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발굴된 조선시대 군기시 건물지 (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서울시청 건물 아래 조선시대 무기제조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군기시가 있다.

2009년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 기관인 한강문화재연구원은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서울시 신청사 건립 부지 2231㎡에서 일제강점기의 건물터와 조선 후기 건물 기초, 석축, 배수 시설 등의 유구(遺構:옛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군기터 흔적)를 발굴해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자기편 도기편 기와편 등 유물과 함께 중구 정동에서 청계천으로 흘렀다는 기록만 남아 있는 정릉동천의 흔적도 찾아냈다. 2009년 발굴 이후 서울시는 복원한 조선시대 무기제조관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제공하여 역사체험의 장을 넓혔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시청사 건물에 조선시대 무기제조관의 군기시전시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지는 서울시청 지하 2층의 시민청(市民聽)안의 군기시유적지를 방문하여 조선시대 무기제조관의 모습을 만나보기로 했다.

불랑기자포 1호 건물지 출토 보물 861-2호 길이 43.5cm 중량 45kg (사진=신현지 기자)

군기시 건물지 및 다양한 철제유물과 불랑기자포

시청사의 시민청 지하 1층에 전시되고 있는 군기시軍器寺란 조선시대 무기를 제조하던 관청으로 이는 태조 원년(1392년)에 설치되었고 고종21년 (1884년)에 이르러 군기시는 폐지되었다. 경국대전에는 군기시에 근무하는 장인만 600여명이며 무기제조기술 또한 수준급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관련 한국경성전도(1903년)에 군기시 자리에 숙위소가 확인이 되고 1926년 일제강점기에는 군기시 부지에 경성부청사가 완공되어 일제의 말살정치 장소로써 사용되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광복 이후 경성부청사는 서울시청으로 사용되면서 6차례나 증축이 되었다.

군기시 유적지를 발굴하게 된 것은 2009년 시청 건립하는 과정에서였다. 

발굴 당시 일반 민가에 비해 부엌이 좁고 또 골목길이 명확하지 않으며 생활유물이 아닌 무기 중심의 유물이 출토되는 것을 미루어 신청사 발굴 건물지는 일반 마을이 아닌 군기시의 부속건물 즉, 무기를 제조하던 작업장 및 무기를 보관하던 창고로 볼 수 있었다.

또 군기시에서 지자총통에서 발사하는 장군전 철우와 장군전촉을 비롯하여 화살 촉 수천점이 뒤엉켜 발견되었는데 이는 서울시 신청사 터가 무기를 제조하던 군기시터였다는 것에 강한 무게를 싣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후장식 화포인 보물 불랑기자포와 휴대용 화기인 승자총통, 특히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영자총통 등의 유물은 15세기에서 1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조선시대 무기 발달사 연구에 다양한 콘텐츠로 제공되었다.

더불어 이곳에서는 돌을 쌓아 올린 축대가 군기시와 함께 발굴되었는데 이는 하천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돌로 쌓은 축대이며 이 호안석축은 덕수궁에서 발원하여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인 정릉동천의 석축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 호안석축은 조선 전기부터 근대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더욱이 군기시에서 발굴된 보물들 중 불랑기자포佛狼機子砲는 불씨를 손으로 점화 발화시키는 화기로 조선시대 유일한 후장식(뒤에서 장전하는 방식)화포라는 것에 가치를 지녔다. 

군기시 부지에서 출토된 자기와 도기등 유물 (사진=신현지 기자)

또 신청사 1호 건물지에서 여러 점이 뒤엉켜 출토된 승자총통의 자포에는 “가정계해 지통중칠십오근팔냥 장김석년嘉靖癸亥 地筒重七十吾斤八兩 匠金石年”이라는 명문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 자포가 1563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고. 중량이 75근 8냥 이고 장인 김석년에 의해서 제작되었다는 것 등  제작연대와 제작자, 출토된 지역까지 명확하니 신청사 출토 부랑기자포는 화기 발달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손색없었다.  현재 부랑기자포는 보물 제 861-2호로 지정되어있다.

시청의 관련자에 의하면 하루 5000여명 이상이 시민청을 다녀간다고 한다. 시민청이 마련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함께 조선시대 무기제조관 탐방으로 우리의 역사관을 깊이 심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