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 “수능 연기 결정 잘했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년 만에 한반도에 ‘지진 악몽’이 되살아났다. 15일 오후 2시 29분경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은 물론 경북과 경남, 서울까지 건물의 흔들림이 느껴지는 등 전국 각지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규모 2.0 이상 여진도 40여차례 이상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지진 인명‧재산 피해 속출

‘역대급’ 지진에 인명과 재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피해액은 70억원을 넘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오전 6시 기준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 수는 총 57명이었다. 이중 10명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고, 47명은 귀가했다.

(사진=선린대학교 재학생 제공))

지진에 놀라 몸을 피한 이재민들도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 등 27개 대피소로 대거 몰려들었다. 지진 발생으로 인한 이재민은 총 1596명으로, 지난밤 10시보다 약 200여명이 넘게 늘었다.

민간인 시설 피해는 총 1197건으로, 주택 피해가 109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가 84곳, 공장 1곳도 피해가 파악됐고, 차량은 38대가 부서졌다.

도로와 상수도, 철도, 항만, 문화재 등 공공시설도 크고 작은 지진 피해를 입었다. 학교 건물은 균열 피해로 32건이 집계됐고, 포항 영일항만 등 3개항에서 콘크리트 균열 피해가 13건 발생했다. 국방시설 38개소와 문화재 피해도 17건이 접수됐다.

대구∼포항 간 고속국도 교량 4개소의 교량 받침이 손상되는 등 11곳이 파손됐다. 상하수도 등 시설 6개소, 상수관 누수 45건 등의 피해도 접수됐다.

중대본은 ‘응급복구지원단’을 구성해 피해 지역의 복구 지원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안영규 행안부 재난관리정책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 연 브리핑에서 “포항시 등 피해지역에 대한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을 우선 검토하고, 민생안전을 위한 사업에 지역현안 특별교부세 지원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피해주민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이나 기한연장 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엔 달랐다…정부 신속대응에 지난해 대비 119 신고 건 ‘반토막’

각종 피해 신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번 포항 지진에는 지진발생 이후 30분간 119 신고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한 정부 대응에 시민 불안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긴급하게 상황실에 들어서는 이낙연 총리. (사진=뉴시스)

16일 소방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 부근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후 약 30분이 지난 오후 3시 기준 119로 들어온 관련 신고 건수는 모두 5973건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경우 지진발생 30분 후 119 신고 건수는 1만2995건 이상이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갖고 왔을까? 우선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등이 송출하는 긴급재난문자 도착시간부터 달랐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는 지진 관측 후 재난문자 발송에만 8분가량 걸렸지만, 이번 포항 지진 때는 단 ‘23초’가 걸렸다.

‘일사불란’한 청와대의 재난대책도 빛을 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전용기 안에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의 지진 상황을 보고받고 즉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전용기에 있는 동안 이낙연 총리는 정부 부처 장관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가장 먼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 지진피해 여부 등을 파악하고 구조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행안부는 지진 발생 13분 뒤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지난해보다 약 5분가량 빠른 수준이다. 이 총리는 문체부 장관, 기상청장, 산업통상부장관, 국토부 장관, 과기정통부 장관 등에도 지진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 원전 시설 안전과 산업 안전 점검을 주문했다. 또 “수능시험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여 대책을 강구하되, 특히 수험생들의 심리적 안정까지도 배려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사상초유 수능 연기…여야 “잘한 일”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 고3 수험생들이다. 교육부는 16일 예정된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보회의에서는 예정대로 수능을 진행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항지역 14개 수능 고사장을 확인한 결과 지진 피해로 수험생 안전에 큰 위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고가 잇따라 접수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김 장관은 문 대통령에 “도저히 시험을 치룰 수 없어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김 장관은 “피해 상황을 파악한 결과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 교육청은 수능 시험 연기를 건의했다”며 “학생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주일을 연기한 11월23일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정부의 사상 초유 수능연기 결정에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포항의 지진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여진도 예상되는 상태에서 정부의 신속한 수능연기는 적절하고 타당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다만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예상치 못한 발표로 당황하지 않도록 수능연기에 대해 적극홍보하고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수능연기로 일주일 동안 더 힘들어질 수험생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다만 포항 지역의 엄청난 지진으로 그 지역 학생들의 눈물이나 아픔, 이런 것들을 생각해서 우리 수험생들의 이해를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학생들의 안전과 수능시험의 공정성 및 포항 지역의 현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수능시험 일주일 연기결정은 어쩔 수 없는 조치로 본다”며 “정부는 이번 시험연기로 인한 수험생들의 혼란이나 불편을 최소화하고 대학입시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지진으로 수능을 1주 연기하기로 한 정부의 빠른 결정은 잘한 일”이라며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진피해지역의 상황, 여진 발생 가능성들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으로 “오랜 시간 동안 11월 16일 수능을 바라보며 달려온 수험생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남은 여진이 어찌될지 모르는데다 지진 피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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