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 KH컴퍼니 대표. (사진=망고식스 홈페이지)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커피프랜차이즈업계 1세대 경영인 중 한 명인 강훈(49) KH컴퍼니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할리스 커피, 카페베네 등 국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커피왕’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던 그는 왜 자살을 택해야만 했을까.

2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훈 망고식스 대표가 전날 오후 5시 50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회사 직원이 발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 당일 강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던 한 지역본부장이 이를 회사 직원에게 알렸고, 연락을 받은 직원들이 강 대표 자택을 방문했다가 숨져 있는 그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고 최근 강 대표가 경영상 어려움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는 점에서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강 대표가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 했고, 지난 23일 지인에게 이 같은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냈다”며 “강 대표의 휴대폰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강 대표의 갑작스런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강 대표와 같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가 또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강훈 대표는 이른 나이에 큰 사업적 성공을 거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업계의 대표적인 1세대 경영인으로 꼽힌다.

강 대표는 1992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 스타벅스 브랜드 론칭 태스크포스(TF)팀으로 발령받으며 커피와의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 직접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돌아오기도 했으나 외환위기로 스타벅스 국내 론칭이 무기한 연기되자 회사를 그만두고,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함께 ‘할리스 커피’ 브랜드를 공동창업했다.

할리스 커피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뒤 ‘커피왕’으로 불리기 시작한 그는 2010년 ‘카페베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최단 시간에 최다 매장 출점 등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망고식스 매장. (사진=망고식스 홈페이지)

런칭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성공가도를 달리자 강 대표는 ‘남들과 다른 음료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KH컴퍼니를 설립하고 ‘망고식스’ 브랜드까지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커피식스와 쥬스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망고식스는 오픈 초기에만 반짝 흑자를 기록했을 뿐 이후 매장수가 줄며 매출도 급감하더니 결국 적자로 전환했다.

2015년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돌아섰고 최근까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고식스의 모회사인 KH컴퍼니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감한 106억원을 기록했다.

경영상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강 대표의 선택은 또 다른 커피·디저트 브랜드 ‘디센트’ 론칭이었으나, 이마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

올해 초부터는 임직원들의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서가 접수된 상태다.

강 대표 개인의 경우 임금 체불 등 여러 건의 소송에도 휘말려 있던 상태였다.

강 대표의 성공과 급작스런 몰락과 관련, 동종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리한 사업확장 등 강 대표의 판단 미스도 많았으나, 한 번이라도 실패해선 안 되는 업계 현실이 결국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프랜차이즈 사업이 황금알을 낳은 시장처럼 보일수도 있으나, 리스크 부담이 절대 작지 않다”며 “사업이 커 갈수록 위기 상황을 감당할 만한 자산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많은 이들이 이 부분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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