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야권단일화 과정서 친노세력 사분오열

[뉴스포스트 = 도기천 기자]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를 이뤘지만 친노진영에는 큰 상처를 남긴 결과가 됐다. 당초 김해을의 유력한 야권주자는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이 지역에서 농민운동을 해오며 봉하마을의 굳은 일을 도맡아해 온 노무현 집안(?)의 살림꾼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참여정부때 청와대비서관을 지냈으며,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가족처럼 지내며 지역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 친노진영은 물론 민주당내에서도 무난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김해을 재보선에서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 내정된 김 사무국장의 공천에 태클을 걸었다. 유 대표는 지난해 7.28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참여당 등 군소정당들이 민주당에게 후보를 양보한 사실을 내세우는 한편 “김해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참여당 후보가 범친노단일후보로 결정돼야 한다”며 민주당을 연일 압박했다. 여기에 참여정부 당시 실세였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권양숙 여사도 거들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수석은 김경수 사무국장을 만나 “유시민이 있는 참여당이 노 전 대통령의 유지였다. 민주당 출마는 자칫 친노진영을 분열시킬 수 있다”며 출마 자제를 권고했고, 권 여사는 “김 국장마저 (당선되어) 떠나면 내 곁에는 누가 있냐”며 만류했다는 것.

또 노 전 대통령의 공식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에는 김 국장의 출마를 둘러싸고 ‘민주당의 유시민 죽이기’라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결국 견디다 못한 김 국장은 불출마를 선언하게 됐고, 참여당은 노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였던 이봉수 후보를 내세워 이번에 단일화에 성공하게 됐다.

유 대표 고집에 민주당 양보 

이 과정에서 친노진영 내에서도 유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 사무국장을 압박해 사퇴하게 만든 것도 문제지만,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도 배수진을 치고 고집을 부렸다는 것. 단일화 논의에 진척이 없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서 ‘참여경선50%, 여론조사50%’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유 대표측은 ‘조직선거 우려가 있다’며 ‘100%여론조사 방안’을 끝까지 고집했으며 뜻대로 되지 않자 파국을 선언하며 판을 깨기에 이른다. 결국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유 대표의 고집에 밀려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나서서 민주당 곽진업 후보를 설득해 100%여론조사 방안을 받아들이게 했다는 것.

이번 협상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민주당 후보가 양보하면 다음 회의때는 (참여당이) 또다른 걸 들고 나와 양보를 요구하고, 민주당은 마지못해 또 양보하고, 이같은 행태를 수차례 되풀이했다”고 귀뜸했다.
민주당쪽 협상테이블의 수장격인 이인영 최고위원(연대연합특위위원장)은 “유시민이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며 힘들어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최고위원은 야권단일후보 논의가 한창이던 이달초 모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조금은 독선적이고 안티세력을 많이 만드는 스타일을 고쳤으면 좋겠다. ‘내 생각만이 옳다’고 유 대표가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친노진영의 기둥격인 문 이사장도 내심 민주당 곽진업 후보를 지지했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다. 당초 김경수 사무국장을 민주당 후보로 밀어준 문 이사장으로서는 김 국장의 사퇴로 유 대표에게 상처를 입은 셈인데, 단일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민주당 쪽으로 마음이 쏠렸다는 후문이다.

친노세력, 각자도생 모색

그래서 친노진영은 이번 단일화 경선결과를 놓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현실이다. 참여당이 노무현정신을 계승한다고 표방한 당인만큼 단일화 결과에 기뻐해야겠지만, 이래저래 이 과정에서 받은 상처를 감안하면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한 민주당내 친노그룹들은 참여당과 좋은 관계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유 대표의 ‘너무 나간’ 행동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노 핵심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경우 이미 ‘내년 대선에서 손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친노세력은 손학규, 정세균, 유시민 등으로 나눠져 각자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유 대표는 자신의 고집대로 뜻은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인심을 잃은 결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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