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보류...日, 분담금 카드로 제제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1년이 넘게 노력해 왔다.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하는 것인데 일본이 유네스코에 회비를 많이 내는 나라라는 이유로 보류되다 끝내 등재에 실패했다. 이는 일본이 아직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사죄하는 마음이 없다는 반증이다. 일본은 그간 위안부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의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가며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에 비해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 사업 예산조차 삭감하고 있으니 답답할따름이다.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비극의 역사를 극복하고 다시는 그러한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류의 염원을 이야기하기 위해 꼭 등재되어야 한다"

'민족과여성역사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의 얘기다. 김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일본의 압력에 밀려 보류된 것과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기록물들은 역사적 자료"라며 등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위안부 기록물 등재, 결국 보류

한국과 중국 등 8개국이 공동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예상대로 일본의 압력에 밀려 보류됐다.

위안부 기록물 등재가 보류된 것은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일본의 승리이자, 우리 정부에게는 외교전의 쓰라린 실패 결과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31일 홈페이지(https://en.unesco.org)에 게재한 세계기록유산 심사 결과 성명에서, 특히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보류 결정에 대해 "관련국들은 대화하라"고 언급했다. 

성명은 "(유네스코)회원국들은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 IAC(세계기록유산 등재심사 국제자문위원회) 그리고 세계기록유산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대화와 상호이해의 원칙을 준수하며, 정치적 긴장 고조를 피하도록 촉구했다"며 IAC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들의  "등재 신청국들과 관련국들 간의 대화(a dialogue among the nominators of the nominations 'Voices of the Comfort Women' and 'Documentation on Comfort Women and Japanese Army discipline' and concerned parties)"를 도모하도록 사무총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명은 IAC가 사무총장에게 " 가능한 모든 (위안부) 관련 문건들이 공동 등재로 이어지도록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이 대화할 수있도록 편리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IAC also recommends setting a place and time convenient to the parties for this dialogue, with a view to leading to a joint nomination to encompass as far as possible all relevant documents)"고 밝혔다. 

아사히 신문은 31일(현지시간 30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The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가 프랑스 파리에서 기록유산 등재 신청 심사를 진행한 결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7일 NHK, 마이니치 등은 IAC가 비공개회의에서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있다. 따라서 IAC의 의견을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이 받아들여 이날 등재 보류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유네스코가 일본군 위안부 자료들을 모두 '등재 보류'로 결정하면서 관련국들의 토론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집행위원회는 지난 18일 세계기록유산과 관련해 이견이 있을 경우 당사국간 대화를 촉구하고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최대 4년간 심사를 보류하는 결의(심사제도 개혁안)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있다. 새 제도의 적용은 2019년부터 적용되는데,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신청은 2년에 한번씩 이뤄진다.

따라서 지난해 5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한 위안부 자료가 올해 등재되지 못할 경우에는 새 제도를 적용받게 되고, 결국 일본의 강력한 반대에 부딛혀 사실상 등재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왔다.

(사진=뉴시스)

韓 외교의 실패?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을 거부하면서까지 위안부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의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일본은 유네스코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지급하는 국가로, 그간 유네스코가 자국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때마다 분담금 지급을 연기하며 유네스코에게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특히 최근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최대 분담금 지급국가가 돼 영향력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

한편 JTBC 보도에 따르면 올해 여성가족부 예산안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에 배정된 예산 4억 40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유네스코 관련 예산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 사업 예산도 약 31% 줄었으며, 일본군 위안부 관련 국제 학술 심포지엄 등 교육 콘텐츠 사업 등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김 이사장은 “일본이 유네스코 측에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등재되고 있지 않다”며 “일본은 이렇게 많은 지원금을 통해 유네스코 측에 자국의 입장을 어필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불구경하듯 뒤로 빠져 서 유네스코 경비조차 삭감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6년 6월에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 제출이 완료되면서 사업 지원할 필요가 없어져 그 이후로는 예산이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며 "삭제된 예산안은 다른 기록물 연구사업으로 대체된 상태다"고 말했다.

이번 등재 실패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외교부와 문화재청 및 유관부처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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