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는 ‘마녀사냥’, 240번 버스 사건

“하루아침에 피해자가 됐다” 정신적 고통

사실관계 불확실 글로 ‘마녀사냥’ 시작

사실관계 검토 후 보도해야…피해 막아

CCTV로 쉽게 달라지는 ‘마녀사냥’ 대상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최근 240번 버스 사건을 비롯해 ‘마녀사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 공인들이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일반인들도 표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쉽게 글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온라인 마녀사냥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마녀사냥’ 피해자 240번 버스 기사

지난 11일 오후 6시 27분경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어린 아이를 하차 시킨 뒤 어머니가 내리지 않아 여성 승객이 “어린 딸이 혼자 내렸으니 버스를 세워달라”고 요청했으나 기사가 이를 무시했다고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이 같은 내용은 해당 버스에 타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한 승객이 ‘목격담’처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파문이 확산됐고, 버스기사는 곤혹을 치러야 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으로만 네티즌들은 무차별적인 비난과 억측을 쏟아냈고, 언론은 속보경쟁 식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를 냈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서울시와 A씨의 딸은 직접 나서서 알려진 내용과 달랐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 CCTV가 공개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버스 기사는 아이가 내린 정류장에서 16초간 정차했다가 출발했고 엄마가 뒤늦게 하차를 요구했을 때는 이미 3차로에 진입한 상태였던 것”이었다.

그러자 비난의 화살이 아이 엄마에게로 향했다. 이번엔 ‘엄마가 아이를 방치한 것 아니냐“며 또 다시 마녀사냥이 자행됐다.

CCTV가 공개된 후 해당 사건의 최초 게시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과의 글을 게재했다.

이 게시자는 “감정에만 치우쳐서 글을 쓰게 됐다. 제대로 상황 판단을 못하고 기사님을 오해해서 글을 썼다.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다”라면서 “기사님을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 잘못된 부분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마녀사냥’ 피해자가 된 버스기사 A(60)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회사측에 고통을 호소하며 휴직계까지 냈지만, 회사 측의 만류로 당분간 휴가를 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마녀사냥이라는 거 들어보기만 했다”라며 “이렇게 인터넷이 사람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구나”라고 토로했다.

이번 240번 사건에 대해서 김 모(28‧여)씨는 “사실도 아니고 자기 주관을 심하게 섞어서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제일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논란을 만들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려 놓은 거나 다름없다”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마녀사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SNS 등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쉽게 글을 올리고 한 사람을 매도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해야한다”고 전했다.

신 모(27‧여)씨는 “사람들은 보는 것만 믿고 들리는 것만 믿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도 기사를 통해 보고 듣는대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240번 버스 사건이 CCTV로 사실 정황이 드러나면서 바로 아이엄마 쪽으로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을 보고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네티즌이라고 생각했다.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글만 보고 모두가 동조하는 것은 잘 못 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는 ‘마녀사냥’

240번 시내버스 논란은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과 ‘된장 국물녀’과 비교되고 있다. 인터넷에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글이 올라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음식점 채선당에서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임신부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일파만파 확산됐다. 식당 종업원은 온갖 인신공격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고 채선당도 막대한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화상을 입은 아이의 부모는 “한 여성이 국물을 들고 서 있다가 아이와 충돌해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쏟고 달아났다”는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가해자의 신상 파악에 나서는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CCTV 확인결과 피해 어린이가 뛰어오다가 충돌한 장면과 부딪힌 여성이 주방에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녹화돼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처럼 온라인상에 잘못된 글이 올라와 피해를 입는 사례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신고된 사이버명예훼손·모욕 범죄는 1만5043건으로 전년(8800건) 대비 70%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일반 형법상 명예훼손 사건 수는 약 10% 감소한 반면,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불

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사이버명예훼손) 사건 수는 20% 증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은 1만4908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언론학자들은 여론몰이 식 마녀사냥에 인터넷 기사들에 달리는 ‘폭력적 댓글’ 역시 한몫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면서 뉴스 원문에 드러난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이 실린 댓글까지 읽으며 사람들의 생각을 함께 접하게 된 것이 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부 폭력적 댓글로 인해 뉴스의 수용자에게는 관련 내용이 보다 자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감각적 호소와 연결되면서 뉴스내용의 과장과 왜곡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 역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일단 급하게 보도하고 보면서 문제점이 커진다”며 “대중들이 특정 장면만 보고 흥분해 글을 올리고 퍼나를 수 있기에 사실을 검증하고 보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박창호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댓글의 폭력성은 사실 소수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처럼 착각하게 되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게 된다”며 “이에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댓글이 여론을 더욱 폭력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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