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개 물림’사고 증가 요인

맹견 경우 안전장치 필수, 단속 소홀

‘개 물림’ 사고 처벌 미비, 개선 필요

영국 ‘특별 통제견’ 분류…배워야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최근 유명 한식당(한일관) 대표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가수 겸 배우 최시원 씨 가족의 반려동물에 물려 치료를 받다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패혈증이란 세균이나 곰팡이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세균이 침투에 신체 장기에 기능 장애를 일으켜, 사망률이 30~70%까지 이르는 병을 말한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관리 및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목줄이나 입마개 등을 하지 않은 개들이 늘어나면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진=우승민기자)

목줄과 입마개 착용, 그리고 안락사

최근 공공장소에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는 반려동물에게 ‘개 물림’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목줄과 입마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도봉갑)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반려동물(개)로 인한 구상권 청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피해자는 561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매년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에 물려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람들이 매년 12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3년 133명 ▲2014년 151명 ▲2015년 120명 ▲2016년 124명 ▲2017년 9월 현재 33명 등 매년 꾸준하게 피해자가 발생 중이다. 이에 따른 병원 진료비만 10억6000만원이 넘는다.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에는 반려동물과 외출할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고 사람을 공격해 사해를 입힐 수 있는 커다란 맹견은 입마개도 채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겨도 처벌은 5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전부다. 이처럼 견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개 물림’ 사고가 증가하는 요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개 물림’ 사고가 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관리와 안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반려동물 안전사고에 대해 주인에게 책임을 더욱 엄하게 묻거나 위험한 맹견을 키울 때는 사육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씨는 “평소에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마냥 귀엽다고 안전을 소홀히 하면 주변에서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키우는 애완견이기 때문에 귀엽지만 타인이 봤을 때는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목줄과 입마개 등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진=뉴스포스트 DB)

한편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재정비해야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은 것과 달리 반려동물의 안락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B씨는 “반려동물에 대해서 견주들의 관리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이든 사람이든 견주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모든 생명은 중요하고 본인이 아니면 그 누가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하며 안락사를 반대했다.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C씨는 “사람을 물어 죽인 경우라면 반려견을 안락사 시키는 것을 고려해 봐야겠지만 가벼운 부상으로 안락사를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견주들이 교육을 받고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한다”고 전했다.

반면 안락사에 대해 찬성하는 D씨는 “어릴 적 강아지에게 물린 이후로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겁이 난다. 견주들에게 경고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생긴 것 같다”며 “반려동물이 사람을 물어 죽이거나 트라우마 등 상해를 입혔다면 안락사를 시켜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아지들은 물려고 하는 야생의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목줄은 필수로 해야하고, 입마개는 필요성이 있다고 느끼면 해야 한다”라며 “다들 온순하다고 말은 하지만 야생본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사냥견과 대형견 등 입마개를 필수로 해야 하는 강아지들은 법으로 정해져있다. 하지만 그 외적으로도 말티즈 등 작은 강아지들도 사납다”며 “모든 강아지들에게 입마개를 다 해버리면 학내 논란이 있기 때문에 견주들이 반려견 특성에 따라서 입마개와 목줄을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수의 시민들과 협회관계자들은 목줄과 입마개의 강제성을 강조했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란에는 ‘맹견관리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록됐다. 제안자는 “최근 반려동물에 의한 인명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동네에서도 공포심을 느끼고 살아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에서는 일명 ‘맹견 피해 방지법’을 논의 중이다. 현재 맹견 관리 의무 강화를 위해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 착용, 사육 및 관리에 필요한 교육 의무화 등을 포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사진=우승민기자)

‘개 물림 사고’로 사망시…처벌은?

우선 반려견 보호자의 관리 소홀이 명확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형법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반려견 관리 과정에서 고의나 다름없을 정도로 보호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형법상 중과실치사죄가 적용된다. 이 경우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물론 과실이 아닌 고의적으로 개가 사람을 물게 해 사망하게 만들었다면 살인죄가 적용된다. 개를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에 물린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피해자가 사망하는 경우다. 최씨 반려견 사건이 이런 사례다. 이 사건에서 최씨의 반려견은 목줄이 풀린 상태에서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피해자의 다리를 물었다. CCTV를 살펴보면 피해자는 움찔하며 당황해 개를 내려다봤다. 이 피해자는 엿새 후 패혈증으로 숨졌다. 최씨 측은 “문이 잠시 열린 틈에 가족의 반려견에 물렸다”고 했다.

이처럼 피해자가 개에게 물린 뒤 6일이 지난 뒤 사망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반려동물 보호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개에게 물린 사고와 피해자 사망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물론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유족이 최씨 가족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수사와 처벌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주인에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단속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영국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영국은 1991년 맹견 사육 제한과 관리 지침을 담은 위험한 개법을 만들었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도고 아르헨티노 등의 맹견은 '특별 통제견'으로 분류하고, 이런 견종을 키우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가 사람을 물어 사망하게 하면 견주는 최대 징역 14년까지 선고받는다.

미국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은 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견주는 1000달러(약 113만원)의 벌금형 혹은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 사례보다 처벌이 미비하다. 맹견 동반 외출 시 입마개와 목줄을 해야 하지만 단속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주인에게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이찬종 이삭 애견훈련소 소장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비애견인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비애견인과 애견인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의견차이는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다른 사람은 피해를 봐도 내 강아지는 안된다는 자세는 지양하고, ‘페티켓’(반려동물을 뜻하는 펫과 에티켓의 합성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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