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직장 내 성희롱의 적용범위를 확대, 성희롱 예방교육(위탁교육 포함)을 강화, 직장 내 성희롱(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포함)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 등을 강화 등을 위한 개정안.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한샘의 신입 여직원의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며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피해 여직원은 한샘 측이 성폭력 사건을 은폐 혹은 축소하려고 했다고 주장했고, 결국 소비자들의 분노는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신고는 2012년 263건에서 2014년 519건, 2016년 556건, 올해 10월까지 532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직된 사내문화 등을 이유로 신고되지 않은 성희롱 건수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한샘 성폭력 사태에도 여론이 분노한 ‘포인트’는 성희롱 사건에 대처하는 ‘뜨뜻미지근한’ 기업의 태도였다.

(사진=뉴시스)

이제부터 성희롱 사건에 기업의 책임이 높아진다. 지난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직장 내 성희롱의 정의를 확대하는 등 내용이 담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과 대통령 공포를 거쳐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직장 내 성희롱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먼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을 위한 교육을 '매년' 실시해야 하고, 성희롱 예방 교육의 내용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는 등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 정의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성희롱의 정의가 ‘고용’에서의 불이익을 주는 것에 한정됐지만, 개정안에서는 ‘근로조건’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했다. 근로조건에서의 불이익은 ▲파면·해임·해고, 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징계·정직·감봉·강등·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 차별이나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등 내용이 신설됐다.

또, 기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내려지는 벌금형도 기존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높아졌다. 사업주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거나 교육내용을 근로자에게 공지하지 않는 경우 5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사업주가 조사의무,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징계조치를 하지 않거나 성희롱 조사 관련자가 비밀누설을 한 경우에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권미혁·이용득, 자유한국당 송석준, 국민의당 김관영·김삼화,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7명의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병합심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대안으로 묶어 처리됐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관련법 개정에 맞춰 지난 14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신고자에 불리한 처우를 내린 사업주뿐 아니라, 성범죄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사업주를 최대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밖에도 성희롱 피해자가 부담 없이 가해자를 신고할 수 있도록 성희롱 고충처리 담당자를 지정하거나 사이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을 각 사업장에 권고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기업 임원과 시도 의원들도 성평등 및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내 성희롱 문제는 성차별 없는 일터의 조성을 위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이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남녀차별적 인식과 관행을 바꿔 나가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고용부와 여가부는 노사단체, 여성노동단체 등과 함께 여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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