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판이 개설된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직접 민주주의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일부 '여론몰이식 청원'이 사회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상식을 넘어서는 ‘군내 위안부 재창설’이라는 청원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군내위안부 재창설 청원 논란

하루 평균 500여건, 20분에 1건씩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만든 것이다. 30일 이내에 특정 청원의 서명 인원이 20만명을 넘길 경우 수석비서관이나 각 부처 장관 등 고위 관계자가 직접 답변하는 제도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청원글을 올리고 있다. 28일 현재 5만3천건 이상의 청원이 올라올 정도로 국민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10만명이 넘게 추천한 청원은 8건, 20만명이 넘게 추천한 청원도 4건이나 된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가장 높은 동의를 받은 청원글은 ‘조두순 출소 금지’와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글이었다. 또 ‘낙태죄 폐지’와 ‘평창 롱패딩을 추가 생산해주세요’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오는 등 국민들의 목소리는 다양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여론몰이식 청원들이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공론장을 피폐하게 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군내 위안부 재창설’ ‘여성 징병제’ 청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현재 대한민국 군인은 거의 무보수로 2년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인들을 달래주고 위로해줄 위안부 도입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보수를 받으면 나쁜 딜이 아닙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위로할 수 있게 해주십쇼’이라는 글과 함께 군내 위안부 재창설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500명 이상 인원의 동의를 얻었고 빠른 속도로 온라인에 퍼졌다.

이에 트위터 등 SNS로 시민들은 즉각 ‘군내위안부 재창설하라는 청원자 처벌’이라는 청원글을 올려 맞대응을 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심각한 수치심을 주는 행동이다”,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라며 청원글 작성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누리꾼 안 모씨는 “이런 청원글을 올렸다는 것도 놀랍지만 동의하는 사람들이 530명이 넘었다는 게 더 충격이다”며 “이런 글을 아무렇지 않게 올리는 것이 익명인 이유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실명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생 서 모씨는 “역사적으로 중대하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사건을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여기고 청원글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꼭 처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비판에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은 현재 삭제됐다.

 

(사진=청와대)

남녀 성 차별 부추기지만...공론의 장 형성

게시판에는 남녀 문제를 다룬 성 차별에 대한 글들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같이 남녀가 연관된 문제들이 주로 추천을 많이 받았다.

이에 따라 남녀 간의 성 대결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의견을 나누면서 공론의 장이 형성된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다수 나왔다.

추석 명절 기간에는 ‘일간베스트’ 사이트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일간베스트는 대표적인 ‘남초(남성이 여성을 초과)’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청원 글에는 명절 기간동안 ‘사촌’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관련 몰래카메라 등과 희롱하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며 폐지해달라는 의견이었다. 글쓴이는 일베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보도한 언론 기사의 링크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출생 시 합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데 이는 남성우월주의 인습일 뿐이라며 아이가 태어날 때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 외에도 지난달 26일 ‘여성 징병’을 위한 법률 개정 청원은 8만 1521명의 추천을 받았으며 ▲‘여성 취업차별 철폐’ 청원(2만 5499명) ▲‘여성 집 값 70% 지원’ 청원(2만 3578명) 등도 있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소통 창구로서 국민청원 제도의 장점을 유지하되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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