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 시인 (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언어에 이미지를 실어 깊이 있는 울림과 서정을 담아내는 시인으로 또 문현고등학교의 국어교사로 문학에 깊숙이 몸을 담고 있는 그녀가 최근 시와 에세이를 한권에 담은 <애인에게 시를 말하다>를 출간했다.

<애인에게 시를 말하다>는 블로그에 연재해 온 에세이를 모은 책으로 최명숙 시인은 이 책을 통해 연인에게 말하듯 편안하게 글을 엮어 시를 어려워하던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최 시인은 시의 기본 원리와 구조, 시의 일반적인 표현 기교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고 있어 문학 입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시의 지침서로써 좋은 작용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는 최명숙 시인과의 어려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Q: 금년 봄에 <애인에게 시를 말하다>라는 책을 내셨는데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렇게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시와 에세이를 같은 주제로 연결해 한권에 담으셨는데, 특별히 그렇게 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최명숙 시인: 저는 남편에게 시를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이 책 <애인에게 시를 말하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남편은 사실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현대시가 너무 어려워서 시를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저는 제 시를 몇 편 선택해서 남편에게 시작(詩作)의 기본 원리와 현대시의 표현 기교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어요. 그리고 시인들이 어떻게 주제를 이미지로 구조화하는지도 설명해 주었죠.

그랬더니, 시가 좀 가깝게 느껴진다고, 시에 그렇게 깊은 의미가 들어 있냐고 하더군요. 그 후 우리는 좀 더 많은 시들을 가지고 대화를 나눴고, 저는 그 대화 내용을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페이스북에 링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말을 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에 대한 설명이 단순한 해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독립된 에세이가 되도록 노력했죠. 그래서 이 책은 시와 에세이, 즉 같은 주제를 가진 시와 산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의 시들은 대부분 20년도 더 전에 쓰인 것이고 에세이는 최근에 쓴 것인데요, 시간을 뛰어넘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시와 산문이 각자 고유한 말하기 방식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Q: 그렇군요. 저 역시 선생님의 책 <애인에게 시를 말하다>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더욱이 글들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신선했고 쉽게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다고 특별히 얘기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최명숙 시인: 네, 그런 말을 좀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도 그런 말을 해 주었고,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그런 내용을 댓글로 달아 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사실 제 에세이집 <애인에게 시를 말하다>는 시와 에세이가 대화하는 구조의 책이다 보니, 시가 에세이를 도와주고, 에세이가 시를 도와주면서 책 읽는 재미와 함께 어떤 미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글들의 주제가 사랑, 그리움, 슬픔, 인간관계, 희망,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 용서, 너그러움, 나눔, 추억 등 공감하기 쉬운 것들이라 읽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Q: 현재 서울 송파구에 있는 문현고등학교에 재직 중이시라고 하셨는데 요즘 고등학생들도 시를 좋아합니까? 대부분 학생들은 대중가요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최명숙 시인: 네. 학생들은 대중가요의 가사뿐만 아니라 시도 좋아합니다. 문학 시간에 같이 시를 읽고, 읽은 시에 대한 느낌에 대해 애기해 보라고 하면 화자의 정서나 태도, 주제 등을 잘 이야기합니다. 또 시의 이미지나, 비유와 상징 같은 표현 기교들도 잘 이해하는 편입니다. 

제가 우리 학교 도서실에 <애인에게 시를 말하다> 책을 몇 권 기증했더니 학생들이 그 책을 읽고서, 제 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저에게 이야기해 주었는데요, 제 시를 잘 이해해 주어서 고마웠어요. 전 우리 학생들처럼 현대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Q: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려면 시를 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쉬운 시를 쓰는 게 오히려 어렵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최명숙 시인: 네. 쉬운 시를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는 시를 쓰려면 시를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써야 합니다. 그래서 전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한자어보다는 우리말이나 일상적이고 친근한 어휘를 시어로 선택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시의 의미가 이미지로 잘 구조화된 논리적인 시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견고한 구조 속에서 시어의 의미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선명한 이미지를 생산해 낼 때 시가 자연스럽습니다.

Q: 그렇군요. 문인들은 나름 각각의 문체가 있는데 선생님의 에세이는 문장이 매끄럽게 읽혀지면서 아름답고 감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명숙 시인: 네,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오랫동안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쳐 온 것이 글을 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교 논술 교사로서, 그리고 서울시 교육청의 논술 특강 교사로서 논술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쓴 글을 첨삭해 주고, 예시 답안을 만들고, 논술 문제를 만들면서 문장 쓰기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또 석박사 과정을 밟을 때 리포트를 많이 쓰고 논문을 쓴 것이 문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네, 그러시군요. 이건 다른 질문인데 <애인에게 시를 말하다>의 책 뒤표지에 실린 짧은 글들은 선생님 블로그에 실린 댓글을 가져와 실은 겁니까?

최명숙 시인: 네, 그렇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포스트와 페이스북에 올린 제 글에 달린 댓글들 중에서 뽑은 글들입니다. 보통 책 뒤표지를 유명한 사람들의 추천사로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블로그 이웃들이나 제 친구들, 제자들이 제 시와 에세이에 달아준 댓글로 뒤표지를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 댓글에는 저와 제 글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진심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전 뒤표지의 댓글들을 볼 때마다 예쁜 풀꽃들로 만들어진 화관을 쓰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제가 문학잡지에 시를 발표하는 것보다 블로그에 시를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평범한 일반 독자들이 제 시를 읽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블로그 이웃이나 페이스북 친구들이 제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 주고, 공감이 간다, 위로가 된다, 마음에 든다와 같은 댓글을 달아 줄 때 무척 기쁩니다.

Q: 네, 저도 그 느낌에 공감이 갑니다. 끝으로 시가 우리 독자들에게, 넓게는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간단하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명숙 시인: 네, 시는 우리를 위로해 주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줍니다. 시는 대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시는 삶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우리와 소통합니다. 시는 우리의 정서를 순화하고 우리에게 비전을 제시합니다.

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계발하는 도구가 됩니다. 시는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어서 우리를 아름답고 높은 곳으로 끌어올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유용하고 생산적입니다.

Q: 네, 그렇군요. 오늘 날씨도 더운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쉽고 좋은 시, 아름다운 에세이 많이 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명숙 시인: 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스포스트 신문사가 더욱더 발전하기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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