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설치기사 추락사 원인 제공자를 센터장에 임명

(사진=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비 오는 날에도 실적을 압박하며 전신주 작업을 지시해 결국 사망사고까지 발생하게 만든 장본인에게 징계가 아닌 승진이라뇨.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예요”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이해조 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이뤄진 사내 인사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내부적으로도 부적절 인사에 따른 직원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SK브로드밴드 의정부센터 소속 인터넷 설치기사 추락사고 관련 책임자로 지목됐던 인물이 최근 사내 인사에서 해당 센터 센터장으로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SK브로드밴드 의정부센터는 홍모 전 본부장을 센터장으로 승진발령 조치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사인 의정부센터는 내달 1일 자회사인 ‘홈앤서비스’로 전환되는데, 그에 앞서 이를 책임질 담당자로 홍 센터장을 선택한 것이다.

홍 신임 센터장 인선 소식이 전해지자 사내에선 즉각 ‘부적절한 인사’란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서 의정부센터 비정규직 노조는 인터넷 설치기사 추락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37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비·눈·바람 등의 기상상태에서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을 경우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데 그와 같은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일 비가 내렸음에도 팀장(홍 센터장)의 실적 압박에 결국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주장했다.

인터넷설치기사 사망사고의 원인 제공자가 관리 책임자였던 홍 센터장이란 주장이다.

이어 노조에서는 사측이 홍 센터장에게 사고 책임을 묻기는커녕 승진 조치한 것은 이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정부센터 내부에서는 홍 센터장의 평소 업무지시 행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의정부센터에서 근무 중인 A씨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센터장으로 승진한 홍 전 본부장의 강압적인 업무지시와 폭언 등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이런 이유로 자회사 전환을 앞둔 최근에도 사직서를 낸 직원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자회사 전환 후 6개월 뒤 센터장에 대한 평가가 있을 예정이라고는 들었지만, 직원들은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사고 이후 센터 내부에서는 공식적인 사과나 관련 책임자 징계 등이 전혀 없었다”며 “홍 전 본부장이 그동안 자숙을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을 대표해 온 이해조 지부장 역시 “홍 센터장 승진이 부적절하다고 회사 측에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자회사 내 새로운 인사평가방식에 따른 것’이란 원론적인 얘기뿐이었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이어 “사측에서는 전임 센터장이 후임 센터장 후보를 추천할 경우 임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는데, 도덕적인 문제를 배제한 인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홍 센터장에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음에도 그에 대한 승진 인사를 강행한 SK브로드밴드 측은 오히려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해당 인사에 대한 고발조치가 있었으나 실적압박 부분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센터와 협의 후 인사이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인사의 폭언, 고압적인 업무지시 등에 대한 것은 확인된 바 없다”며 “센터 직원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원청에서 직접적으로 징계를 내릴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반발과 관련, 지속적인 대화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만약 해당 인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검토해보겠지만, 현재로서는 추가 인사 등은 계획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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