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치열한 적통 경쟁

[뉴스포스트=김경배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달구벌 쟁탈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층 결집을 통해 홍준표 전 한국당 대선 후보를 문 대통령에 이은 2위에 올려놓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대선 3달여가 지난 현재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선전, 그리고 보수층의 분열로 인해 이 지역 정치 판세가 매일 요동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다.

여당에도 밀리는 보수본영 TK 지역

TK 지역에 대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시선은 위기의식으로 가득하다.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더 이상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보수텃밭'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 지역을 사수하고, 보수 적통 논쟁을 벌이는 진영 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당과 바른정당간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 경쟁이 이어지면서 상호비방과 구애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6월 4주 자유한국당은 TK지역에서 24%의 지지율로 8%인 바른정당에 3배 이상 앞서며 독주 채비를 갖추는 듯 했다. 하지만 매주 그 격차를 줄인 끝에 7월 2주차에 두 당은 각각 17%의 지지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도 이 같은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실제 7월 2째주 갤럽 조사 결과 문 정부에 대한 TK지역 긍정평가비율은 73%로 전국 평균인 80%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TK지역의 지지율 역시 3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보수의 본산이라 불리는 TK지역의 뒤바뀐 여론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바른정당 지도부인 이혜훈(가운데) 대표와 유승민(왼쪽) 국회의원, 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가 19일 대구시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17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석했다.(사진=뉴시스 제공)

바른정당 선공, 비방전 가열

TK 지역 민심잡기에 먼저 나선 정당은 바른정당이다. 탄핵을 기점으로 개혁보수 노선을 천명하며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은 TK 공략에 나서 ‘배신자 프레임’을 걷어내기 위해 안간힘이다.  특히 대선에서 수도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개혁보수층의 지지를 얻었다고 판단하고, 정통보수층의 마음까지 얻어 ‘보수 본진’의 위상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1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민심잡기 전국투어의 첫 출발지로 이곳을 택한 것이다. 특히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도 이번 일정에 함께했다. 대선 이후 첫 공식 지역 방문인 만큼, 큰 의미를 실은 발걸음이다.
유 의원은 19일 대구 지역 대한노인회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3년 뒤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대구"라며 "이제 대구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대구의 어르신들도 여유를 갖고 무엇이 옳은지 걱정을 하실 시간이 됐다"고 했다.
이혜훈 대표도 이틀 꼬박 대구와 경북을 샅샅이 훑었다. 20일에는 보수단체의 반발을 뚫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도 방문했다. 당은 중도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뿌리는 보수에 두고 있음을 부각시킨 행보로 풀이됐다.

바른정당 보다 더 절박한 쪽은 TK 지역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당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 여당이나 바른정당이 이 지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경우 당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도 지도부 인사들에게 "TK가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라며 "향후 (당의) 정치적 행보를 결정지을 곳"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위기의식 아래 한국당 지도부는 18일 지역 민원창구 격인 TK발전협의회를 만들었다.
출범식에는 홍 대표와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협의회 구성을 제안한 이철우(경북 김천)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자식이 자라서 부모에게 잘 하듯이 이제는 우리 대구·경북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며 'TK 부모론'을 펴기도 했다.
홍 대표는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 자리를 직접 맡는 방안과 함께 휴가철이 지난 내달 말 TK 방문도 검토 중이다. 당 지도부는 이 지역 당원을 늘리기 위해 당비를 1000원으로 내리고, 온라인 당원 교육도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이처럼 치열한 양당의 보수 적자 경쟁은 당 대표 간 논쟁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극우 논란'에 대해 "태극기로 상징되는 사람들은 낡은 보수이자, 대한민국과 유리돼 결국 소멸될 수밖에 없는 세력들"이라며 "함께 살 길을 찾겠다는 분들은 한시라도 빨리 바른정당이라는 구명보트에 옮겨 타시라"고 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을 정부 여당의 일개 중대로 표현하며 아예 보수진영으로부터 밀어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당 대표 회동에 불참하면서 "저들이 본부중대, 1·2·3 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