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최근 극장가에 ‘옥자’란 영화가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옥자’는 국내 영화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멀티플렉스로부터 상영을 거부당했다. 기존 영화들은 극장 개봉 이후 3주 동안 '홀드백(hold back)'기간을 거친 후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방영하는 것이 관례이다시피 했다.
그런데 '옥자'는 극장과 인터넷에서 동시에 개봉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상영을 거부당했다. 이에 따라 ‘옥자’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없으며  독립, 예술, 개인 영화관과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옥자’의 주인공격인 옥자가 유전자 변형동물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들이 유전자변형동물을 부정적으로 다뤘지만 이 영화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면서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심어주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최초로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된 것은 1994년 미국 칼젠사가 개발한 ‘Flavr Savr’라는 상표의 토마토이다. 토마토는 숙성과정에서 물러지게 되는데, 칼젠사는 유전자 중 하나를 변형하여 수확 후에도 상당 기간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유전자변형식품은 세계 식량위기 극복이라는 명분하에 우리들의 식단을 점령하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변형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계속되어 왔는데 프랑스 언론계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알베르 롱드르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리 모니크 로뱅은 2008년 GMO에 대한 책을 출판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과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로뱅은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을 통해 PCB, 다이옥신,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생산하던 화학기업 몬산토가 소 성장호르몬(rBGH)을 발판으로 생명공학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 그 이면에 감추어진 엄청난 음모와 비리를 밝힌다.

뿐만 아니라 GMO 재배가 전 세계로 확대되기까지 몬산토가 자행해온 속임수를 고발한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몬산토는 GM(유전자조작) 종자에 특허권을 적용해 세계 각국의 농민을 상대로 매일 100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특히 몬산토의 유전자조작 면화 재배를 시작한 이후 지난 10년간 인도 농민 15만 명이 자살을 했으며, GMO 경작지에 뿌리던 제초제를 뒤집어쓴 파라과이 열두 살 소년은 끝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고 고발하고 있다.

GMO가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몬산토사가 개발한 ‘Round-Up Ready Soybean’이라는 상표명의 대두와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병충해에 내성을 가지도록 개발된 ‘Btmaize’라는 상표의 옥수수가 본격적으로 상품화 되면서부터이다.
GMO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논란의 핵심에는 GMO의 안전성 문제이다.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느냐하는 것이 핵심인데 GMO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결과가 없다 보니 그 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GMO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곡물의 수확량 증가로 지구촌 식량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최근 GMO 완전표시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올 2월부터 GMO의 표시제가 확대되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식품업계 등에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 과학적 검증이 불가한 규제라는 점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달 9~13일 전국의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알 권리 또는 안전을 위해 GMO 완전표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94.3%, 93.1%에 달했다 한다.
식품 제조과정에 GMO가 사용됐다면 이를 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식품업체에서는 수입과정에서 일부 GMO가 섞여 들어오는 것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완전표시제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라는 옛말이 있다. 소비자들이 GMO 완전표시제에 찬성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쌓여온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들 수 있다. 그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완전표시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