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가려움증 덜어주지만 소독 효과는 미비
침 발랐다간 '독' 올라,. 흐르는 물로 씻고 약 발라야"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바야흐로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7월. 무더운 여름의 불청객인 모기와의 대결은 숙명이다. 윙윙거리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것은 기본이며, 시원한 계곡에서 여유를 즐길 때조차 괴롭힘을 당한다. 세상에서 가장 얄미운 곤충이 바로 모기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보통 모기에 물렸을 때 침을 바르는데, 이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침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사람은 많지 않다. 긁지 말고 침을 바르라던, 우리의 부모님 세대부터 내려온 민간요법을 따를 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침이 상처의 가려움증을 없애고 치료하는 역할을 할까? 모기에 물린 뒤 침을 바르는 것은 과연 적절한 방법일까? <뉴스포스트>는 이와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의들의 의학지식을 통해 팩트체크해 봤다.

 

(사진=뉴스포스트DB)

간질간질 모기의 공습

모기에 물려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건 모기의 독소 때문이다. 모기 주둥이에서 나온 독소들이 인체로 침투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차앤박피부과 피부전문의 김선지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기 암컷은 알을 만드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받기 위하여 동물의 피를 흡혈한다”며 “이 과정에서 피가 굳지 않게 하기 위해 항응고제가 포함된 타액을 사람에게 주입하는데 이 물질이 가려움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기의 타액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물린 부위가 더 붓고 가려움도 심하며”며 “개인차에 따라 물리지 않은 부위에도 붉은색 발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소독 효과는 허구?

모기에 물리면 임시방편으로 침을 바르는 사람들이 많다. 침이 증발하며 생기는 기화열이 모기 물린 상처 주변 열을 식혀줘 가려움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침에는 항균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모기나 벌레 물린 데 바르면 가려움을 줄이고, 상처를 아물게 한다. 일례로 침 안의 ‘라이소자임’이라는 항균성분은 세균을 죽이고 발암물질과 벤조피렌 등의 독성물질도 제거한다.

하지만 현대의학에서는 모기가 물렸을 때 침을 바르는 행동을 삼가 하라고 조언한다. 침을 바르는 행동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순간의 가려움을 덜어는 주나 침속에 있는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등이 물린곳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특히 전문의들은 모기의 상처보다 더 무서운 이른바 ‘침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선지 원장은 “침을 바르는 행동은 백해무익”이라며 “침에는 유익한 성분 이상으로 세균과 박테리아가 많기 때문에 긁어 덧난 상처에 침을 바르게 되면 여러 가지 세균들이 피부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2차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의 침 성분에는 단백질 및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모기가 주입한 자극 물질을 분해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침 안에 존재하는 항균 물질들이 모기가 주입한 타액 까지 소독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러면서 “모기 물린 자리에 침을 바르면 일시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수분이 증발하면서 피부온도를 낮추는 효과 때문이다”며 “따라서 침 대신에 시원한 물을 바르거나 얼음을 피부에 대는 것도 동일한 효과를 낼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은미 기자)

긁으면 안돼요, 사후관리 ‘이렇게’

가장 좋은 방법은 모기에 물린 곳에 연고를 바르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가려움을 참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야외에서 활동이 많아지는 여름철에는 바르는 연고를 항상 비치해 둬야 한다.

만약 연고가 없는 상황이라면 물린 부위를 흐르는 물에 씻고 얼음찜질로 혈액순환을 억제해 가려운 것을 둔감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암모니아수를 발라 소독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소주 등의 술로 상처 부위를 씻는 것은 위험하다. 술의 알코올 성분은 소독용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김선지 원장은 모기나 벌레에 물렸을 때 경우 2차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가려운 것을 긁다보면 상처가 생기고 이곳으로 균이 침투하여 2차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그러므로 우선 가려움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멘톨, 페놀, 캄퍼,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포함된 외용약(리도맥스, 보송크림 등)을 사용하여 가려움증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피부에 상처가 생겼다면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후시딘이나 박트로반 등의 항생제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미 집에서 처치하기에 심하게 부었거나 진물이 난다면 병원에 방문하여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는 모기가 활동하는 정도를 알려주는 모기 예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사이트 캡처)

조심해야할 여름철 모기 질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모기에 물렸을 때 긁거나 침을 바르면 ‘봉와직염’ 등의 피부염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봉와직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피부 감염으로 피부 조직이 벌집처럼 붓고 푸석푸석해지는 질병이다. 피부표면의 작은 상처로 세균이 들어가 진피와 피하조직이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연조직염, 봉소염, 봉과직염이라고도 불린다.

발생 부위가 붉게 변하면서 통증을 동반한 열이 나기도 하며, 물집과 고름도 생긴다. 단순 염증 질환이지만 초기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피부괴사와 패혈증, 화농관절염, 골수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9만1000명이었던 환자 수가, 가장 덥고 습한 8월에는 14만4000명까지 치솟았다. 2015년에도 8월(14만2491명)과 7월(13만4598명)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여름에 봉와직염이 흔한 이유는 높은 습도 때문에 원인균 번식이 쉬워 상처의 염증이 2차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름철 습도가 높아지면 황색포도알균의 번식이 활발해져 모기에 물린 부위가 봉와직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부쩍 늘어난다”며 “모기에 물렸다면 해당 부위를 침을 바르는 것은 삼가고 만약 상처가 생겼을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해 감염병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야외활동을 한 후 집에 돌아오면 흐르는 물론 씻고 상처부위는 오염을 막기 위해 건조시켜 연고를 발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봉와직염 외에도 주의해야 할 여름철 모기 매개 질병으로는 ‘구진성 담마진’이 있다.

구진성 담마진은 모기·빈대·쇠파리·진드기 등 곤충에 물리거나 쏘일 때 국소 알레르기성 피부 발진과 전신 곤충 알레르기가 동시 발생하는 질병이다. 곤충의 종류, 물린 정도, 합병증의 유무 등에 따라 증상 징후가 다르다.

김선지 원장은 “2세 내지 7세의 어린이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병으로 초기 증상은 수두 발진과 비슷해 두드러기 치료도 같이 해주어야 한다”며 “아토피성 체질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비교적 더 자주 나타나며 몇 달을 두고 다시 났다 없어지고 또 재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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