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상들은 길게는 한달의 여유, 역대 대통령들은 3~7일간 휴양지, 군시설 찾아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절대로 사람들이 내 휴가를 빼앗도록 놔두지 않는 것”

대통령도 달콤한 휴가를 꿈꾸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었다. 4선 연임을 노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녀는 장수 총리 비결로 “웃음과 휴가”를 꼽았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3주간의 겨울 휴가를 보내는 등 세계 곳곳에서 긴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닷새간의 휴가를 즐기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겨울 하와이에서 한달간의 긴 휴가를 보냈으며 올 봄에는 남태평양 타이티섬에서 영화배우 톰 행크스, 오프라 윈프리 등과 한가로운 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2∼3주 앞둔 가운데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여름휴가 모습이 어땠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내 대통령들은 외국 국정 지도자들처럼 긴 휴가를 쓰진 못했다. 기간은 3~7일, 장소는 주로 대통령 별장이나 군(軍)시설을 이용했다. 청와대를 오래 비울 수 없는 데다 경호상의 문제도 있어 해외여행보다는 주로 국내여행을 선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5월 양산 사저에 도착해 반려견 마루를 쓰다듬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첫 여름 휴가는 어디?

문재인 대통령이 첫 여름휴가를 어디서 보낼지 다양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 평소 ‘휴가 예찬론’을 펼쳐온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여름 휴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노동자의 충전과 안전을 위해 여름휴가 12일 이상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연차휴가 15일을 다 소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7월말부터 8월초를 유력한 시기로 점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다녀온 이후이기 때문이다. 장소는 지난 5월 주요 인선 발표 후 첫 연차 휴가를 보냈던 경남 양산 사저가 또 다시 거론된다.

역대 대통령들이 선호했던 휴가지인 청남대와 거제 저도의 경우는 후보지에서 제외된다. 청남대는 충북도가 대통령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 중이며 저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청와대 개방과 함께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한 만큼 현재 개방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 일정에 대해 논의 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 해외순방 일정을 준비해 온 터라 휴가에 대해 논의 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현안이 정리 되는대로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2년간 제작돼 청남대에 설치된 역대 대통령 동상. (사진=청남대 제공)

청남대 화장실은 ‘금’으로 되어 있다?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 관한 ‘특별한 구상’을 하는 휴가지는 경호 안전이 보장되는 ‘특별한 곳’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지로 가장 많이 선택한 곳은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인 ‘청남대(靑南臺)’다.

충북 청주시 대청호반에 자리 잡고 있는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1983년 만들어졌다.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며 일반인의 접근은 철저히 통제됐다. 당시 ‘청남대 화장실은 금으로 만들어져 있다더라’라는 유언비어가 돌 정도로 권위주의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대통령 일행이 방문하는 날에는 일대 주민들이 경호 때문에 불편을 겪곤 했다.

마침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의 상징인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며 2003년 충북도에 소유권을 넘겼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자 정말 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객이 화장로 몰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현재는 대통령 테마파크형 생태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주로 청남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축구를 즐겼고, 싱글에 가까운 골프 실력을 자랑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 삼매경에 빠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날마다 조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 휴가 기간 내내 청남대 조깅 코스를 매일 2㎞씩 달리며 보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여름 휴가 직후 금융실명제법을 전격 발표하면서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내기도 했다.

다리가 불편해 거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운동을 즐기기보다 산책이나 서예로 휴가를 보냈다.

 

지난 2013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저도 휴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박정희-박근혜 부녀가 사랑한 저도, 국민의 품으로?

거제 저도는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휴양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한 뒤 ‘청해대’로 이름을 붙이고 군사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일반인 출입과 어로 행위가 전면 제한됐다.

저도를 가장 많이 찾은 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를 잃은 뒤에도 저도를 찾아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진다’는 시를 짓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저도는 추억의 장소이다. 성심여고 1학년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영복을 입고 여름을 즐겼던 곳도, 2013년 취임 첫 해 여름 휴가를 보낸 곳도 저도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편한 옷차림으로 백사장에  ‘저도의 추억’을 쓰는 모습 등 사진 5장을 페이스북에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더욱 유명해졌다. 최순실의 컴퓨터에 각종 정부 문서들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공개 저도 휴가 사진도 다수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방향이나 홍보 업무뿐만 아니라 여름휴가 일정까지 챙겼다는 뜻이 된다.

현재 저도가 시민들에게 되돌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선 전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거제시 지역위원회의 개방 요구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청와대 개방과 함께 거제 저도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취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저도의 개방을 위해 국방부의 ‘반환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넘어야 한다. 해군은 “저도는 해군 작전기지로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반환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청남대를 개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저도 개방도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활동형’ 이명박, 진해 해군 휴양소서 테니스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타공인 ‘테니스 마니아’다. 휴가지에서도 테니스 라켓을 놓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첫 해인 2008년 7월 26일~30일 진해 해군 휴양소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는 김윤옥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테니스 등 스포츠를 즐기며 하반기 국정 운영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취임 첫해 여름휴가 당시는 한미소고기협상으로 불거진 ‘촛불집회’로 정국이 어수선했을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진해 해군 휴양소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진해의 해군 휴양소를 찾아 찾아 짬짬이 낚시를 즐기며 이른바 ‘활동형’ 휴가를 보냈다.

 

청남대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 (사진=청남대 제공)

‘방콕형’ 대통령, 관저에서 조용히

‘청와대 휴가’를 선택한 대통령도 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두 대통령은 대부분 여름 휴가 기간 동안 관저에서 독서에 열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주로 청와대를 휴가지로 삼았다. 2004년 탄핵 소추, 2006년 태풍으로 인한 수해 ,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등으로 휴가를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안에서 책 몇 권을 선정해 온종일 독서에만 열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재에서 나오는 일은 식사를 하거나 잠시 바깥 바람을 쐬기 위해 청와대 산책로를 도는 것이 전부였다. 

2013년 저도로 첫 여름휴가를 다녀온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으로 2014년, 2015년 여름휴가는 청와대에서 보냈다.

특히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놓고 여야의 한바탕 공방이 있었다. 당시 세월호 침몰 사고와 대통령 휴가 시점이 겹치며 문제가 된 것. 결국 세월호 사고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청와대 사저에서 조용히 보내는 것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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