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업주 “노키즈존 소문날까 두려워”

제주도 ‘노키즈존 리스트’…논란 빚어

‘노키즈존’에 이어 ‘노틴에이저존’ 생겨

식당‧카페 등 공공장소 예의 인식 필요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유독 한적한 이곳은 어린이들 출입이 불가능한 노키즈존(No Kids Zone)이다. 얼마 전부터 노키즈존을 선언했다는 카페 대표 김모씨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주도 노키즈존 사건 아시죠? 그것 때문에 노키즈존이라 불편하다는 소문이 날까봐 겁이 나요. 비난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김씨는 노키즈존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 (사진=우승민 기자)

‘노키즈존’ 확산, 차별인가 권리인가

최근 노키즈존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에서도 ‘노키즈존(어린이 출입금지) 카페‧음식점 리스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음식점이나 카페는 이 같은 행위가 자칫 영업을 방해할 수 있다며 여전히 꺼리고 있다.

업주들이 노키즈존 여부에 대한 공유를 불편해하는 이유는 블로그에 ‘제주도 노키즈존 리스트’가 공개되며 파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게재한 목적은 정보공유였다.

블로거 A씨는 ‘제주도 노키즈존 식당, 카페’라는 제목으로 개인 블로그에 리스트를 작성해 올렸다. 그는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노키즈존 구역이 너무 많아 미리 확인하고 제주도를 간다면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참고하라는 의미로 올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글을 쓰기 위해 A씨는 영업장을 모두 검색했고, 일일이 확인해 ‘노키즈존’이 공지가 돼있었던 곳만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가 쓴 ‘노키즈존 리스트’는 노키즈존 찬반논란에 불을 당기는 계기가 돼버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게시글에 언급된 가게들이 일종의 ‘블랙리스트’처럼 낙인찍혀 직접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식당과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뛰거나 테이블 위에서 기저귀를 가는 등 다른 손님들이 불편하다는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왔다. 우리도 장사를 하면서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들이 제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장사를 하려면 아이들과 같이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오죽했으면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운영했을까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키즈존 칼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C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C씨는 “아이들이 진열된 장식품을 깨뜨리거나 훔쳐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인이 운영하는 한 카페는 노키즈존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그 지역 맘카페에 이름이 올라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업주 상당수는 노키즈존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매장에 피해를 입을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개를 꺼려했다.

반면 노키즈존이 늘어나면서 다수의 부모들까지 차별을 받고 있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노키즈존' 반대 “애기 있으면” 차별은 당연?

3살 아이를 둔 장 모씨는 “아이들로 인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아이들도 인권이 있고, 식당과 카페 등 공공장소를 자유롭게 갈 권리가 있다”며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있어서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을 때는 차별을 받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고 전했다.

5살 아이를 둔 이 모씨는 “엄마들도 예쁜 카페를 가고 싶다. 하지만 여행을 갔을 때나 막상 그 곳을 찾아 갔더니 문전박대 당하는 것보다 ‘노키즈존’이 아닌 예쁜 카페를 미리 알고 찾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리스트 작성이 매장의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미리 알고 방지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이 과잉 조치에 해당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 중 46.6%로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람(23.4%)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노키즈존 같은 강제 조치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선이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한다면,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공예절이 자리를 잡고 노키즈존 갈등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알바 76% ‘노키즈존’ 찬성…출입제한 연령도 높아져

서울의 고급 레스토랑 몇 곳을 시작으로 늘어나고 있는 노키즈존은 최근 카페나 음식점을 넘어 펜션 등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

또한 어린아이들을 대항으로 출입이 제한됐지만, 점점 출입이 제한되는 나이 역시 유치원생에서 중학생까지 늘었다.

SNS에는 ‘중‧고등학생 출입을 거절하는 카페’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안내문에는 “최근 들어 근방의 중‧고등학생들이 매장에 방문해 흡연, 바닥에 침 뱉기 등 행동 뿐 아니라 공손히 양해를 구함에도 불구하고 욕설을 일삼아 매장방문을 거부한다”고 적혀있었다.

이어 “매장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신분증 검사를 통해 출입을 금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해 매장에서 소란을 피워도 방관하는 부모들로 인해 ‘노키즈존’이 생겼지만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는 청소년들을 거부하는 ‘노틴에이저존’까지 생긴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에 대한 사회적 조치가 ‘노키즈존’과 ‘노틴에이저존’ 등을 만들지 않는데 주력할 것이며,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매장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노키즈존’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는 A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모씨는 “처음으로 노키즈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것은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오는 고객들로 인해 소음은 없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며 “가끔 사촌동생들을 데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곳을 데리고 오고 싶지만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데려오지 못하는 마음이 엄마들의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매장 관계자의 입장에서는 ‘노키즈존’이 영업에 가져다주는 장점이 많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노키즈존에 대해서 찬반 논란이 계속 되고 있지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수는 없는 것 같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공장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사결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에 달하는 75.9%가 노키즈존 확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73.5%가 근무 중 유아 혹은 유아 동반 부모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 적 있었으며, 가장 난처했던 경험으로 ‘소란 피우는 아이를 부모가 제지하지 않는 상황(60.4%)’이라고 답했다.

기타 난처했던 상황으로는 ▲‘청소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테이블을 더럽힌 상황’(14.6%) ▲‘본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갑질을 부리는 상황’(6.6%) ▲‘그릇·컵 등 실내 제품 및 인테리어를 훼손한 상황’(5.4%) ▲‘다른 손님들의 불만이 접수된 상황’(5%) ▲‘아이만을 위해 메뉴에 없는 무리한 주문을 하는 상황’(4.8%) ▲‘매장에 있는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요청을 하는 상황’(3.1%) 등이 있었다.

조사결과 음식점이 48.6%로 가장 많았고, 카페(27.3%), 쇼핑센터(6.2%), 영화관 및 공연장(4.5%), 기타(13.4%)가 뒤를 이었다.

알바생 과반수는 노키즈존 사업장 확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노키즈존 사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찬성하는 이유 1위는 ‘매장 내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해서’ 절반 가량(41.9%)이었다. 이어 ▲‘위험한 상황이 줄어들 것’(30.6) ▲‘다른 손님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줄어들 것’(11.1%) ▲‘까다로운 요구가 줄어들 것’(10.3%) 순이었다.

반면 노키즈존 사업장 확산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은 24.1%였다. 이들은 ‘일부 개념 없는 부모들의 행동을 일반화하는 것 같아서’(40.1%)가 가장 많았고 ‘서로 조금씩 배려하면 해결 된 문제라 생각해서’(22.2%), ‘노키즈존이 확대되면 육아가 더 힘들어 질 것이라서’(13.1%), ‘차별적 행위인 것 같아서’(8%)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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