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주인들..."원룸 공실률 높아져 생계에 타격", "학생들 입장 이해하지만..."

지방 학생들 “기숙사 부족해”

월세 마련 위해 아르바이트 늘려

월세비 비싸 왕복 2~3시간 선택

세종대, 주민들과 합의 끝에 건립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서울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지방 거주 학생들은 통학이 힘든 탓에 가장 먼저 주거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원룸, 오피스텔 등 여러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교가 제공하는 기숙사만큼 가성비가 좋은 곳도 없다. 재학생 누구나 학교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수용률이 현저히 낮은 탓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소수만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학교 측에서는 기숙사의 추가 건립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기숙사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교 측과 주민, 구청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았다.

 

고려대학교 기숙사 건물 (사진=우승민 기자)

고려대·한양대, 여전히 주민 반대 거세

여름방학이 되면서 다음 학기 기숙사에 떨어진 학생들은 비싼 월세 걱정이 앞선다. 학교 앞 전봇대에는 방 구하는 전단지가 곳곳에 붙여져 있었고, 학교측은 학생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기숙사를 대폭 늘리려고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전체 재학생 수 대비 기숙사 수용인원)은 10.4%로 총 학생 10명 중 1명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

대학알리미 기숙사 현황을 보면,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 입사 경쟁률은 1.5대 1이다. 기숙사 지원자 수는 약 9만 7515명이었지만 수용 인원은 6만 6710명뿐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입사 경쟁률은 3.8대 1로 가장 높다. 2위는 2.9대 1 경쟁률을 보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다.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서울 소재 대학을 기준으로 약 14%다. 학생 100명 중 14명만 기숙사에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숙사 입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은 학교 밖 원룸으로 내몰린다. 서울 주요 대학가 평균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8만원이다. 이마저도 대학 소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문제로 고려대는 지난 2013년 말 학교 부지 내에 1100명이 수용 가능한 ‘개운산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성북구청과 인근 원룸 주인들의 반대로 4년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 모양은 “고향이 포항이라서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에서 산 이후로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아 자취를 하고 있다”라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기숙사는 정말 필요하다. 하지만 원룸 주인들이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 월세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라고 전했다.

이어 “학교 주변 원룸들이 깨끗하고 싼 것도 아니다. 낙후된 곳이 많은데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원룸 주인들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대학 기숙사 신축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 몇 년간 표류하면서 해당 주민들과 갈 곳 잃은 대학생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높아지는 기숙사 증설 필요성에 학생들은 재학생들의 탄원서를 받아 서울시와 각 해당 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고려대 학생회는 이달 초 기숙사 신축을 촉구하는 탄원서 3000여 장을 모아 서울시에 제출했고, 안암동 주민들로부터 받은 탄원서도 추가로 접수할 계획이다.

고려대 측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고려대 근처 성북구 안암동 원룸 월세는 평균 47만원, 월 20만원부터 시작하는 기숙사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월세다.

대학가에 위치한 하숙, 원룸촌 (사진=우승민 기자)

이승준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월세 부담 때문에 멀리서도 통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10.4%의 기숙사 수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학생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원룸 주인들..."학생입장 이해하지만 공실률 높아져 생계에 타격"

하지만 학생들의 기숙사 건립 촉구에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원룸주인은 “기숙사가 생기면 원룸 공실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라며 “우리도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월세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삶도 걱정이 되다보니 반대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석한 생활관 건립 반대대책위원장은 “원룸 건물주가 60대, 70대 심지어는 80대 분들이 하는 영세 원룸이 대부분이다. 기숙사가 들어오면 이들의 노후가 위협받는다”고 설명했다.

성북구청에 따르면 현재 고려대 기숙사 신축은 성북구 개운산근린공원 내 위치한 학교소유 토지에 기숙사를 신축하는 계획안으로, 2017년 4월 고려대측에서 성북구로 자료를 제출해 관련법규에 따라 행정절차를 이행할 계획에 있다.

또한 고려대측에 도시공원위원회 자문 상정을 위한 서류 보완을 요청한 상태이다. 기숙사 건립과 이를 반대하는 민원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으로 성북구에서는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람공고 등을 추진할 예정이며, 고려대에는 각계각층의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설명회 개최 등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성북구는 전했다.

이러한 기숙사 건립 문제는 고려대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도 주민들의 반대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양대와 총신대 또한 기숙사 건립을 위한 기본 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계속 되고 있다.

이에 한양대학교 관계자는 “며칠 전 학교측과 주민들이 기숙사 건립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기 위해 자리가 마련됐다”라며 “기존에는 이러한 자리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다는 것 자체가 많은 발전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허가는 아직 결정 난 것은 아니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는 올해 초 기숙사 건립을 포함한 캠퍼스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내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기숙사라는 ‘대규모 시설’이 들어오면 주민들의 ‘영세 사업장’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생활관 신축을 서두르라며 이달 초 1686장의 탄원서를 받아 서울시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생활관 건립 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조직적인 반대 활동을 예고했다.

한양대 건축공학부에 재학중인 정 모씨는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2~3시간이 걸린다. 자취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월세 마련을 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을 접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장거리 통학을 하면서 월세 부담을 덜고 있는 친구들이 주위에도 꽤 많다. 지방에서 사는 친구들은 기숙사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라며 “학교 측과 주민들의 합의가 잘 이루어져 하루빨리 기숙사 건립에 성공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석한 생활관 건립 반대대책위원장은 “한양대가 지난해 국제기숙사라고 하면서 생활관을 지었지만 결국 일반 재학생들도 들어와 월세가 떨어졌다”며 “학교가 주민들과 약속을 지킨다고 믿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관계기관인 성동구는 “곤란하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학생들의 주거 공간을 마련한다는 학교 측의 논리와 생계권을 위협받는다는 주민들의 민원 모두를 져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캠퍼스 계획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주민과 학생들은 사실상 ‘보류’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로썬 어느 쪽 편도 들어주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세종대학교, 대화로 기숙사 건립 이끌어

한편 기숙사 건립에 따른 학생과 주민들의 갈등이 해결 돼 기숙사 건립에 성공한 학교가 있다.

홍익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주민들과 소송까지 가는 등 갈등을 겪었지만, 주민들과 합의한 결과 기숙사 건립을 이뤄냈다.

새로 짓는 기숙사를 두고 2년 넘게 갈등을 빚던 세종대학교와 인근 지역주민들은 열 차례가 넘는 대화로 해결안을 만들었다. 자치구의 중재로 학교 측이 주민들을 위한 공간과 지원계획을 내놓으면서다.

앞서 지난 2013년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있는 세종대는 새날관 자리에 지하 5층, 지상 12층, 연면적 5만 3000㎡규모의 기숙사 건물 신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착공이 계속해서 늦춰졌다.

군자동에서 주택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이나 상인들은 새 기숙사가 주거시설뿐 아니라 근린시설까지 있어 지역 상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주민 3500명은 광진구에 반대 서명을 제출하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은 구에서 양측이 합의안을 만들 수 있도록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광진구와 세종대, 군자동 주민협력위원회가 한자리에 앉아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협약에 따르면 우선 광진구와 세종대, 주민들은 군자동 일대 빈집과 임대주택의 현황을 조사해 서로 공유하고, 대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연결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학교 측은 지역 임대주택의 간단한 수리비와 도배 등을 지원하고 구청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집을 대학생에게 싼값에 임대하는 방안도 강구했다.

또한 주민들이 지역경제 잠식을 우려하는 우체국과 편의점, 서점 등은 추가로 들여놓지 않고 학교 내 다른 곳에 있는 것을 새 건물 1층이나 2층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새 기숙사 주차장 60면을 학교에서 쓰지 않는 밤 시간에 주민들이 월 2만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운동장·도서관도 개방하도록 했다.

합의서 내용은 ‘학교-구청-주민이 원룸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기숙사 주차면을 저렴한 가격에 주민들에게 제공한다’ 등의 양측을 고려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청년들의 저렴하고 질 좋은 주거를 보장하기 위한 단체’인 조현준 민달팽이 유니온 사무처장은 “원룸 주인들이 걱정하는 지역 경제의 침체와 관련해선 기숙사 신축에 여러 프랜차이즈가 입점해 이를 해결할 수 있고 또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기숙사 측에 마련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세종대도 이 합의안이 통과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학생들의 주거권을 가지고 있는 학교 측과 각 해당 구에서 주민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지역사회와 학생 측 모두 공생하는 방법만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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