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성인용품점 등 퇴폐적 이미지 벗고 젊은층에 인기몰이

음습한 곳이 데이트코스로 탈바꿈

남녀 손 잡고 들리는 성인용품샵

품절되는 성인용품, 선물로도 인기

퇴폐적 이미지에서 탈바꿈한 모텔

젊은 층 많이 찾는 이색적인 장소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성인용품점과 모텔 등 과거에는 음지에서 남성들이 주로 찾는 곳이거나 아무도 모르게 방문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음지의 인식에서 성인용품점은 연인과 가족의 이색 방문코스가 되었고, 모텔은 커플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장소가 되었다. 이제는 개방된 성문화로 인해 인식이 달라져 과거에는 음지에 위치해 있었던 것들이 점차 양지로 올라오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성인용품점은 데이트코스 중 하나

최근 이색데이트 코스인 ‘성인용품’점은 과거에는 혼자서 가거나 남성들이 찾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은 물론 커플이 함께 방문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음습한 분위기로 소비자들에게 ‘저급한 문화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성인용품시장이 양지로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성인용품은 이미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재미와 문화를 담은 어른용 장난감 등으로 분류돼 누구나 쉽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시장규모도 거대하다.

가까운 중국 성인용품 시장규모는 매년 30%씩 성장하면서 지난해 기준 약 1000억 위안(약 15조원)의 규모로 추산되며, 전세계 성인용품 70%가 생산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최근 성(性)은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는 만큼 성인용품은 물론 영화, 드라마의 소재가 되고 재미와 친근함으로 인식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 위치한 한 성인용품점에는 젊은 남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1층에선 여성용품, 2층에선 남성용품과 피임 도구 등 성인 남녀를 위한 ‘섹스토이’ 1500여 종을 팔고 있다. 또한 종업원이 손님에게 따라붙어 전자제품을 설명하듯 제품의 자세한 사용법을 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인용품점을 찾는 수요자가 나이든 남성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달리 대부분 고객은 20~30대 여성이었고, 연인이 함께 구경을 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날 성인용품점을 찾은 황 모(32‧여)씨는 “예전에는 성인용품점이 음침하고 어두운 곳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재미있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줄은 몰랐다”며 “아무래도 요즘 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다보니 성인용품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된 것 같다. 남자친구와도 함께 올 계획이다”고 전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친구와 성인용품점을 방문한 김 모(34‧남)씨는 “친구와 지나가는길에 성인용품점이 있어 들어와봤다. 요즘 주변 친구들은 여자친구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선물을 하더라”며 “성문화 인식이 개방적으로 바뀌다보니 예전에는 음지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밝은 분위기에 신기한 것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인용품점 대표 백제인(37) 씨는 “20대 초중반 남녀 커플이 가장 많이 오는데, 방문객 성별을 따지면 여자들이 더 많다”며 “40대 부부나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오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두운 골목길에 위치해 음침한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성인용품점의 인식이 대중화 되고 있다.

이에 성인용품점은 더 이상 퇴폐적인 공간이 아닌 이색적인 데이트 코스로도 꼽힌다.

어두침침하고 도색적인 분위기의 매장이 아닌 밝고 유쾌한 장난감 가게처럼 매장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트인 환한 매장에는 장난끼 넘치는 문구들도 가득 했다.

이처럼 성인용품점에서의 이색데이트는 이제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로 생겨나는 성인용품점들은 과거 도로변 트럭이나 외진 골목에서 벗어나 서울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 중심가 대로변으로 속속 자리를 바꾸고 있다.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늘면서 20만∼40만 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성인용품점 직원에 따르면 고가 제품을 비롯해 남‧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은 품절이 계속 이어져 주문을 해야할 정도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성인용품점 방문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코스모스 강현길 대표는 “성인용품 시장에서 콘돔 다음으로 잘 팔리는 바이브레이터만 보더라도 귀엽고 세련된 디자인에서 거부감이 없는 제품이 다수 출시됐다”며 “특히 감추기엔 아까울 정도로 감각적인 디자인의 제품이 연이어 선보이며,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점차 음지에서 양지화되는 성인용품 시장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며 “가까운 중국만 봐도 성인용품 시장이 거대해지고 있으며, 아울러 국내 시장도 함께 성장세를 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게 모텔로

성인용품점과 같이 모텔 또한 과거에는 숙박업소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퇴폐적이었으며, 이미지 자체가 음지에 위치해 있었다. 모텔에 가는 것을 쉬쉬하며, 커플들은 남들 모르게 모텔로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바뀌면서 요즘은 남‧녀가 앱으로 숙박업소의 가격과 시설을 꼼꼼히 따지고, 숙박업소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곤 한다.

24일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6개월 기준 숙박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44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숙박업소와 숙박 앱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2%가 숙박업소는 더 이상 숨어서 이용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모텔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공간이라는 인식(20대 85.3%, 30대 81.3%, 40대 초반 76.5%)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모텔이라는 곳은 과거에는 러브호텔, 러브모텔이라는 이미지에 건물 옆을 지나가는 것 마저 민망한 장소였지만 음지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태어나고 있다.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쾌적하고 럭셔리한 분위기 속에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모텔이 늘어나고 있다.

신 모(27‧여)씨는 “예전에는 모텔이라는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서 들어가는 사람들만 봐도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는데 요즘엔 아무렇지 않다.”며 “모텔이 시설도 좋아지고, 이제는 호텔이라는 이름을 달면서 이미지 개선이 잘 된 거 같다”고 전했다.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적 행위는 본능적이고 어둠 속에서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요즘은 문화적 행위로 재배치되고 있다”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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