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사망사고’ 이어 ‘도로 불법점거’까지...민원 빗발쳐도 본사는 ‘나몰라라’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오비맥주가 공장 안전관리 문제로 빈축을 사고 있다. 광주 일곡 공장의 대형 화물차들이 몇 달 간 공장 주변 도로를 불법점거하면서 지역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공장은 얼마 전 여성 근로자가 대형운송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사고 현장은 급 커브길로 된 좁은 도로였음에도 신호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허술한 안전관리가 가져다 준 사실상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같은 사망사고를 겪고도 이번에는 ‘성수기 장사’를 이유로 도로 불법점거를 방관하며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오비맥주 광주 공장 정문. (사진=네이버 로드뷰 캡처)

지역민 출근길 막아선, 오비맥주 화물트럭

오비맥주 광주공장에 대한 지역민의 항의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형 운송트럭 수십 대가 두 달 가까이 도로를 점거하면서 동네 전체가 출퇴근 시간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어서다.

오비맥주 운송 트럭들이 광주 공장 주변 도로 차선을 점령해 늘어선 행렬은 1km 가까이나 된다. 트럭들이 한 차선을 완전히 점거하고 있다 보니 출퇴근 시간 주변일대 혼잡으로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

민원이 이어지자 당국이 단속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본사인 오비맥주는 이를 방치하고 있었다.

시작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송 트럭들이 하차를 기다리며 광주공장 앞에 있는 차선을 막아서면서 출퇴근 시간마다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병 교체 작업’과 ‘성수기 장사’다. 오비맥주가 지난 1월부터 병을 새로 바꾸면서 빈 병 수거차 운행이 늘어난 데다, 맥주 생산 성수기가 겹쳐 물량이 늘어난 것.

트럭 운전기사들에 따르면 물건을 상하차하기 위해 보통 8~9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다. 때문에 운전기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일을 마치려고 새벽 3~4시에 나와 줄을 서며, 일부는 하루 전에 미리 차를 주차해놓기도 한다.

이와 관련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오비맥주 광주공장 앞 도로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주·정차를 한 대형트럭 41대를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북구청은 “지난 5월부터 화물차가 하차를 기다리며 맥주 공장 앞에 있는 도로 한 차선을 막아서면서 출퇴근 시간마다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며 “회사 측에 공문을 세 차례 보내는 등 개선을 요구했지만, 방법을 내놓지 않아 단속에 애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운전기사들은 오비맥주 공장의 상하차 시스템 상 자기들도 어쩔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트럭 기사들은 물건을 내리고 싣느라 새벽부터 10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것도 힘든데 과태료까지 내야하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입출구가 완전 분리된 오비맥주 공장의 시스템상 상하차가 빨리 안 이뤄지니 줄을 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 본의 아니게 주차 딱지까지 끊어가며 운송을 하는 상황에서 과태료까지 무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오비맥주 측의 책임 있는 대안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1월부터 맥주병을 새로 바꾸면서 빈 병 수거차 운행이 늘어났고 여름 성수기까지 겹쳐 일시적으로 화물차가 몰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역민들의 불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화물차가 공장 입구 쪽에 몰리지 않게 대기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을 찾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스포스트DB)

노동청 “사망사고 안전 부실 조사 중”

광주공장은 지난 3월 근로자 사망사고가 났던 사업장이기도 하다. 당시 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근로자 트럭에 치어 숨지자 오비맥주는 모든 책임을 트럭 운전자에게 전가하는 태도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3월 23일 오후 3시 23분께 광구공장 내 운수물류 창고 인근 3거리 회전구간 부근 임시 횡당보도에서 여성 근로자가 후진하는 11t 윙바디 작업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윙바디 트럭은 양쪽 적재함의 개폐가 가능하고, 물건의 상하차가 용이하도록 개조된 특수 화물차량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오비맥주 광주공장은 문제의 ‘야외 화장실’을 곧바로 폐쇄시켜 버렸다. 또 운송 담당 하청업체 트럭기사들에겐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고 반드시 직원 동반하에 2인 이상이 함께 가도록 강제 규정도 함께 하달했다. 이 같은 강제규정 이면에는 사고 책임을 온전히 화장실 이용자와 트럭 운전자의 과실로 여기는 오비맥주의 무책임한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반면 트럭 운전기사들은 공장의 정해진 동선으로 이동 시 발생하는 사각지대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매일 수백대의 대형 트럭들이 오가는 급 커브길로 된 좁은 도로여서 매우 위험한 상태로 방치돼 왔다는 것.

또한, 공장 측이 이동이 용이하도록 길가 주변 모퉁이에 수십톤의 물품들을 적치하는 바람에 운전자들이 시야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현장 주변엔 근로자들이 지나다니도록 임시 횡단보도와 화장실이 나란히 설치돼 있어 평소 사고 위험성이 높았다는 것이 운전기사들의 주장이다. 이날 사고 역시 피해 여성근로자가 화장실을 다녀 온 후 횡단보도를 건너다 트럭에 치였다.

오비맥주 광주공장 직원 정모(43)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장 내에 90도로 회전을 하는 급 커브길이 10개 정도 되는데 이때마다 대기차량과 혹은 펜스와의 좌우충돌을 살피느라 주변을 볼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왼편에 공병이 쌓여있는데 이곳이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사망사고도 주변 횡단보도에서 났다고 들었다”라며 “윙바디 작업차와 지게차 차량, 펜스 등의 충돌을 신경쓰며 90도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이때 좌우를 신경 쓰느라 전방주시가 힘들다”고 말했다.

신호수 배치 등 동선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보다는 ‘화장실 사용 금지’식의 비인격적 조치만 늘어논 오비맥주에 대한 운전기사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정 씨는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 모두 나이가 모두 4~50대인 한 집안의 가장들인데 화장실을 허락 맡고 가라는 말은 모욕적으로 들린다”라며 “관리자가 없으면 화장실이 급해도 참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 산업현장의 경우 지게차, 운송용 트럭 등 대형 중장비 기기를 운영할 시 ‘신호수’를 배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날 사고 역시 신호수 한명만 현장에 배치 돼 있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인재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경찰과 노동청 등은 오비맥주 측의 안전 관리 부실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비맥주 측의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해 여러 주장이 엇갈려 조사가 길어지고 있다”며 “이번 주내로 조사 결과를 상부에 올릴 예정이며 추가 조사가 필요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호수 배치 문제 등이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오비맥주 측은 사망사고 책임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데다 담당직원이 휴가 중이라 자세한 사항을 알지 못한다”며 대답을 꺼렸다.

사고의 여파로 광주공장의 출하 시스템 지연되고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몇몇 구역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출하 과정에 영향을 미친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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