의 제도화를 위한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들 3가지 개정안은 세부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재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행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을 민간 기업으로 확대하자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직자 상당수가 성별이나 신체조건, 출신 학교나 지역 등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받고 있다. 또 면접과정에서 개인 신상과 관련한 부적절한 질문을 받는 등 권익이 지나치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돼왔다.

최근 한 취업포털 업체 ‘잡코리아’ 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의 채용공정성 신뢰도’에 대해 구직자의 77.5%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73.2%는 ‘불공정한 조건이 실제 채용평가에 반영된다고 느낀 적이 있다’ 고 응답했다.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평가 항목은 부모의 배경 및 학력(23.3%), 연령(20.6%) 등을 포함해 출신학교, 신체사항, 가족관계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나이나 학력, 성별 등을 넣지 않은 표준양식의 기초심사자료(표준 이력서)를 만들어 사용을 권장하고 했지만 구속력이 없다보니 민간 기업의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채용상 차별에 관한 해외사례 및 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학력 및 출신학교 정보를 전혀 요구하지 않은 기업은 조사대상 126곳 중 한 곳으로 실효성이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 일부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극소수인 상황이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신창현, 민병두, 박 정 의원

표준이력서 의무화·불합격 사유 알리기

박 정 의원 등 14인이 발의한 개정안은 정부가 정한 표준양식의 기초심사자료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부터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민간으로 점차 자율적으로 확대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신창현 의원 등 13인이 함께 발의한 개정안은 한발 더 나아갔다. 우선 구직자에게 채용 예정 분야의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개인신상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표준 기초심사자료 사용을 민간에까지 즉각 의무화한 것이다.

또 채용면접 시험 과정에서 구직자의 신체적 조건이나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그 인권을 침해하거나 구직자에게 성희롱이나 모욕적인 언행도 금지 조항으로 넣었다.

이 같은 조항을 추가해 지키지 않을 경우 현행과 마찬가지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했다.

민병두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개정안은 채용절차에서 구직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의 금지와 금지의무 위반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시정명령을 규정토록하고 채용광고에 채용대상 업무, 임금 등을 명시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필기·면접시험 등에 불합격한 구직자에게 불합격한 사유를 알리도록 했다.

 

쉽지 않은 법제화, 사회적 인식 전환 관건 

이 같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법제화까지는 적지 않은 이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기업의 자율권 침해 논쟁 불가피하다. 기업의 반발 분 아니라 사회 집단별 반발도 적지 않다. 기업의 경우 취지에는 공감하나 여전히 현실 적용에는 어려움 토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 자율권 침해라는 인식과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채용 과정에 까지 끼어드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제화를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구직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병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채용과정에서 업무와 관련이 없는 서류를 작성 및 제출하게 하거나, 면접과정에서 개인 신상, 성적 굴욕이나 혐오감, 강매 또는 강제가입을 요구하는 등의 불합리 한 처우는 구직자에게 더 큰 상처와 좌절감을 안겨주며 청년들의 사회진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개정안 발의도 법안 통과에 앞서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는 역할로도 의의를 가지고 있다.

개정안 작업에 참여한 신창원 의원실 관계자는 본 기자에게 “기업에 자율권을 제한 등 여러 가지 논란 있을 순 있으나 또 언제 법제화 논의가 될 수 있을까”라며 “지난 19대 때도 관련 법안이 많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다수 의원이 발의하는 과정에서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 됐다는 것으로 아무래도 많은 논의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이미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며 “특히 우리처럼 학연·지연·혈연 문화가 강한 만큼 해외보다 더 강한 규정 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원 공감 이뤄진다면 법 통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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