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태인의 피향정, 최치원이 이곳에서 세상의 시름을 잊었다 전한다(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여름휴가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 여름 남은 더위를 마감할 수 있는 태인의 피향정을 소개한다.

'호남제일정'으로 알려진 '피향정'은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의 단층 목조 건물로 보물 제289호 지정되어 있는 누정樓亭이다. 건축연대는 신라의 헌강왕대(857~860 재위)에 최치원(崔致遠)에 의해 건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고 현재 남아 있는 기록에 따르면 광해군 재위에 태인의 현감이 크게 중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피향정이 '호남제일정'으로 불리는 이유는 피향정 일대의 연꽃의 화려함과 그 화려함에 이끌린 묵객들의 숨결이 면면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에 못지않은 피향정 목조건물의 뛰어난 그 건축성에서 그 가치를 찾아볼 수가 있다.

특히 피향정은 신라의 문장가 최치원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빼어난 문장력과 고독한 생애로 많은 설화를 남긴 최치원이 태인의 군수 재임 시 세상의 온갖 시름을 이곳 피향정에서 달랬다는 역사성이 그 가치를 더한다.

그와 같은 역사적 배경은 이곳 정읍의 자랑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한눈에도 피향정은 그 자태부터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다.

가까이 다가서니 피향정은 호남의 곡창지대인 김제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서 그 면모를 자랑하는 모습이다.

물론 현재는 주위의 주택들에 가려져 시야는 사라졌지만 옛 시절 피향정은 황금벌판을 호령하는 높은 위치에서 많은 묵객들의 시심을 불태웠을 거라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피향정의 하연지, 매년 이곳에서 연꽃 축제가 열린다(사진=신현지 기자)

더욱이 커다란 연못 중앙의 섬 가운데서 위로는 '상연지'를 아래로는 '하연지'의 연꽃을 휘감아 오랜 세월을 익혔을 그 자태는 피향정이라는 이름의 유래와 함께 옛 영화를 충분히 가늠할 수가 있다. 즉, 피향정은 '누정 주위에 연꽃의 향기가 가득하다'하여 '피향정'이라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한다.  

찾은 이날에도 화려한 연꽃의 향연은 찾은 이들의 한여름 무더위를 털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연지는 1900년대 초 메워지고 현재는 하연지만 남아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연꽃축제로 그 화려함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도 누정의 팔작지붕인 겹처마 아래로 펼쳐진 건물의 우아함은 조금도 퇴색되지 않았으니 걸음은 또 그 앞에 머문다.

즉, 누정의 앞면 5칸과 옆면 4칸으로 사면이 확 트인 공간은 도심의 오랜 답답함을 날린다.  특히 지상으로부터 142㎝ 정도 떨어져 막돌기단에 세워진 그 건축성은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뿐만 아니라 막돌기단 위에 막돌초석을 놓고 그 위에 석조로 된 28개의 짧은 두리기둥은 옛 선조들이 우주를 28숙으로 나눴던 의미까지도 읽을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이다.

건물 내부중앙의 고주와 대들보 사이의 곡선의 충량, 그리고 연등천장의 양 옆 칸의 귀틀로 짠 우물천장은 건축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도 예사로 보이지 않으니 정읍이 자랑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호남의 곡창지대 김제평야 (사진=신현지 기자)

 태인에서 볼거리는 피향정뿐만이 아니다. 태인을 지나 칠보의 '무성서원'에 도달하면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으로 이름을 떨쳤던 조선전기의 문인 정극인을 만날 수 있다. 즉, 정읍은 우리민족의 정서와 그 역사성을 간직한 문학의 보고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막바지 더위를 피하려는 피서객들은 태인의 IC를 지나 잠시 이곳의 피향정의 연꽃으로, 또 옛 문인들의 숨결로 그 더위를 잊어보기를 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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