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지옥’ 탈출할 수 없는 직장인

업무카톡 뿐 아니라 개인 고민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업무카톡 문화

프랑스, 퇴근 후 ‘로그오프법’ 배워야

‘퇴근 후 카톡금지법’ 법 개정 필요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요즘 업무용 핸드폰과 개인용 핸드폰 2개를 가지고 있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퇴근 후에도 계속 울리는 회사나 상사의 업무 관련 카톡과 메시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퇴근 후나 휴일에도 상사에게 오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을 일컫는 ‘카톡 지옥’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퇴근 후 오는 상사 카톡, ‘옆에 있는 기분’

각종 조사에서 많은 회사원이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이 전국의 제조업·서비스업 근로자 24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6.1%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주최하는 '카카오톡이 무서운 노동자들' 포럼에서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하는 '스마트기기 업무 활용의 노동법적 문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근로자는 스마트기기로 인한 업무시간 외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자료는 전국의 제조업·서비스업 근로자 24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평일 업무시간 외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3.9%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전체 근로자의 86.1%는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근로자들의 평일 초과근무 시간은 평균 1.44시간(86.24분)이었고, 휴일에도 평균 1.60시간(95.96분)에 달했다. 일주일 동안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한 시간을 모두 합치면 677분, 11시간이 넘었다.

또한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함께 발표한 ‘근로관행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현실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500개 기업의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명 가운데 7명은 퇴근 후 업무연락을 받아 봤다고 답했는데, 급한 업무처리로 연락을 받았다는 답변은 42.2%에 불과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대기업 서비스직에서 근무하는 유 모씨는 “휴무인데도 불구하고 카톡이 계속해서 왔다. 미처 폰을 확인을 못 했을 때에는 카톡을 바로 확인하라는 재촉 전화가 오기도 했다. 옆에 있는 줄 알았다”라며 “쉬는 날까지 카톡을 보내는 것이 당연시 되어있는 한국의 직장문화가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말했다.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 모씨는 “집에 가는 길에 매일 카톡이 온다. 일 적인 것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로도 연락이 오는 것조차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요즘 카톡지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신조어나 나오는 것은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심각하다. ”고 토로했다.

조사결과 스마트기기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다양했다. 중복 응답을 허용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 메일 연동을 통한 메일 수신·발신(63.2%) ▲직장 업무 관련 파일 작성·편집(57.6%) ▲메신저·SNS를 통한 업무처리·지시(47.9%) ▲직장 사내 시스템 접근을 통한 업무처리·지시(31.3%) 등이 꼽혔다.

 

국회 ‘퇴근 후 카톡 금지법’ 발의

퇴근 후 업무지시가 사회문제화하자 정치권에서도 퇴근 후 문자, 카톡 등을 이용한 업무지시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일명 ‘퇴근 후 카톡금지법’)이 잇따라 발의됐다.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은 4건이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퇴근 후 문자나 SNS 업무지시를 할 수 없게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위한 법개정의 첫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근로자가 근로시간 외의 시간에 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한 지시에 따라 근로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시간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아 법률이 개정된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효과가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퇴근 후 상사의 업무지시에 부하직원이 법 규정을 따지기가 쉬운 일이겠느냐”며 “또 업무마다 특성이 다른데, 일률적인 법 적용이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프랑스 세계 최초 ‘로그오프법’ 시행…분위기 배워야

개선되지 않고 있는 퇴근 후 카톡업무에 대해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퇴근 후 업무연락을 금지하는 '로그오프법'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는 최근 ‘퇴근 후 업무연락 금지’ 조항을 노동개혁법안에 포함시켜 세계 최초로 시행 중이다. 종업원 50명 이상 기업의 근로자는 ‘근무시간 외 업무 관련 메일 수신을 거부할 법적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로그오프법’이다. 독일에서는 2012년부터 정신적 부담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안티스트레스법안’의 제정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사례처럼 국내 회사원들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준수하려는 분위기부터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시간 근로문화가 고착돼 있는 한국 현실에서 ‘근로시간 준수’라는 전제부터 해결돼야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시행되더라도 사문화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차원에서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에 있는 사례에 대한 법적 판단을 가능케 하는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대구가톨릭대학교 법·행정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사가 업무지시를 했다고 해도 조직문화가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다"라며 “선진국 같이 근로문화와 조직문화가 성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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