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10대 잔혹 폭행, 관대한 소년법

솜방망이 처벌, 소년법 개정 요구 빗발

방패막이 소년법, 반성 없는 10대들

허술한 소년법, 청소년들 악용 가능해

미국, 피해자에 중심 두고 관계치유 강조

 

# 지난 1일 오후 8시30분께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여중생 A(14)양과 B(14)양이 C(14)양을 1시간30분간 폭행했다. C양은 머리와 입 안이 찢어지고 피를 흘리는 등 크게 다쳤다. C양은 지난 6월29일에도 부산 사하구의 한 공원에서 A양과 B양이 포함된 여중생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 강원 강릉에서 10대들이 또래를 7시간 동안 때린 사건이 두 달여 만에 알려지면서 큰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데도 당당하게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것을 밝히고,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피해자 사진을 자신들이 때린 피해자 사진과 비교하며 조롱하는 채팅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피투성이가 된 부산 중학생 폭행 피해자 사진이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공개되면서 청소년들의 강력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번 폭행 사건을 통해 소년범의 최대 형량을 제한하는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소년법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부산과 강릉에서 일어난 ‘여중생-여고생 폭행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란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정원은 6일 12시 기준 참여인 20만 명에 육박했다. 부산에 이어 강릉에서도 또래 여학생을 피투성이로 만든 폭행사건이 일어나면서 소년법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현행 소년법에 적용되는 나이는 만 19세 미만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받는 나이의 기준은 만 14세 이상으로 또 나뉜다.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가해자 중 한명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으로 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없어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년법 적용을 받는 범법소년은 나이에 따라 나뉘며 크게 세 구간이다. ▲범죄소년(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 ▲범법소년(만 10세 미만)으로 구분한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소년법 개정과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하지만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소년법’이 아닌 ‘형법’의 개정으로 가능하다. 

형법 제9조는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만 10세~13세 청소년은 소년법에서 ‘촉법소년’으로 분류해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오히려 소년법이 폐지되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보호처분까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형사미성년자 규정은 1953년에 형법이 만들어진 이후로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때문에 강력 청소년범죄가 불거질 때마다 수정 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소년법이 규정하는 ‘촉법소년’ 규정은 지난 2007년에 한번 바뀌어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낮춰졌다.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11년 11월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만 14세 미만 범죄도 집당 성폭행·방화·살인 등으로 흉포화됨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며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고 촉법소년 연령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형법 및 소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10년에도 대한변호사협회가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2세로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제시하기도 했다.

2003년 헌법재판소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과 관련, “14세 미만이라는 연령기준은 다른 국가들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전효숙 재판관은 “범죄의 저연령화·흉폭화 등이 문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통상 중학교 1-2학년까지의 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이라는 책임연령은 이제는 현실적으로 높다”고 보충의견을 냈다.

그러나 대다수 법조계 전문가들은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초등학생이 저지른 살인사건도 있었지만 처벌은 약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15년 10월 용인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50대 여성이 초등학생들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 당시 벽돌을 직접 던진 가해 초등학생이 만 9세로 범법소년에 해당해 어떤 법적 처벌도 불가능했다. 당시 가해 초등학생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공범인 박 양이 1998년 12월생으로 현재 범죄소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올해 12월이 지나면 만 19세가 넘어 소년법 특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박 양의 변호인은 재판이 올해 12월 전에 신속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이같은 허술한 법망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청소년 범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에 갈수록 죄질이 불량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에 대한 경미한 형벌이 필요한지, 아니면 심신 미약인 청소년의 연령대를 감안해 중범죄라도 최대한 선처나 경미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태명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사에 나온 교수들과 의견이 같다며 이번을 계기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소년법 폐지는 지나치게 과격한 주장이지만, 보완이나 개정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남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정병곤 교수도 “소년법은 처벌 목적이 아닌 교화 목적으로 시행된 법으로, 현재 이슈가 됐다고 섣불리 개정이나 폐지를 해서는 안 된다”며 “법을 만든 취지에 맞도록 통계조사와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현행법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처벌보다 올바른 성장에 중점

선진국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년범죄로 고민을 겪고 있다. 하지만 처벌보다는 소년범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해법을 두고 있다는 점에 차이점이 있다.

2012년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국가별 형사책임 최저연령 규정에 따르면 최저 연령이 가장 낮은 나이는 만7세이다. 태국, 인도, 아프가니스탄 등 32개국이 이에 해당한다. 호주와 영국 등 18개국은 기준이 만10세이고, 룩셈부르크와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18세로 최저연령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국과 같이 만14세를 최저연령으로 정한 나라가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대만 등 40개국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은 가정법원이 소년범죄를 담당하지만 미국의 일부 주나 독일, 영국 등은 소년법원을 따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소년범죄 피해자에 중심을 두고 가해자와의 관계 치유를 강조한다. 여기에는 가해 소년도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미국 법무부 소년사법 및 범죄예방정책국(OJJDP)은 이를 미국 소년사법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소년범에 대한 한국의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권리협약 제37조 (어린이 범죄자 보호), 제39조 (몸과 마음의 회복), 제40조 (공정한 재판과 대우)와 ‘소년사법행정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등 국제기준을 따를 것을 한국에 권고하기도 했다.

강지명 성균관대 법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6월 <공공사회연구>에 발표한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체계적 정비방안’ 논문을 통해 “(소년범 관련 법) 집행과정이 형사제재의 성격만을 지녀서는 아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반사회성 있는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는 교육, 의료, 복지서비스와의 연계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광범위해야 하며 성장과 발달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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