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역대 대통령의 여름휴가 독서 목록은?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도래했다. 주말도 없이 연일 국정에 매달려야 하는 대통령에게도 휴가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대통령의 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국정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충전의 시간이다. 청와대를 오래 비울 수 없는 데다 경호 문제상 해외여행은 어려워 조용한 곳을 찾아 독서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대통령들이 많았다.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은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늘 화제가 됐다. 대통령이 고르는 책에서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정치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진열된 문재인 대통령 관련 서적. (사진=박은미 기자)

책 읽는 문재인 대통령 보게될까?

‘독서광’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은 올 여름 휴가지에서 어떤 책을 읽을까.

아쉽게도 아직 문 대통령의 휴가철 독서목록에 대해 알려진 부분은 없다.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휴가 계획과 독서목록 등에 대해 대통령과 얘기를 나눈 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을 막 끝마치고 관련 국정 현안이 산적한 만큼 휴가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책 사랑은 유명하다. 2012년 펴낸 저서 ‘문재인의 서재’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쉴 때 손이 닿는 곳에 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적었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2017년 출판)’, ‘대한민국이 묻는다(2017년 출판)’, ‘운명에서 희망으로(2017년 출판)’, ‘1219 끝이 시작이다(2013년 출판)’, ‘사람이 먼저다(2012년 출판)’, ‘문재인이 드립니다(2012년 출판)’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5월 출간한 ‘문재인의 운명’ 주간 도서 집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쓴 서적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문 대통령의 저서뿐만 아니라 즐겨 읽었던 애장서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언론 인터뷰와 저서에서 자신의 독서 목록을 소개한 바 있다. '축적의 시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비정상경제회담', ' 협상의 전략', '강한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전환시대의 논리', '오래된 미래', '조선시대 당쟁사' 등의 책이 문 대통령의 독서 목록에 포함됐다.

 

역대 대통령이 휴양지서 읽은 책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독서 목록을 처음 공개한 건 김대중 전 대통령때부터다. 독서광이자 연설가로도 유명했던 그는 망명생활과 6년간의 투옥기간 등의 상황일 때도 방대한 독서편력을 유지했다.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학력 콤플렉스를 이겨내기 위해 독서에 몰입했다고. 앨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 존 나이스빗 등 미래학자의 책을 주로 읽었으며 ‘미래와의 대화’, ‘비전 2010 한국경제’ 등을 휴가지에서 탐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때마다 몇권의 책을 갖고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쁘게 살아온 CEO 출신답게 달리는 차 속에서 30여 분 만에 책 한권을 읽는 속독파다.

휴가 독서 목록에 마이클 샌덜 교수의 인문서적 ‘정의란 무엇인가’를 넣어 밀리언셀러 등극에 일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집계가 시작된 1981년 이후 외국인이 쓴 인문 번역서가 100만부 이상 판매 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밖에 이 전 대통령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다룬 경영서적인 ‘넛지’와 ‘쉽게 읽는 백범일지’, ‘로마인 이야기’ 같은 교양서적도 읽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여름휴가 때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경희대 부교수의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읽었고, 이 책은 이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다만 그 후 박 전 대통령은 독서목록을 굳이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출판사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독서를 즐기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가면서 여덟 권의 책을 챙겨 갔다는 소식도 있지만 전여옥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서재에는 제대로 된 책이 없다”며 의문을 던졌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특히 책 읽기를 강조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5년 동안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 '대한민국 개조론'과 같은 혁신 서적을 50여 권의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2003년 8월 대전 유성의 휴양소에서 보낸 여름휴가 때는 IBM의 기업혁신 과정을 다룬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와 진보학자가 지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물리서적인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등을 독파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독서로 여름휴가를 충전하고 난 후 개각이나 정계개편 등 정국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책을 통해 힐링을 즐기고 교훈을 깨닫는 독서광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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