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어느새 초복이 지나 중복이 다가오고 있다. 날씨는 연일 30도를 웃돌아 찜통이다. 가만히 있어도 쏟아지는 땀에 한낮 거리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더욱이 높은 불쾌지수와 한밤의 열대야까지 겹쳐 삼복더위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그런데 이 같은 날씨에도 연일 불 앞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으니.

우리 곁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업종 중의 하나인 대장간을 <뉴스포스트>가 방문했다. 쇠를 불에 달구고 식혀서 모루에서 단련하거나 동력 해머로 벼리거나 용접 또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 물건을 만드는 대장간.

대장간은 오늘날 제철소의 모태가 되는 만큼 쇠와 관련되어서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곳의 대장장이는 오랜 숙련을 통해야만 제대로 된 담금질로 쇠의 강도나 그 성질을 조절할 수 있었으니 장인이라고 부르는데 손색없다.

더욱이 예전 농경시대에 대장간이 없는 마을을 찾아 이 마을 저 마을을 직접 발품을 팔았으니 그 서비스 정신은 오늘날 우리가 높이 살만 한 것이고. 그러니까 우리 역사에서 대장간은 필수적이었음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은 대장간의 모습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쇠를 동력해머에 벼르고 있는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정신없이 쇠만을 다루다보니 어느새 반백년이 훌쩍

예전 8개의 대장간이 있었다는 소문에 찾아간 그곳은 고척스카이돔 구장을 지나 아파트촌을 마주보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대장간 골목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대장간은 딱 그곳 한 집이었다. 형제가 운영하는 광주대장간이었다. 대장장이 삶으로 50년을 이어오고 있다는 형은 마침 자리를 비우고 동생이 혼자서 진땀을 흘리며 쇠를 동력해머에 벼리고 있었다.

그 옆 화덕에는 잉걸불이 한풀 꺾여 은근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고. 그럼에도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 거리가 차라리 숨통이 트이는 온도라고 할만큼 안은 찜통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난감한 것은 질문하기도 전에 먼저 그가 손사래로 난색을 표하니 문제였다. 대장장이가 무슨 자랑이라고 기사를 올리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겨우 설득해서 자리에 앉히고도 그는 여전히 불편한 표정을 풀지 못한 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에 불경기까지 겹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형님 밑에서 일을 배웠지요. 우리 형님은 이 일이 50년입니다. 정신없이 쇠만 다루다 반백년을 훌쩍 보낸 것이지요. 그럼 뭐합니까. 갈수록 벌어먹기 힘드니...”

8개의 대장간에서 혼자 살아남았으나...

정씨라고만 밝히는 그에게 이런 더위에 불 앞에서의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철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것에 그는 어이없는 웃음을 슬쩍 비치다 그깟 더위가 무슨 대수냐며 표정을 굳혔다. 요즘 통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예전엔 이 골목에 대장간이 8개나 되었지요. 그런데 모든 철물이 공장의 대량 생산에 밀려 그 많던 대장간들이 모두 문을 닫고 이 골목에 우리만 남았어요. 그런데도 일거리가 없으니.”

어차피 떠밀려 나가긴 마찬가지,  대장간에서 주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는 질문으로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아까와는 달리 조금 누그러진 그가 건축에 쓰이는 기구를 다듬어 내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잉걸불을 감추고 있는 화덕 (사진=신현지 기자)

그러니까 예전과 같은 농경시대가 아닌 현대의 대장간에서 하는 일은 집을 짓기 위한 쇠를 자르고 다듬는 일부터 쇠와 관련되어서는 뭐든 할 수 있다고. 그런데도 요새는 건축붐이 시들해져 걱정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냥 문을 닫을 수는 없지요.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은 꾸준히 우리 집을 이용하니까요. 그 사람들 때문에 힘을 얻고 살지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일한 만큼 수입이 수월치 않으니 그것이 제일 일할 맛이 나지 않지요.”

그는 말을 나누는 중에도 손을 놀리지 않고 연신 동력해머에 무딘 쇠를 하얗게 벼렸다. 쇠를 벼리는 그의 손마디가 무쇠만큼이나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땀에 흠뻑 젖은 그의 어깨는 왠지 한없이 왜소해 보였다.

아마도 예전 필수적이었던 직업군에서 오늘의 시장경제에 저만큼 떠밀려난 대장장이의 마음이 그대로 이입되어 그런 모양이었다. 때문에 돌아오는 걸음이 내내 무거웠다. 내리쬐는 태양 역시 어느 때보다 더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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