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YMCA자동차안전센터가 국토교통부와 검찰에 혼다코리아의 주력차종에서 녹과 부식이 발생한 것과 관련 조사를 요청했다. 혼다코리아가 차량 다수에서 녹·부식이 발생한 것을 은폐하고 지속적으로 판매해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주력모델인 CR-V의 녹 부식 논란으로 혼다코리아의 실적 증가세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실제로 지난달 혼다코리아의 내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제공)

혼다, 검찰 고발당해

YMCA자동차안전센터(이하 센터)는 5일 오전 11시 혼다코리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소비자 피해 내용과 피해 사실을 조사한 결과, 혼다코리아가 차량에 녹·부식 등 하자가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숨기고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지난 8월7일부터 피해접수창구를 개설해 지난 4일까지 2017년식 CR-V, ACCORD 등 차량 관련 총 770건의 피해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해당 차종들은 총 4000여대 판매됐다.

고의 은폐의 근거로는 녹·부식 발생 부위 곳곳의 매직 마킹을 들며 "차량을 출고할 때 블랙박스 및 네비게이션 장착 과정에서 녹·부식을 발견할 수 밖에 없는데, 소비자가 매장에 방문해 항의하면 이미 녹·부식이 있는 전시차량을 보여주며 문제되지 않는다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혼다코리아에서 현재 판매 중인 2017년식 CR-V와 어코드(ACCORD) 차량에서 녹·부식이 발견됐다"며 "해당 차량은 올해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운행하며 발생한 것이 아닌 신차를 출고할 때부터 이미 녹·부식이 있는 차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녹·부식 위에 마킹이 돼 있는 것을 보면 제작과정에서 이미 인지했거나, 방청 작업이 완벽히 되지 않고 출고한 제작결함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지난 14일 혼다코리아 CR-V 등 다수 차량에서 녹·부식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소비자경보 및 피해접수 창구를 개설해 지난 20일까지 총 460건을 접수받았다.

센터는 "자동차관리법 제31조에 따르면 자동차제작자는 자동차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소비자에 대한 사실 공지를 중시해 우편발송 등을 통해 차량 소유자들에게 이 사실을 명확하게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혼다코리아는 피해차량에 대한 실태조사는 없이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혼다코리아는 녹·부식 문제 차량에 대한 판매를 즉각 중단하고, 피해차량에 대한 교환·환불 등 피해소비자에 대한 보상안을 즉시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혼다코리아는 지난 4일 "해당 녹에 의해 차의 안전·기능·성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일절 없다"며 "국토교통부에 자발적 시정 조치를 보고하고 8월22일부터 무상 수리 및 재발 보증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센터는 이에 대해 "전문가에 따르면 한번 녹이 생기면 점차 그 부위가 넓어져 녹이 확산돼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쇳가루가 에어컨 등으로 실내에 분산되면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국토교통부에 해당 보고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센터는 현재 혼다코리아가 문제차량의 녹·부식을 닦아내 최고 500만원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즉각 판매 중단과 소비자에 대한 사과 △피해 소비자에 대한 제품 교환·환불 △철저한 검찰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앞서 센터는 지난달 21일 혼다코리아의 녹·부식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를 국토교통부에도 전달해 자동차관리법 31조(제작결함의 시정 등) 위반 혐의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는 자동차제작자는 자동차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 지체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하도록 하고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입차 순위, 3위서 10위로 ‘급락’

혼다코리아는 이번 결함논란으로 주력제품 평판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만큼 국토부와 검찰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어코드와 CR-V를 내세워 지난 6월에는 한국시장 진출 이래 최대 판매실적(1750대)을 달성했다. 이어 7월에는 1001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143% 성장했다. 혼다코리아는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만대 달성을 이루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그러나 녹부식 논란으로 불거진 이후 지난달 혼다코리아의 내수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8월 수입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541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월 판매한 1001대보다 무려 46% 가량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한 580대보다는 6.7% 감소했다.

판매 급감은 순위 급감으로 이어졌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5월 볼륨 모델들의 인기와 원활한 물량 공급으로 10년만에 수입차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6월에도 수입차 판매 3위, 일본 차 브랜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 7계단이나 하락한 10위에 그치며 녹부신 논란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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