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 "개인별 불편의 차이는 있지만 왜곡에 가까워"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맘 편히 화장실을 다녀오기가 어려워 언제부턴가 회사서 물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하나금융투자 창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의 얘기다. 창구에 배치된 직원이 2명 뿐 이거나 심지어 1명인 지점도 있어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렵다는 하나금융투자의 노동자들. 창구 근무환경 개선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궁여지책으로 덜 먹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던 그들의 서러움이 결국 터져 나왔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스포스트DB)

하나금융투자 노조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2인 이하 창구는 총 72개 점포 중 70%(50개)에 달한다. 신한금융투자(30%), NH투자증권(6%), 한국투자증권(2%), 하이투자증권(7%), 교보증권(23%), SK증권(28%)에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회사가 비용축소에 집중하며 지점별로 1명 또는 2명이 창구업무를 맡는 지점이 급격히 급증했다”며 “인력은 적고 업무는 많은 탓에 열악한 근무 환경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 직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비용절감에 매몰된 하나금융투자는 지점별 업무직원 축소를 유도했고 2명 또는 1명이 창구업무를 맡는 지점을 대량으로 양산시켰다는 것이다. 급기야 하나금융투자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2인 창구를 보유한 증권사가 됐다.

이 관계자는 만연된 2인 창구의 반인권적인 근무환경으로 인한 여성 노동자들의 피해사례는 실로 참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객이 밀려 와 점심을 거르기 일쑤며, 창구를 비울 수 없어 아파도 참고 근무한다는 직원도 많았다”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바로 찾아가지 못했던 일부터 심지어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아이를 유산한 일 등 눈물겨운 피해사례들이 노동조합으로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맘 편히 화장실을 다녀오기가 어려워 언제부턴가 물을 먹지 않는다고 밝힌 직원도 있었다”며 “그저 가슴이 먹먹해질 따름이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창구 여성 직원들은 법으로 보장된 휴가조차 제때 쓸 수 없다.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업무를 대신할 노동자를 파견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휴가 계획을 한 달이나 6개월 전에 세워야 하며 파견인원이 부족해 그마저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직장인이 생각하는 연차의 개념이 사실상 없다”며 “갑자기 아픈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집안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지, 2인 창구 업무직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속을 태워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이 버텨낼 수 없는 반인권적 근무환경과 폭증된 노동 강도로 인해 퇴직자가 다수 발생했고 도피성 육아휴직자까지 급증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결국 남아있는 직원의 업무 부담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단기 수익 극대화라는 미명하에 차별적인 업무직군을 만들고 그들의 노동환경을 극한으로 내 몰고 있고 있다”며 “이러한 하나금융투자의 행태야 말로 적폐이자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29일 오전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앞에서 '2인 창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제공)

이에 대해 하나금융투자는 와전된 얘기라고 주장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휴가를 갈 경우 인력 공백을 매우기 위해 직원 간 날짜를 조율하는 것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라며 “개인별로 느끼는 불편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를 두고 근로환경이 참담한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에 가깝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직원은 평균 휴가사용 일수도 12.8일로 반인권적 근무환경과 법으로 보장된 휴가조차 제대로 갈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못 박았다.

타사 대비 높은 2인 창구 비중이 높은 점은 인정했다. 다만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점포 통폐합을 통한 인력 재배치’가 근무환경 개선의 대안이라는 입장을 더욱 강경히 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시장이 좋은 시절이 아니다보니 점포 대형화를 통해 인력을 재배치 할 수밖에 없다”며 “점포가 통폐합된다고 해서 원거리 지점으로 내몰리는 것도 아니며 고용승계도 100% 보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2인 창구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서라도 점포의 대형화를 통한 영업소에 근무하는 업무직원의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고객과 직원 보호 차원에서 점포 통폐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점포 통폐합 여파로 고객들이 이탈할 수도 있으며, 이를 빌미로 직원들이 해고되거나 거주지와 먼 지역으로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금융투자 인천과 부천 지점이 통합됐지만, 부천지점에 근무하던 직원 B씨는 인천 지점이 아닌 25km 거리인 은평구로 발령 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2인 창구 지점인 인천과 부천이 통합된 결과 인천은 여전히 2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사측의 논리대로라면 인천이 4명으로 늘어나야 하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는 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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