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 전 관훈클럽 총무/칼럼니스트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구월환]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지금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신세다. 양철지붕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진다. 지붕 아래를 쳐다보니 너무 아찔해서 뛰어내릴 수도 없다. 고양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맨다. 북핵을 머리위에 이고 살자니 무섭고 북핵을 제거하자니 그것은 더 무섭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강조하지만 그건 대증요법이다. 치료제가 아니라 진통완화제 같은 것이다. 그것마저도 상대가 받아들일 때 효과가 있다. 상대는 그런 투약마저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또 대화는 교류로 이어지고 교류는 지원으로 이어진다.
대북지원은 자칫 그들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지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의 역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받았다고 하지만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상대를 움직이게 할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북한대책 중에서 그나마 기대를 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석유와 무역지원을 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눈치를 봐가며 적당히(?) 압력은 넣겠지만 북한을 절대 포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중국은 핵을 가진 북한의 존재가 그들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용한 존재라는 기본입장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 미국은 어떤 수를 써서 중국의 대북지원을 중단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만약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무역보복을 가한다면 중국이 두 손을 들고 나올 것인가? 미국의 보복조치는 양국의 적대관계를 극도로 악화시켜 세계질서는 또다시 냉전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이는 곧 3차대전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의 여론은 북한문제 때문에 미국이 이렇게까지 파국적인 초강경조치를 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시키지 않는 한 북한의 핵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폭격이나 북한정권 교체가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
이런 식의 접근은 바로 전쟁으로 연결되기 쉽다. 전쟁이 터진다면 우리 남한은 물론이고 미국도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선택할 수 없는 대안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고는 북한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상황이 고착된다면 미국은 아마 북한 핵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려고 할지 모른다.
북한과 적대관계를 청산하려면 주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그 다음에는 한미군사동맹을 해체하는 순서가 될 것이다. 북한은 항상 미국의 적대시 정책포기를 주장하는 데 이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려면 미국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이 되면 북한은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줄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포기를 저울질하게 되는 날은 우리에게 있어서 최악의 위기다.

결국 미국의 힘으로도 북한 핵무기를 포기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다. 북한 핵무기를 용인하고 그대로 지낼 것인가 아니면 우리도 상응한 대항수단을 가질 것인가다. 상응한 대응수단은 현재로서는 핵무기 보유 밖에 없다. 상응한 대응수단 없이 북한 핵무기를 용인한다면 우리는 군사적 약자가 된다. 대등한 양자관계는 불가능해지고 종속되기 십상이다.

이제 머지않아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배치할 것이고 다양한 군사도발을 통해 한미동맹을 시험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을 끊임없이 괴롭혀 미국 내 철군여론을 일으키려고 할 것이다. 냉전시대의 평화가 미소의 핵균형 위에서 가능했던 공식이 한반도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사회의 이치가 그렇다. 우리가 이 엄중한 현실위에서 냉철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핵을 가진 북한으로부터 예상되고 연상되는 더 큰 비극들을 제대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구월환(丘月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전 연합통신 정치부장, 영국특파원, 논설위원, 상무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주필
전 관훈클럽 총무
전 한국 신문방송 편집인협회 이사
전 MBC재단(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전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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