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국력을 평가하는 요소로는 한 나라가 지닌 정치, 경제, 문화, 군사력을 들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국력을 평가하는 잣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중 변하지 않는 요소가 바로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아무리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하더라도 군사력이 약하면 이웃나라의 침입을 받아 멸망의 길을 걸었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이후로는 군사력과 더불어 경제력이 국력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소로 떠올랐다. 서구열강이 경제력 강화를 위해 식민지 건설에 열을 올린 이유다.

이러한 국력을 기초로 우리는 약소국과 강대국을 구분한다. 강대국이란 국가의 의지와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영향력을 전 세계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나라를 뜻한다. 이같은 정의는 정치학상의 일반적인 접근법으로 1815년 빈 회의를 통해 정립된 단어이다.
이를 근거로 미국 국제정치학의 표준 데이터 셋(data set)인 COW(Correlates of War)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일본을 20세기 후반 이후의 강대국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런 강대국이 우리 주변에 4개국이나 존재한다니 어찌 보면 전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우리나라는 DMZ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4개국의 눈치 보기도 힘든데 북한과 연일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으니 이만저만 고달픈게 아니다.
역사이래로 이 같은 상황에 내몰린 적도 없는 듯하다. 종주국을 자처한 청나라와 제국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조선침략의 야욕을 드러낸 일본, 남하정책을 추진 중이던 러시아에 둘러싸인 대한제국도 나라가 둘로 쪼개진 상황은 아니었다.

강대국이 이웃해 있으면 힘들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과거 고려중기까지는 최소한 주변국과 동등한 관계이거나 오히려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가 더 많았다.
고구려의 경우 당에 의해 무너지기 전까지 주변국을 아우렀으며 신라도 당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통일 이후 중국과 독자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고려도 발해를 멸하고 등장한 요나라나 금나라와 다툼은 있었지만 최소한 형제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이같은 밑바탕에는 바로 군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는 나당전쟁에서 당나라 20만 대군을 물리치고 통일을 완성했으며 고려도 대등한 군사력으로 요와 금의 관계에 있어서 원만함을 유지했다. 몽고의 군사력에 굴복한 몽고침략기를 제외하고는 독자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력이 약하면 살아남기 위한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아무런 대가를 주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교력이 중요하다. 이른바 주변 환경과 상황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서희의 거란과의 담판외교나 광해군의 명청간 등거리 외교 등은 이를 잘 활용한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진과 그 밖의 6국 사이에서 전개된 합종연횡(合從連衡)도 이러한 외교술의 일환이다. 특히 소진의 합종술은 약소국이 살아갈 모범이었다. 당시 최강국 진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6국의 합종으로 진나라는 15년간 침략의 꿈을 버려야 했다. 합종술로 전쟁억지력을 만든 것이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에 성공했다 한다. 당장 미국이 이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우리시간으로 5일 오전 7시20분께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강하게 규탄한다"며 "더욱 강력한 조치로 ICBM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이처럼 나서는 것을 보면 북한의 ICBM 발사성공이 사실인 듯하다. 어찌 보면 북한 입장에서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본토까지 보낼수 있는 ICBM 발사성공이 전쟁억지력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북관계에 있어서 전쟁억지력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주한미군의 주둔자체도 전쟁억지력임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하고 나섰다. 그런데 무언가 좀 답답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인해 우리에게 넘어올 듯하던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긴 느낌이다. 미국에 비해 약자의 입장인 북한이 초강대국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도의 계산된 전략으로 벌인 일이겠지만 그 여파는 주변에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군사력의 잣대는 경제력과 기술력의 총합이다. 단순히 인구수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며 땅덩어리에 의해 평가되지도 않는다. 북한은 그동안 전쟁 당사자를 미국으로 보고 이에 대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그 결실이 미국의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성공으로 마무리 되는 듯하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준비했을까? 우리에게 과연 자주국방은 있었던 것일까? 항구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쟁억지력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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