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용인에서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살해범의 아내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뉴시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세현)는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정모(3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10월 남편 김모(35)씨와 공모해 시어머니(55) 일가 3명을 살해하고, 시신이 있는 차량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10월2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친모(55)와 이부(異父)동생(14)을 살해하고, 이어 같은 날 강원 평창군의 한 국도 졸음쉼터에서 계부(57)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부부는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3일 딸들(2세·7개월)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 뉴질랜드는 과거 김씨가 영주권을 획득하고 거주했던 곳이다.

정씨는 그러나 김씨가 뉴질랜드에 도착한 지 1주일만에 과거에 저지른 절도 범죄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자 딸들을 데리고 자진 귀국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사건의 공모 혐의를 밝히는데 리조트가 통화 품질 향상을 위해 자동녹음한 통화기록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21일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와 강원 평창군의 졸음쉼터에서 친모(55) 일가족 3명을 살해한 김씨는 범행 전후 강원 횡성군의 한 콘도 리조트에 머물고 있던 아내 정씨와 수시로 통화했다.

통화는 주로 김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리조트에 전화를 걸어 객실에 있는 정씨와 연결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리조트는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따로 저장하고 있었고, 피해자 시신 발견 후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압수영장을 집행해 리조트에 남아있던 김씨 부부의 통화 기록과 녹음 파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 마리 잡았다. 한 마리 남았다", "옷이 더러워졌다.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다" 등 김씨와 정씨가 범행 중간중간 상황을 공유하면서 나눈 대화는 고스란히 녹음돼 결정적인 증거로 남았다.

그러나 검경이 확보한 김씨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불법으로 보고,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리조트에 전화를 걸면 '통화 품질 향상을 위해 통화 내용은 녹음될 수 있다'는 안내가 먼저 나온다"며 "김씨는 이런 안내를 듣고도 정씨와 통화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통화 녹음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재판 과정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어 법리 검토를 했지만, 수사기관이 녹음한 것도 아니고 제3의 장소에 녹음돼 있는 것을 정상적인 압수영장으로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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