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주식거래·음주운전 등 위법행위 53가지 적발...대대적 인적쇄신 불가피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금융감독원이 공공성 추구는커녕 잇단 불법 행위로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변호사 채용비리' 사태로 김수일 금감원 전 부원장이 실형을 선고 받은 지 일주일만에 신입 사원 공개채용에서도 불법 채용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 이와 함께 음주운전과 주식 차명 거래 등 임직원의 각종 비리도 무더기 적발됐다. 

민간 회사들보다 공기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는 더 큰 문제다. 금융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하는 금감원은 다른 조직에 비해 높은 윤리의식과 엄격한 중립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공정위 등의 공공기관들이 지난 정권 때 정치권의 움직임에 앞장서는 부적절한 행위로 공신력에 흠집을 낸 데 이어 이번 일이 터졌기 때문에 국민의 비난이 더욱 거센 상황이다.

 

'이번엔 신입공채'

변호사 특혜 채용으로 홍역을 치른 금융감독원이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도 불법 채용을 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금감원) 간부가 5급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지인과 관계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 예정인원을 조정하는 꼼수를 부렸고, 여기에 채용 관계자들의 협조와 묵인이 있었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기관운영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6년도 신입직원을 채용하면서 당초 필기전형에서 불합격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필기전형 인원을 늘리고 전 직장의 평가를 사유로 부당하게 합격자를 교체했다.

국장 A씨는 지인으로부터 합격문의를 받고 절차를 멋대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A국장은 2차 면접위원으로도 참석해 지원자 B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나머지 사람에게는 8점 이하의 점수를 부여했다.

뿐만 아니다. 2016년도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및 최종합격 단계에서 금감원 퇴직자만 경력기간을 수정해 주거나 임의로 점수를 수정하는 등 원칙 없이 인력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직원 채용도 부당하게 진행됐다. 또 다른 국장급 직원 C씨는 금감원 출신 지원자 3명이 경력기간을 실제 경력보다 짧게 기재해 불합격 대상이라고 보고받자 자신의 직원에게 이들의 인사기록을 찾아서 경력기간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금감원 출신 지원자 3명 모두 최종합격했다.

앞서 김수일 전 부원장은 금감원 변호사 채용과정에서 전직 국회의원 아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고, 사표를 제출해 수리된 바 있다.

금감원 노조는 변호사 채용비리 사태 직후 금감원 인사시스템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 노조도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의 대수술 없이는 금감원을 다시 세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신임 최 원장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규 노조위원장은 "인사라인에 집중된 권한을 견제하고 부당한 지시를 신고·거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잇단 채용비리에 대해 업계에서는 폐쇄적인 인사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반응이다. 조직·정원·예산을 확대할 경우 엄격한 통제 및 견제를 받는 정부조직과 달리 반민반관의 특성을 띄는 감사원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

 

'차명주식'부터 '음주운전'까지

내부 규정을 어기고 주식거래를 한 금감원 임직원 수십명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이 지난 3월13일~4월21일 금감원 내 기업정보 관련 업무(자본시장감독·회계심사 등)를 수행한 적 있는 임직원 161명을 대상으로 주식 거래·보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차명계좌로 주식거래를 한 임직원이 2명 적발됐다. 감사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넘겼다.

이들은 가족 명의 계좌를 사용했으며 수년에 걸쳐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했다. 장모 계좌로 재산을 운용한 A씨는 2013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수천회에 걸쳐 주식거래를 했고 매매금액 규모만 700억원이 넘었다. 

주식계좌를 만들어 주식거래를 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4명, 계좌는 신고했지만 거래내용을 알리지 않은 12명도 적발했다. 이 밖에 비상장주식을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임직원도 32명이나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런 사항 모두 자본시장법 제63조 위반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 내용은 분기별로 내부 준법감시인이 확인해야 한다. 내부정보 이용 등 불공정행위 위험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자본시장법 제441조에 따라 금감원 직원도 금융투자업자 임직원처럼 자본시장법 제63조 준수 의무가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소속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확인할 수단이나 시스템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나. 감사원은 "금감원 임직원이 스스로 내부 전산시스템이 입력하는 방법으로만 주식거래·보유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고 미신고 내용 여부나 신고 내용 적정성 등을 따로 점검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실질적으로 임직원 주식거래를 확인할 점검 기준과 절차 보완 △임직원 규정 위반 주식거래 주기적 점검 △적발된 임직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 △금융거래정보 제공 미동의 직원 23명 자체 점검 등을 금감원에 명령했다.

감사원은 또 음주운전으로 기소됐음에도 금감원에 사실을 알리지 않은 12명을 찾아내 금감원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음주운전을 한 임직원에 대해 최대 면직까지 할 수 있는 내부 징계기준을 지난해 1월 신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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