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새

그날아침, 베란다 천정위에 매달아 놓은 새집에서 카나리아가 울었다. ‘뾰르르릉 뾰뾰뾰,,,,’ 남편의 새였다. 처음 새를 키우겠다고 한 것도 남편이고 새장이며 새의 종을 자신이 원하는 종으로 선택한 것도 남편이니 당연 새는 남편의 것이었다.

물론 남편의 것은 카나리아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시크리트, 수족관 속의 열대어 말이다. 그리고 남편의 거실, 남편의 방, 남편의 통장, 남편의 부엌, 남편의 욕실 남편의 tv...

우는 소리가 기가 막히게 매력적이라는 카나리아는 사다 놓은 한 이틀만 울음소리를 냈을 뿐 3년째가 되도록 울지 않았다.

하루면 몇 번씩 물통 속에 들어가 제 몸에 물을 끼얹고 목욕을 할 때도 물에 젖은 노란 깃털만 후루룩 털어댈 뿐 울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놈들이 울지 않는다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놈들에게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옳았다.

어느 날 누군가가 카나리아 울음에 반했다고 했을 때 문득 남편의 새가 울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으니까. 그것은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의 습관 된 일과처럼 그저 먹이통에 먹이를 채워주고 물통을 갈아주었을 뿐이었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이 새 키우는 이유의 전부인 냥. 그러니까 그도 나처럼 자신의 새가 울고 웃는 것을 관심 갖거나 관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처음엔 내가 그 소리를 잘못 들었나 싶었다. 바이올린 튜닝이라도 하듯 현위를 구르는 맑은 음이 햇살을 뚫고 싱그럽게 튕겨졌던 것이다. 베란다 쪽이었다. 처음 듣는 낯선 소리였다. 그러니 재차 또르륵 구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불에 덴 것처럼 급히 쫒아 나왔다.

놀랍게도 새장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날아가지 못한 카나리아가 깃털을 털며 울고 있었다. ‘뾰르르릉 뾰뾰뾰,,,,’ 숨이 막히는 울음이었다. ‘어쩜 저럴 수가.’ 나는 새 한마리가 날아간 안타까움보다도 놈이 그렇게 예쁜 소리로 울 줄 안다는 것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암컷 카나리아가 날아간 것을 안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며 새를 찾아 집 주위를 맴 돌았다. 멀리는 날아가지 않았을 거라는 그의 생각이 집 주위 나무들을 떠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역시 그의 생각은 맞았다.

앞뒤로 정신없이 휩쓸던 그가 마당 건너 포플러나무 아래에서 환한 비명을 질러댔다. 놀랍게도 집나간 카나리아였다. 하지만 카나리아는 너무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있었다.

“와! 정말 무지하게 이쁘다, 저 색깔 좀 봐봐, 꼭 금으로 칠해놓은 것처럼 반짝이네, 저, 저거 내 새 맞지!”

남편은 애가 타 말까지 더듬었다. 나무 꼭대기위에 앉은 노란카나리아의 자태에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하긴 나도 그랬다. 새장 안에 있을 때와는 달리 새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파닥파닥 힘찬 날개 짓은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뿐 아니었다. 파란 잎사귀 사이로 눈부신 황금빛은 저절로 숨을 멈추게도 했다. 아무리 봐도 그간 추레하게 거실천정에 매달려 있던 볼품없는 새가 아니었다.

황홀하게 나무 위를 올려다보던 남편이 두 손바닥을 위로 펼치고 혀를 말아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세레나데처럼. 물론 그의 휘파람은 자신의 손바닥위로 새를 내려앉히려는 뜻이었다. 그러니 카나리아 역시 어림없다는 듯 아래를 힐끔 보더니 나무 위를 종종 걸어 눈 깜짝할 사이에 아파트 숲 사이로 날아가 버렸다.

아아, 휘파람을 불던 남편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는 금세 몸을 돌려 새가 날아간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 건 그로부터 약 20분 쯤 지나서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놀랍게도 카나리아가 아까의 포플러나무 위에 앉아있었다.

“와, 당신이 새를 몰고 온 거예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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