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교수, "화장품에 색소나 보존제 첨가돼 있어 부작용 우려"

초등학생 42.7% 색조화장 경험

부적절한 세안, 여드름 악화 시킨다

싼 화장품, 중금속 등 유해물질 함유

민감성 피부 가진 성인, 피부질환 경험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저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다 화장해요”

화장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매년 늘어가고 있다. 이들을 위해 유튜브 등에서는 ‘초등학생 화장’, ‘10대 화장’ 등을 검색하면 관련 동영상에 10만 건 넘게 나온다. 이처럼 10대들의 화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10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길에서 화장을 수정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우승민 기자)

색조화장 하는 초등학생, 지우는 법 몰라

초·중·고 재학 중인 청소년들 대다수가 초등학생 때부터 화장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화장 시작 연령이 점점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올바른 세안 방법을 모른다는 점에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비비크림과 쿠션팩트, 립스틱 정도는 가방 속 필수품으로 들고 다닌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화장을 배우고 제품구매는 주로 로드샵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학생의 63%는 학교에서 비비크림이나 립틴트 등 과하지 않은 화장은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스마트학생복이 초·중·고교생 5,246명을 대상으로 6월 5일부터 12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70%가 화장한 경험이 있거나 화장을 하고 있는 ‘화장 유경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더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인 약 51%는 만 13세 이전부터 화장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소속 녹색건강연대가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4,736명을 대상으로 화장품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르면 초등 여자 어린이의 42.7%가 눈이나 입술 화장 등‘색조 화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날마다 화장을 하는 비율도 12.1%나 됐다.

화장을 시작한 시기는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때인 학생이 1490명, 중학교 1학년 때는 1146명,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때는 49명으로 확인됐다.

화장을 경험한 학생 가운데 37%(1351명)는 매일 화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2~3회 화장한다고 답한 학생도 17%(623명) 정도였다.

(사진=우승민 기자)

초등학교 6학년 한 모(13·여)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화장을 시작하게 됐다. 친구들이 다 하고 다니니깐 화장을 안 하면 혼자 맨얼굴인 게 민망했다”라며 “학교에서 화장을 안 하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요즘에는 다 한다”고 전했다.

이어 “화장을 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님이 화장하는 것을 뭐라고 하시니 지우는 법을 물어볼 수 없어서 제대로 지우지 않게 되고, 그러다보니 여드름이 계속 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화장을 하고 난 뒤 부적절한 방법으로 세안하다보니 트러블이 발생하는 등 부정적 상황을 경험한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이 화장을 시작하는 연력이 점점 낮아지지만 올바른 사용법이나 제품에 대한 정확한 상품지식 없이 화장품을 접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4~6학년 절반 정도가 메이크업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일반 비누나 폼클렌징만 사용한다는 답변이 70.5%에 달할 만큼 이중세안 등 올바른 세안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이에 김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화장 도구 (사진=우승민 기자)

 

10대 청소년들, 화장품 구매 쉽게 이루어져

화장을 하는 10대들이 화장품 구매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은 화장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앞 문구점, 로드샵 등 10대들이 대개 1000~3000원짜리 립틴트나 투명 마스카라 등 화장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사에 따르면, 초등 4~6학년 여자 어린이들의 절반가량인 45%가 화장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틴트, BB크림, 볼터치 등을 사용했다.

중학교 1학년 이 모(14·여)양은 “한 달 용돈의 대부분을 화장품 구입에 쓴다”며 “초등학생 땐 학교 앞 문방구에서 주로 구입했는데 이젠 친구들과 저가화장품을 파는 곳에서 틴트나 파우더, 섀도우 등을 구입한다”고 전했다.

요즘은 부모와 함께 올리브 영이나 더페이스 샵 등 화장품 전문 매장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다. 피부에 유해하지 않고 자극이 덜 가는 립밤이나 썬로션, 네일 스티커 등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싼 화장품일수록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함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잘 씻지 않을 경우 피부 알레르기나 건조증 등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의 경우 화장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매일 두꺼운 화장으로 피부과를 다니는 이 모(14·여)양은 “초등학생 때는 문구점에 파는 화장품을 사용해도 피부가 좋았다. 하지만 중학생이 된 이후 조금씩 트러블이 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피부과를 가야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좋지 않은 화장품을 사용해서 피부에 여드름이 나는데, 여드름을 더 가리려고 하다보니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거 같아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강재헌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화장을 하는 것은 이물질을 바르는 것이고, 화장품에 색소나 보존제 등의 첨가물이 있어 알레르기나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민감성 피부의 성인들도 화장품으로 인한 피부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성인용 화장품을 바르면 자극성분에 대한 부작용도 더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어린이는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화장품 사용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화장하는 어린이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오는 9월부터 화장품 유형에 만 13세 이하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용 제품류’를 추가 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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