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한국타이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 들어가는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사고로 한국타이어는 사망사고가 유달리 잦은 ‘살인기업’이란 오명을 벗기 힘들 전망이다.

24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한국타이어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저녁 7시 15분께 충남 금산군에 소재한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최모씨(32)가 고무 원단을 옮기다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말려 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씨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끊어진 고무 원단을 끌어내려다가 고무와 같이 빨려 들어가 컨베이어 벨트와 롤 사이에 끼는 협착사고를 당해 사고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인은 두개골 함몰 및 과다출혈로 인한 질식사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를 명령했다.

이후 대전노동청은 근로감독관 6명 및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 6명 등을 25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 파견해 현장 정밀감독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대전노동청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 한편, 현장조사가 마무리되면 사업장 관련자를 소환해 관련 법 위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가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한국타이어에 대한 처벌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오본수 대전노동청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업주를 엄중이 처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노동청, 경찰 등 정부기관과 함께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 중에 있다”며 “우선 사고 원인을 파악해야 이후 공장가동 시점이나 재발방지 등의 단계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최악의 살인기업’ 오명 계속되나

한국타이어는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악의 살인기업' 오명을 벗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한국타이어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93명의 노동자가 집단으로 사망했고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 반 사이 무려 15명의 노동자가 심장돌연사 등의 사인으로 집단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김종훈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에도 무려 46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100명이 넘는 근로자가 각종 질병으로 사망했음에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한 인원이 대다수”라며 “제대로 된 안전 교육과 장비는 전혀 없었고, 근무 도중 다치거나 질병을 얻어 산재를 신청하면 회사 측에선 퇴직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기업주와 관련자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 산재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미 의원(정의당) 등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지난 5년간 공식 집계된 산재 횟수는 대전공장 164명, 금산공장 148명, 중앙연구소 18명으로 33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시정지시 67건, 과태료 10억309만원, 사법처리가 14건이지만 산재신청률 자체는 1%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6월엔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다수의 산재사고를 관계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각각 11회, 7회 산재가 발생했지만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한국타이어 공장 내 현장사고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한국타이어가 안전관리에 너무 무심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산재조치의 강화와 함께 근로자 작업환경에도 개선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잇따라 발생하는 사망사고로 한국타이어에 대한 불신마저 생길 지경"이라며 "회사 내 체계적인 안전관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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