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학교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김필수 교수] 최근 가장 관심을 가졌던 자동차 관련 규정으로 한국형 레몬법을 꼽을 수 있다. 이 법은 1975년 시행된 미국 레몬법의 한국형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신차를 구입하고 일정 기간 내에 같은 부위에 하자가 여러 번 발생하였을 경우 자동차를 교환하거나 환불해주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법 중 가장 후진적이고 낙후되어 소비자의 불만이 많았던 부분을 법으로 규정한 제도여서 그 만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9년부터 시행된다고 하여 기대가 되고 있으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많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지금의 상황에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강제 이행규정에 대한 논란도 있고 자동차관리법에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인 소비자에의 적용은 한계가 있으며, 과연 누가 어떻게 교환이나 환불에 대한 객관성과 정확성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많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자동차 관련 소비자 민원이 쏱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규정이 극히 미흡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규정인 만큼 진일보했다는 평가는 받을 만하다고 할 수 있다. 향후가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각종 규정을 만들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으로 도리어 시장을 어지럽히거나 아니한만 못한 규정도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선진국과 유사한 규정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있으나 실질적인 액션플랜이 없어서 형식만 갖춘 법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규정도 실질적인 후속 액션플랜이 없다면 또 하나의 사장되는 법의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여러 측면에서 크게 고려해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자동차 관련 사건에서 소비자가 보는 시각과 자동차 관련 기업이 보는 시각이 크게 차이가 나고 해석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심야에 비가 오는 고속도로 1차선을 시속 100Km로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 탑승자는 이 차량을 안전한 갓길로 빼기 위하여 목숨을 내놓고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사고가 그나마 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실제로 사고가 나도 운전자의 운전실수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판정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메이커는 단순하게 언제든지 시동이 간단히 꺼질 수 있는 만큼 그냥 정비센터에 와서 수리를 받으라고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과연 자동차를 교체하거나 환불하는 조치가 가능할까? 누가 이것을 판정하고 강제적인 조치를 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러한 전문가 집단이 있고 정부가 나서서 강제 이행할 수 있는 조치가 이루어질까?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모든 문제에 있어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징벌적 보상제가 제도적 기반을 받치고 있다.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소비자를 우롱하는 등 각종 책임이 메이커에 있을 경우 천문학적인 벌금과 소비자 보상금을 내야 하는 구조이다. 당연히 메이커는 문제가 커지기 전에 소비자를 배려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소비자를 위하여 정신적 보상과 시간적 보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신차에 계속 문제가 발생하여도 보상은 커녕 계속 해서 해당 정비센터에 와서 수리를 받으라고 한다. 정신적 보상이나 시간적 보상은 거리가 말다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인식은 전혀 없어서 등거리에서 쳐다보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의지와 보는 시각의 변화도 극히 필요하다. 신차가 인터넷 상에서 난리가 나고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여 사고가 발생하여야 그때서야 조사하고 질질 끄는 모습도 보는 것도 종종 있는 상황이다. 알아서 고치고 알아서 조치하라는 형태이니 소비자가 봉이 되고 마루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징벌적 보상제가 아니라 보상적 보상제여서 밑바탕 자체가 다르니 과연 법적 이행력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 발생하고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관련 전문 기자가 신차를 구입하여 자주 문제가 발생하면 과연 차량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할까? 불가능한 국가이다. 자동차 관련 기자이면서도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도 권고사항으로 끝나고 할 수 있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신문방송에 크게 나서 난리가 나고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가게 되면 그마나 극히 차량의 일부를 뒤로 보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매년 수백 건 이상의 자동차 관련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받고 있으나 실제로 이행되는 경우도 손으로 꼽는다고 할 수 있다. 예전 광주에서 골프채로 차체를 부수고 이슈화된 경우가 포함된다. 그 만큼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이다. 비전문가가 전문성이 크게 요구되는 자동차의 문제점을 밝힌다는 것은 불가능한 주문이다. 자동차 급발진을 포함하여 항상 재판에서 패소하는 이유이다. 병원에서 수술을 잘못한 이유를 피해자 가족이 밝혀야 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우리는 그래서 우리의 법을 ‘알아서 져주는 법’이라 자조한다. 자동차 급발진 등이 발생하여도 메이커는 느슨하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알아서 져주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대이다.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소비자의 목소리에 자동차 메이커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소비자 배려가 부족하다고 하여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협상을 통해 보상을 받게 하는 구조이다. 우리와 완전히 반대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같은 메이커가 우리 시장에서의 조치와 미국에서의 조치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참. 매우 어려운 국가이다. 법적 구조와 바탕 자체가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으로 기반을 다지고 있고 고속 성장하면서 제작자 판매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에서 과연 한두 가지 단순한 규정으로 제대로 이행될 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첫 단추이지만 계속해서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사례가 쌓이고 근본 자체도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후원하자.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