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원이 뭐라고…서로 얼굴 붉혀

봉투값 받도록 법으로 규정, 지켜야

무상제공시 과태료 최대 300만원

‘유명무실’정책…여전히 무상제공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최근 국내 대형 편의점들이 무료로 물건을 담아주던 비닐봉투를 20원씩 받고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다수 고객들이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어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편의점이 많다.

하지만 무상으로 제공하다 단속에 적발되면 과태료 처분을 받기 때문에 고객들과 얼굴을 붉혀야 하는 일이 많아 이에 대해 편의점 점주들의 걱정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우승민 기자)

20원 받자니 손님 없어질까 걱정

대다수 편의점은 계산대에 ‘비닐봉지 무상 제공시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되므로 부득이하게 20원에 유상 판매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서울 시청 근처 A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김 모씨는 “비닐봉지를 무상제공 하다가 20원씩 받으려고 하니 마음이 불편하고, 안 받자니 과태료가 걱정이 된다”라며 “정부에서 단속을 하기 때문에 20원을 받아야 하지만 비닐봉투값을 말하면 다들 뭐냐?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해왔기 때문에 고객들 입장에서는 의아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근처 B편의점 점주 서 씨는 “20원으로 손님을 잃을 수 있다”며 “20원 얘기를 꺼내면 손님들은 비닐봉투값을 받지 않는 매장으로 간다. 매출도 안 오르고 손님도 잃을까봐 그냥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그동안 소비자 반발 우려로 관행처럼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해왔던 편의점들은 20원에 단골손님마저 끊기면 어쩌나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주 전국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각 점주들에게 반드시 1회용 비닐봉투 값을 받으라고 공문을 발송했다.

같은 기간 CU도 전국 점주들에게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금지하도록 공지했다. 이 회사는 현재 고객들에게도 양해를 부탁하는 안내물을 제작 중이다. 곧 전국 점포에 배포할 예정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GS25는 지난 9월 25일부터 공문이 내려갔으며,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모니터에 공지를 해두는 등 추가 홍보물을 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의 무료 비닐봉투 제공 단속 강화 방침이 내려진데 따른 조치다.

지난 11일 서울시는 환경오염을 가중화하는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시의 규제 강화와 본사의 무상제공 금지 권고를 전달받은 대다수의 편의점주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반드시 법을 지켜야하는 상황이지만 고객들이 기분 나빠하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처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점주들에 따르면 20원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고객과의 마찰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진=우승민 기자)

김 모씨는 “어느 날부터 편의점을 가니 비닐봉투값 20원을 달라고 했다. 황당해서 다른 편의점을 가게 됐다”며 “보통 한두개씩 사면 무료로 주던 것을 20원을 주고 사려니 아까웠다. 됐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고객들은 비닐봉투값을 받는 매장에서는 물건을 사지 않고 다른 매장으로 옮겨가거나 봉투를 아예 사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편의점 비닐봉지는 각 점주가 본사에 소모품으로 발주해 구입하고 있다. 비닐봉지값 20원은 환경부담금이라 사실상 점주 수익과 관계없지만, 본사 정책상 점주 사비로 구입하게 돼 있다. 점주들은 차라리 비닐봉지를 지금처럼 소모품이 아닌 편의점 의무 판매 제품으로 만들어서 매장에서 당당하게 판매할 수 있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에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20원이 정말 작은 돈이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불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법을 지켜야하는 점주들과 고객들은 딜레마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비닐봉투 20원 지불하랬더니…살인까지

이처럼 보통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면 무상제공을 하는 비닐봉투값 20원을 지불하라고 할 때면 불편함을 드러내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다툼과 살인도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에서 비닐봉투값을 지불하라는 편의점 종업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경북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비닐봉투값 20원을 달라는 편의점 종업원 A(35)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조모(51)씨를 검거했다.

조씨는 이날 오전 3시30분께 경북 경산시 한 편의점에 침입해 종업원을 흉9기로 찔러 살해했다. 편의점에 숙취해소음료를 구입하러 갔다가 A씨가 비닐봉투값을 달라고 하자 화가나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씨는 집에 있던 흉기를 들고 와 편의점에 있던 A씨를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 모씨는 “요즘 손님들에게 비닐봉투값 20원인데 어떻게 하실건지 물어보면 다들 그냥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며 “비닐봉투값으로 아르바이트생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안 뒤, 손님들에게 봉투값 이야기를 건네는 것도 힘들다. 다들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사소한 비닐봉투로 말다툼부터 살인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생겨 무상제공을 하고 있는 편의점들이 많지만 불법으로 무상제공을 할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상제공을 단속하고 위반 사업장에는 최고 3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며 1회용 봉투 무상제공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사업장 면적 33㎡ 이하 업장과 소규모 용량(B5규격 및 0.5리터 이하)의 1회용 비닐봉투에 한해서도 무상제공을 금지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회용 비닐봉지 무상 제공 금지는 지난 2003년부터 시행돼 왔다. 그러나 실제 대다수 편의점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철저히 단속을 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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