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도박, 적발건수 6년새 21배 급증…시장규모 수조원

[뉴스포스트 = 박효주 기자] 지난 2월 여의도 백화점 창고에서 10억원의 현금상자가 발견된데 이어 최근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110억원이 발견되었다. 이같은 거액의 도박사이트 운영수익금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인터넷 불법도박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을 유혹해 수렁에 빠지게 만드는 사행성 도박의 세계. <뉴스포스트>가 인터넷 불법도박을 집중 취재했다.

지난달 9일 여의도백화점 내 물품보관 업체에 보관중인 종이박스 2개에서 현금 오만원권 8억, 일만원권 2억이 발견됐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현금 110억원이 발견됐다. 두 사건의 거액의 현금은 모두 인터넷불법도박 수익금으로 밝혀졌다.

특히 여의도백화점의 돈주인으로 밝혀진 임모씨가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단 6개월만에 23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운영수법 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불법 도박사이트의 최근 경향은 10억원 돈상자의 주인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스포츠토토를 모방한 ‘사설 토토’다. 포커, 고스톱 등 기존 도박 사이트의 경우, 상대의 패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확산되는 등 도박꾼들에게 신뢰를 잃은데 비해, 스포츠 경기결과에 베팅하는 토토는 운영자가 결과를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이는 국내외 각종 스포츠 경기에 돈을 베팅하게 한 뒤, 경기 결과를 맞힌 사람에게는 미리 정한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고 틀린 사람의 베팅금액을 환수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토토는 베팅을 할 수 있는 대상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매력(?)이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제3세계의 스포츠 경기나 심지어 e스포츠도 베팅 대상이 된다. 한마디로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라면 무엇이든 베팅할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은 한 게임당 최대 100만원까지 베팅을 가능하도록 하는 등 판을 키워 ‘한 방’에 목마른 도박꾼들을 최대한 끌어들였다. 이들이 6개월간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발행한 투표권은 모두 1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해당 게임 승률을 분석한 뒤 배율을 미리 조작하는 수법으로 이윤을 극대화했다. 한마디로 도박꾼들의 눈먼 돈을 거저 먹을 수 있는 설계였다.

판돈 눈덩이…한 판에 1천억?

인터넷도박의 정확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지만 판돈의 규모는 계속 커지는 형국이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도박 사이트의 판돈은 수백억원대에서 1천억원대까지 나오는데 인터넷 도박에 몰린 돈이 수 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인터넷도박은 이용자가 운영자의 대포통장으로 현금을 넣어주고 이를 사이버머니로 환전해 도박을 하고, 돈을 따면 사이버머니만큼 본인이 원하는 계좌로 현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린 시점은 ‘바다이야기’ 파문을 계기로 성인오락실 단속이 강화된 이후부터다. 당국의 추적을 따돌리기 쉬운데다 일반인의 접근도 용이한 ‘인터넷 공간’으로 진화한 것. 여기에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국내 인터넷 환경이 한몫했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등 도박을 비교적 용인하는 국가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도메인과 IP를 바꿔가며 당국의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

이같은 단속의 어려움 탓에 당국의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 도박사이트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200억대 규모의 사설 도박 사이트 운용자가 적발됐으며, 지난해 7월에는 무려 450억원대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던 총책이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불법 도박사이트 적발 건수는 지난해 5847건으로 2005년 277건과 비교하면 21배 이상 급증했다.

‘한 방’노리며 ‘조직’들도 진출

이처럼 불법 토토사이트가 도박꾼들을 유혹할 수 있는 이유는 ‘한 방’이 가능한 사행성 때문이다. 합법 토토게임이 1인당 구매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는데 비해 불법 사이트의 경우 구매는 물론 베팅액 상한이 없고 배당률도 크게 높다. 또 배당금에 대한 세금도 당연히 없다. 운영자 입장에서도 기금이나 세금으로 나가는 돈이 전혀 없고 공지하는 환급비율과 실제 환급비율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 ‘누워서 떡먹기’식 운영을 할 수 있다. 또 최악의 경우  사이트를 폐쇄한 뒤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사이트를 열어 ‘새 출발’을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불법도박은 장소나 시간에 구애 받지 않아 이용자가 몰리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고 도박 중독을 양산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짧은 기간에 거액을 만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조직폭력배들도 도박사이트 산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2008년 3월부터 9개월간 도박사이트 2곳을 운영하면서 게임머니를 팔아 72억원의 매출을 올린 ‘정수파’ 10여명을 지난해 6월 기소했다.

불법수익금 전액환수 방침

경찰청 관계자는 “이달부터 7월 말까지 4개월간 인터넷도박을 집중 단속 중”이라며 “외국에 서버를 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어렵지만 반드시 외국 수사기관에 공조를 요청하도록 각 지방청에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청에 인터넷도박 특별수사팀을 운영하는 한편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인터넷도박 특별수사 1개팀을 지정해 주요 해외 도박사이트를 전담 수사하고 있으며, 실적 우수자에 대해서는 경감까지 특진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수익금 환수에 관해서는 “도박사이트 수사시 사이트 운영자 등 주범 검거 위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관련자는 물론 주변인에 대해서도 계좌수사 및 금융정보분석원에 금융거래 내역 확인을 의무화해 불법수익금은 전액환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