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우리에겐 3월 1일에 해당"

(사진=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폐기된 국정 역사교과서 대신 새롭게 집필되는 검정 역사교과서가 애초 계획보다 2년 늦춰진 2020년부터 중·고교에서 적용된다.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국정화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새 검정 역사교과서에 건국절이나 친일 미화 등 논란이 됐던 부분들이 수정될 가능성이 열리며 ‘대한민국 수립’ 시점 표기 기준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기 삭제여부, 내년 1월 결론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학계, 학교현장 등 다양한 의견과 요구사항을 토대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2020년 일선 학교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당초 2018년 적용 계획보다 2년 늦춘 것으로, 충분한 집필기간을 거쳐 반영하기 위한 취지다.

다시 개정될 역사과 교육과정·집필기준에서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놓고 교통정리를 진행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말 공개된 국정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수립일이 헌법 전문에 기술된 1919년 3월 1일이 아닌 1948년 8월 15일로 반영됐다. 기존 검정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꿔 반영한 것이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폄하하고 친일세력의 친일행위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수립 시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지난 1월말 중·고교 검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확정, 검정교과서에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 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혼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달 말 교육과정 총론 부칙을 개정해 새 역사교과서를 2020년부터 현장에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는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재검토한 뒤 내년 1월, 새 교육과정과 검정교과서 개발 계획을 발표한다.

검정역사교과서 교육과정 개정 요구 의견으로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 부분뿐 아니라 교육과정내 '독재' 용어 사용, 1930년대 이후 국내외 독립운동 과정을 배제하는 등 독립운동사 축소, 근현대사 비중 축소 등이 나왔다. 검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정 요구 의견으로는 친일파 대신 친일인사나 친일행위라는 표현, 남북국시대를 통일신라와 발해로 명기한 부분 등이 접수됐다.

 

학계 "독립의사를 천명한 날이 건국절"

진보학자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 아닌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 시점으로 교과서에 서술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동시에 1948년 이전에는 국가가 없었다는 의미로 대한민국 역사를 폄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 기술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한상권 역사정의실천연대 대표는 “대한민국 건국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48년을 주장하는 이들은 영토, 국민, 주권을 완전히 확보해 된 통치권을 행사하게 됐으며 다른 나라로부터 독립국가로 인정받게 된 시점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있다”며 “이와는 달리 1919년을 주장하는 이들은 3.1운동을 통해 우리의 독립의지를 처음으로 전 세계에 알린 날을 건국의 날로 봐야 한다고 보고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사례를 참조해 봤을 때 식민 지배를 받았다가 독립한 많은 나라들이 독립의사를 천명한 날을 건국절로 기리고 있다”며 1919년 기술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실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음을 기념하는 인디펜던스데이(Independence Day)는 1776년 7월 4일이다”며 “이날은 미국인들이 독립을 선언한 날이지 독립을 쟁취한 날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1919년 3.1운동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독립선언 후 7년간의 독립전쟁을 치룬 끝에 1783년 독립국이 됐는데 우리에게 1945년 8월 15일에 해당한다. 이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취임하고 독립정부가 수립된 것은 1789년이다. 이는 우리에게 1948년 8월 15일에 해당한다”며 “이 가운데 미국은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제헌헌법 전문에 1919년 3.1운동 독립정신을 계승해 대한민국을 건립했다고 나와 있는데, 이는 미국과 동일하게 독립을 선언한 날을 기리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주장하는 국정교과서의 내용은 맞지 않다는게 학계의 공론이다. 한 대표는 “어느 시점을 건국으로 보느냐에 따라 건국공로자가 바뀌기 때문에 이런 논쟁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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